당신은 ‘인간’에 대해 얼마나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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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왔다.
어느 때는 자연이라는 대우주의 상대 개념인 '소우주'의 존재로, 또 어떤 시기는 '신을 닮은 신의 피조물'로, 이후엔 '침팬지에서 진화한 영장류'로, 최근에는 호르몬과 유전자 등의 작용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는 '말을 좀 잘하는 동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저서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연 상태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수명보다 빨리 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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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왔다. 어느 때는 자연이라는 대우주의 상대 개념인 ‘소우주’의 존재로, 또 어떤 시기는 ‘신을 닮은 신의 피조물’로, 이후엔 ‘침팬지에서 진화한 영장류’로, 최근에는 호르몬과 유전자 등의 작용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는 ‘말을 좀 잘하는 동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인간은 무엇인가.
▶몸,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구분하는 매개=‘동물계 척삭동물군 포유강 영장목 직비원아목 원숭이하목 호미니드과 호모속 호모 사피엔스종’. 이 길고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이 바로 인간을 설명하는 생물학적 명칭이다. 간단히 말해 두개골이 커 지성이 발달한, 꼬리 없이 두발로 걷는 원숭이 같은 포유류라는 뜻이다. 인간의 특성을 지능이 아닌 몸의 생김새와 구성 등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김성규 동국대 교수는 그의 신작 ‘사피엔스의 몸’에서 몸이야 말로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구분하는 중요한 매체라고 주장한다. 인간이 두 발로 걷고 양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발달한 두뇌를 가졌기에 인간의 고유의 특성인 고도의 지성과 문화를 창출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덕분에 인간은 현재의 지구 환경을 설명하는 ‘자연 선택’ 매커니즘에 영향을 받기 보다 인간이 발전시킨 문명과 문화가 자연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인간은 신체 중 얼굴을 다른 동물들에 비해 다채롭게 사용한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을 구분하는 기관이 모여있는 얼굴은 생존 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기 위해 진화했다. 침팬지처럼 코와 입, 이빨 등이 돌출되면 곡물이나 과일을 따먹기에 유리하겠지만, 인간은 여러가지 표정을 효과적으로 지을 수 있도록 평평하게 진화했다. 또 먹이를 씹거나 찢고 부수는 턱 근육 대신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눈과 입 주변의 근육이 더 발달했다. 덕분에 인간만이 유일하게 얼굴로 생김새를 구분할 수 있다.
▶호르몬·유전자로만 이해할 수 없는 인간=최근 인간을 탐구하는 주요 학문 중 하나는 뇌과학과 ‘자연 선택’ 이론을 토대로 한 진화생물학이다. 도파민과 같은 호르몬과 유전자 등의 작용으로 인간의 생각이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일종의 과학적 방법론이다. 하지만 영국의 철학자 로저 스크루턴(1944~2020)은 그의 저서 ‘인간의 본질’에서 과학이 인간의 본질을 온전히 해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스크루턴은 인간을 탐구하는 방법론으로 과학만을 고집하는 것은 인간의 일부인 몸에 대한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인격체로서의 인간이나 인간의 도덕 감정 등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에는 접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인간의 삶을 인격체들 간 계약을 통해 형성됐다고 주장하는 존 롤즈나 로버트 노직 등 미국 자유주의자들의 주장도 설득력을 잃었다고 말한다. 부모와의 관계나 가정 환경, 인종 등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조건들이 사전 계약 없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덕을 계약의 문제로 접근하면 도덕에 대한 냉소로 빠져들기 쉽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저자는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자신을 인식하는 점, ‘나’에게서 ‘너’로 향하는 관계성 및 타인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도덕성 등이 인간의 진정한 본성이라고 봤다. 따라서 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과학 뿐 아니라 철학, 도덕, 종교 등 다양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인간의 노화는 일종의 ‘선물’=찰스 다윈이 지난 1835년 갈라파고스 군도를 다녀온 이후 인간의 기원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이론은 ‘자연선택설’이다. 생물의 변이는 유전적 변이와 자연 선택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진다는 이론이다. 기린의 목이 길어진 이유를 설명하는 근거로 널리 사용된다. 자연선택적 관점에서 보면 현대사회의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는 ‘노화’나 ‘노년’은 인류에게 주어진 일종의 선물이라고 볼 수 있다.
스페인 고생물학자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와 소설가 후안 호세 미야스는 저서 ‘사피엔스의 죽음’에서 인간의 노화와 노년, 그리고 죽음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저서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연 상태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수명보다 빨리 죽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유전자는 자연 선택을 받아 질병을 유발하거나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유전자가 발현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우리가 젊었을 때 건강한 이유는 이같은 자연 선택의 결과다.
하지만 자연 선택에서 벗어난 노년은 온갖 질병으로 괴롭힘을 당한다. 자연 선택이 늙었을 때 생존에 불리한 유전자를 배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이미 죽음을 맞았어야 할 인간이 의료 기술 등의 발달로 살아남아 자연 선택에서 벗어나 ‘노화’라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노년은 자연 상태에서 이미 죽음을 맞았어야 할 인간에게 ‘자연이 준 선물’이라 할 수 있다. 노화와 죽음은 노년을 맞을 기회조차 없는 동물들에 비해 축복이기 때문에 노년은 공포스럽고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할 자연의 섭리라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신소연 기자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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