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과몰입 부르는 '나는 솔로'의 극사실주의…적당한 몰입은 어디까지?

2023. 10. 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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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즐레] 과몰입러가 본 '나는 솔로' 전성시대

(SBS 연예뉴스 강경윤 기자)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게 보통의 인생사라지만 연애를 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첫눈에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더라도 살다 보면 '허파 디비지는 일'이 생기는 건 다반사고, 아무리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해도 상대를 대하려고 해도 자꾸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테이프라도 까보면 좋으련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니까 말이다.  

지난 두 달 가까이 수많은 시청자들이 남들의 사랑에 울고 웃었다. 그들이 때론 좌충우돌 부딪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하지 않으리라'는 결심도, '나 혼자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위안도 얻었을 테다. 

ENA·SBS PLUS '나는 솔로'의 16번째 솔로 나라는 더욱 시청자들을 깊숙이 빨아들여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시청자들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감정에 충실한 모습을 숨기지 않았던 출연자들이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남들의 연애가 뭐라고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건지. 달콤 쌉싸름한 '나는 솔로'의 인기 비결을 살펴보고자 한다. 
 

과몰입을 부르는 극사실주의 데이트



'환승연애', '돌싱글즈', '하트시그널' 등 데이팅 프로그램들의 홍수 속에서 '나는 솔로'가 시청자들의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극사실주의'다. 술 취한 출연자의 벌건 얼굴을 그대로 내보내고, 출연자의 심한 코골이를 가차 없이 내보내는 게 '나는 솔로'다. 다른 설명으로 포장해 줄 만도 하지만 '출연자가 배가 아파서 20분째 화장실에 갔다'는 친절한(?)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출연자들은 솔로나라에 들어가서 4박 5일 또는 5박 6일의 시간 동안 지내며 그곳에서 평균적으로 너댓 번의 데이트 기회를 갖는다. 출연자가 직접 장소를 섭외하고 대부분 자기 차량을 이용해 데이트를 한다. 데이트 비용은 출연자들이 사비로 쓴다. 일부 출연자들은 '나는 솔로' 출연료를 웃도는 금액을 데이트 비용으로 쓰기도 한다. 

이조차 연출을 맡은 남규홍 PD는 "데이트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현실적으로 보기 위한 장치"라고 밝혔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나는 솔로'의 극사실주의 설정이 빛을 발하는 시점은 출연자들이 자기소개 이후다. 사는 지역, 출신 대학, 직업과 나이, 이상형을 밝히는 건 기본이고, 최근에는 살고 있는 집의 자가 여부, 자산 규모 등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밝힌다. 솔직함으로 점철된 자기소개 타임이 지나간 뒤 미묘하게 달라진 남녀 출연자들 마음의 향방이 관전 포인트다. 
 

영철, 영숙...팔딱팔딱 숨 쉬는 캐릭터



'나는 솔로' 시청자들이 많이 하는 질문은 "이렇게 다양한 성격과 매력을 가진 출연자들을 어디서 발굴했나"라는 거다. 제작진에 따르면 출연을 희망하는 남녀들이 직접 자세한 신상정보와 출연 동기 등을 밝힌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면 제작진이 면접을 통해 출연을 확정짓는다. 대기업 회사원, 공무원, 학원 강사 등이 주를 이루지만 의사, 변호사, 회계사, 파일럿, 승무원 등 전문직종은 거의 매 기수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솔로'의 전신이자 원조격인 데이팅 프로그램인 '짝'에서 출연자들은 'N호님'으로 불렀다. 하지만 '나는 솔로' 제작진은 'N호님'이 아닌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강조하는 가명으로 출연자들을 부른다.  

예를 들어 나이가 제일 많은 남성 출연자에게는 영수, 마초적 이미지가 강한 출연자에게는 영철, 지적인 매력을 가진 출연자에게는 광수, 톡톡 튀는 매력과 미모를 겸비한 여성 출연자에게는 옥순, 똑 부러지는 성격의 영숙, 귀여움이 매력인 여성 출연자는 순자 등으로 짓는 식이다. 


개개인의 캐릭터가 분명하다 보니 본 방송을 통해 의외의 스타들이 탄생한다. 돌싱특집에서 매 문장을 '그대가'로 시작한 10기 영식은 독특한 말투 덕에 '그대좌'로 불리며 또 다른 예능프로그램에 곧바로 출연하는 호사를 누렸다.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 광수는 진중한 이미지로 여성 출연자들에게 큰 어필을 하지 못했지만 최종선택에서 "내 소설의 주인공은 너였어."라며 옥순에게 명대사로 마지막 고백을 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갈등은 빌런을 낳고, 빌런은 시청률을 낳고?

성인 남녀가 한 공간에서 며칠을 보낸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어서일까. '나는 솔로'에서 출연자들끼리 투닥거리는 장면이 나오는 게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사랑의 감정이 때론 시기와 질투로 변질된 갈등 상황에서 일부 출연자는 시청자들에게 지탄을 받는 소위 '빌런'으로 등극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청자들이 가장 열정적인 관심을 보이는 포인트는 바로 이 갈등 상황이다. 

가장 최근 에피소드였던 16기에서 '나는 솔로' 사상 최악의 갈등 상황이 나왔다. 그 중심에는 공교롭게도 여성 출연자 영숙이 있었다. 초반부터 옥순과 핑크빛 분위기를 풍겼던 광수는 영숙으로부터 '경각심을 가져라'라는 조언을 받고 갈대처럼 흔들렸다. 이후 광수는 영숙과 랜덤 데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영숙의 기분을 맞춰준답시고, '제가 영숙님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진 않았지만'이라는 말을 무심코 던졌다가 '나는 솔로' 사상 최초로 데이트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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