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이·하마스 전쟁에 긴장하는 세계 경제

허효진 2023. 10. 1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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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여파는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유가는 반짝 급등했다 안정세를 찾았는데요.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이란이 개입하게 되면 유가가 올라 잡혀가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옵니다.

이 내용, 지구촌 돋보기에서 허효진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전쟁이 일어나자마자 유가가 들썩였죠.

지금은 어떻습니까?

[기자]

현재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입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는 어제 종가 기준 배럴당 82.91달러입니다.

전쟁이 일어난 뒤 월요일 유가는 단숨에 4% 이상 올랐었는데요.

이날 이후 사흘째 하락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가는 지난달 말 연중 최고치를 찍고, 이달 들어서는 경제 침체 우려로 8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거든요.

석유시장이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가 석유 공급에는 영향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진정세를 찾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산유국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유가가 영향을 받는 건가요?

[기자]

말씀하신대로 두 나라의 석유 생산량은 미미해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데요.

이 지역을 둘러싼 다른 중동 나라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겁니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의 3분의 1 이상을 생산하거든요.

전쟁이 일어나면서 중동 나라들마다 외교 관계가 복잡해지고, 이 가운데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산유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를 꿈틀대게 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열린 사우디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 OPEC+가 모인 최근 러시아 에너지 회의에 이목이 쏠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사우디가 "지역 및 국제 파트너들과 협력해 석유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제유가는 안정세로 돌아섰습니다.

[앵커]

하지만 전쟁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여전히 안심할 순 없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현재는 안정적이지만 문제는 이란의 개입 여부가 드러나거나 전쟁이 확대돼서 장기화되는 경우인데요.

이란 배후설이 나오자 유가가 올랐다가 미국 뉴욕타임스가 "이란 지도부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보도를 하자 유가가 떨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거든요.

그만큼 이란 개입 여부가 유가와 직결돼 있다는 건데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이란의 하루 원유 수출량은 200만 배럴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에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원유 수출량이 늘었습니다.

과거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이란 제재 조치를 하면서 하루 원유 판매량이 40만 배럴까지 급감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입니다.

하지만 만약 이란 배후설이 사실로 확인되면 미국은 다시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와 같은 제재 조치를 하게 되고, 이란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나오면 국제 유가가 오르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앵커]

그래도 제4차 중동전쟁처럼 오일 쇼크가 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초기엔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았던 유가 급등 사태, 이른바 '오일 쇼크'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는데요.

50년 전 일어난 제4차 중동전쟁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4차 중동전쟁은 이집트와 시리아 등이 이스라엘을 침공하면서 시작됐는데요.

미국과 영국 등이 이스라엘 편에 서자 사우디와 이란, 이라크 등이 반발하며 석유를 감산하고 수출도 중단했습니다.

이후 국제 유가는 4배 가까이 폭등했고 오일 쇼크가 전 세계를 강타했는데요.

그러나 지금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다른 나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석유 시장 구도도 바꼈습니다.

과거와 달리 미국이 유가 급등을 제어할 정도의 전략적 석유 비축량을 가지고 있단 것도 큰 차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중동 위기는 전 세계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즉각적으로 유가가 치솟진 않았지만 유가 관련 불확실성이 커진 건 분명한데요.

그래서 인플레이션 경계감도 풀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제통화기금인 IMF는 경제 영향을 판단하긴 이르다면서도 전쟁이 확대되면 유가가 상승해 세계 경제가 위협받게 될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피에르 올리비에 고린차스/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 "유가가 10% 오르면 내년 세계 경제 생산이 0.15%(포인트) 줄고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 오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 정치권에서 하마스의 배후로 의심되는 이란에 대해 원유 수출을 차단하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시장에선 미 연준이 11월 금리를 동결할 거란 기대감이 커지는데 전쟁이라는 거대한 불확실성을 가진 변수가 세계 경제를 어떻게 집어삼킬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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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효진 기자 (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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