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다수 북한주민, 중국 동북3성에서 북으로 송환된 건 사실”

박광연 기자 2023. 10. 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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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중 탈북민 강제북송 사실 확인
통일부 “중국 측에 엄중히 문제 제기”
강제 북송 현실화에 “대중 외교 실패”
주중대사 “중국, 아무것도 확인 안 해줘”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정례브리핑에서 재중 탈북민의 강제북송 사실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중국에 머물던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다수가 강제 북송된 것은 사실이라고 13일 밝혔다.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 측에 엄중히 문제를 제기했다. 야당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대중 외교 실패라는 비판이 나왔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정례브리핑에서 “다수의 북한 주민이 중국 동북3성 지역에서 북한으로 송환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며 “그중 탈북민, 환자, 범죄자 등 누가 얼마나 포함되었는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재중 탈북민 600명의 강제북송설이 제기·보도된 이후 정부가 사실관계를 처음 확인한 것이다.

구 대변인은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해외 체류 탈북민이 자유 의사에 반하여 강제북송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북송은 강제송환 금지라는 국제규범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 대변인은 또 “우리 정부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중국 측에 이 문제에 대해 엄중하게 제기했으며 우리 측 입장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구 대변인은 ‘중국에 어떤 문제를 제기했나’라는 질문에 “중국 측에 외교적인 경로를 통해서 이 사실에 대해서 계속 협조를 촉구해왔던 내용이 있었다”며 “보다 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외교 사안인 만큼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 대변인은 “추가 (강제북송) 가능성에 대해서 통일부는 앞으로 해외 체류 탈북민 보호를 위해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최대한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인권단체들은 지난 9일 밤 지린성과 랴오닝성 감옥에 수감돼있던 약 600명의 탈북민이 전격적으로 북송됐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중국 공안이 탈북민들을 트럭에 태워 지린성 훈춘·도문·난핑·장백과 단둥 지역 세관을 통해 북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지난 8월 해외 체류 주민의 귀국을 허용하며 국경 봉쇄를 사실상 해제함에 따라 제기돼온 재중 탈북민 강제 북송이 현실화한 것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직후에 이런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설명 등을 토대로 중국 내 구금된 2000여명의 탈북민이 강제북송 위기에 놓인 것으로 평가해왔다. 다만 정부는 중국에 있는 탈북민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는 국회에 “탈북민들은 은둔 생활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며 “만약 체류국 정부가 이들을 찾아내 별도로 관련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공식적으로 우리 정부에 확인해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북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북한인권 개선을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는 그간 재중 탈북민 강제북송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해왔다. 정부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치중하며 중국과 외교적 거리를 둬 온 결과 중국 정부의 협조를 끌어내기 더욱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연 주중 한국대사관 국감에서는 정부 책임론이 거론됐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 대중 외교 실패의 단적인 측면”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탈북민 강제 북송을 막았느냐는 점에서 비판받을 소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재중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해 한국 정부에 설명하지 않고 있다. 정재호 주중대사는 국감에서 “여러 통로를 통해 문의했지만 중국이 아무것도 확인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 측으로부터 사전 통보나 사후 설명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할 당시 강제 북송 문제를 언급했다고 정 대사가 밝혔다. 정 대사는 “시 주석 답은 (중국의) 기존 입장과 같다”며 “탈북자가 아니고, 불법 입국자에 대해 국내법, 국제법 그리고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통일부의 엄중한 문제 제기에 대해 “중국은 경제적 원인으로 중국에 불법 입국한 조선인(북한인)에 대해 국내법, 국제법, 인도주의를 결합한 원칙을 견지하며 적절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중국은 법치국가로 법률에 따라 불법 이민자 관리를 수행하고 안전하고 질서 있는 출입국 관리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 내 외국인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북한 인권단체 “재중 탈북민 600명 강제북송”…통일장관 “확인해 대책 수립”
     https://www.khan.co.kr/politics/north-korea/article/202310111740001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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