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패권 시대 우리말] ⑨풀어드립니다…합성생물학·세포치료제
[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기상 재해 등 과학기술과 관련된 이슈가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습니다. 우주개발, 양자컴퓨팅, 챗GPT 등 첨단 과학기술도 어느새 피부로 체감할 정도로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가전략기술을 선정하고 과학기술 중심의 패권 경쟁을 선도하겠다고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알려지는 다양한 전문용어는 국민들이 편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어렵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국어문화원연합회와 수년째 과학기술, 의학 용어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는 방안을 찾는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올해는 정부가 의지를 보이고 있는 국가전략기술 관련 용어들을 들여다보고 국민들의 세금이 투입되는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정부는 범부처 민관합동으로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첨단 과학기술 용어를 어렵게 느끼고 있다.(관련기사: "처음 들어봐요"…난해한 전략기술 용어, 육성 걸림돌 우려)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인 '첨단바이오'는 첨단 기술을 접목한 생명과학이다. 정부가 선정한 세부 분야로는 합성생물학, 감염병 백신·치료, 유전자·세포 치료, 디지털 헬스 데이터 분석·활용 등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을 종료시킨 '일등공신'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부터 암 세포 치료제, 의료용 인공지능(AI)까지 한번쯤은 들어 봤을기술이 바로 첨단바이오 분야에 속한다.
●합성생물학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은 생물의 세포를 인위적으로 잘라내거나 합성해 유전자 시스템을 자유롭게 설계하는 연구 분야다. 생명과학을 기반으로 공학 기술을 접목했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자연 상태에 존재하지 않거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화학 물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항암제, 난치병 치료제 같은 신약 개발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사람의 신장을 돼지 몸에서 키우거나, 돼지 신장을 원숭이에 이식하는 등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이종(異種) 간 장기 이식 기술도 합성생물학의 주요 연구 분야 중 하나다.
미생물의 유전 시스템을 바꿔 개량한다는 점에서 1990년대 대두된 '대사공학(Metabolic Engineering)'이나 '효소공학(Enzyme Engineering)'과 유사하나 합성생물학은 이들에 비해 비교적 최신 개념이다. 합성생물학은 효소, 유전자 회로, 세포 등 전반적인 생물학적 구성요소와 시스템을 토대로 다양한 생물 매커니즘을 알아낸다.
●감염병 백신·치료
감염병은 인간 혹은 동물 체내에서 증식한 병원체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질환을 말한다. 백신은 이처럼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체에 대항할 수 있도록 인체에 후천성 면역을 부여하는 의약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보급된 mRNA 백신을 포함해 각종 동물인플루엔자 백신 등이 그 예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신종 감염병 등에 대응하기 위해 백신 플랫폼을 확보하겠다고 나섰다. 플랫폼 기술은 mRNA 백신의 기반이 된 ‘mRNA 전달체 시스템'처럼 신제품 개발 및 생산 단계에서 범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말한다.
●유전자·세포 치료
유전자 치료는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특정해 교정하는 치료법이다. 세포치료법은 인공적으로 배양한 세포를 체내에 주입해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를 활용한 암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것이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면역관문 억제제'다.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은 면역세포인 T세포의 면역 활동을 막는 단백질수용체다. T세포가 암 세포를 공격할 때 암 세포는 면역관문을 작동해 공격을 피한다. 제임스 앨리슨 미국 MD앤더슨암센터 교수와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가 개발한 면역관문 억제제는 면역관문 단백질을 억제해 T세포의 암 공격을 돕는다. 면역 세포 자체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만으로 인체 방어력을 높이는 것이다.
항암면역치료제를 연구하는 김지훈 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는 다스쿠 교수가 개발한 면역관문 억제제 '니볼루맘'을 예로 들며 "2014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4년 후인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며 "매우 빠른 시간 내에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혁신적이고 중요한 연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디지털 헬스 데이터 분석·활용
디지털 헬스케어는 일명 'AI의사'라 불리는 의료용 AI, 의료 진단 데이터 플랫폼 등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건강 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특히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유전체 및 바이오 정보를 담은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게 기술 활용 방안 중 하나다. 환자의 혈액이나 소변 등 검체를 확보해 유전체 데이터를 저장한다. 이를 통해 한국인이 취약한 질환에 대응할 신약, 치료제 등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향후 첨단바이오 선도국 수준의 유전자·세포 치료를 위한 확보하는 한편 합성생물학에 기반한 백신 및 신약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제조 공정 시설인 '바이오 파운드리(Biofoundry)'를 구축할 예정이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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