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회’ 여는 김인원 변호사, “관객에 인생의 버팀목 됐으면”
‘산에서 노래부르지 맙시다’ 푯말 걸려 민망한 적도
직접 작사한 ‘레떼의강’, 가수 문희옥과 이중창 예정
“문체부 장관 돼 가곡의 기반 다지고 싶어”
[헤럴드경제=정목희·김빛나 기자] “60살이 넘어서 아리아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노래가 제 인생의 버팀목이 돼 줬던 것처럼 관객분들도 제 노래를 듣고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60대의 테너로 제 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법무법인 대륜 김인원(61) 변호사. 지난 2010년까지 검사로 재직한 뒤 변호사로 활동 중인 김 변호사는 이번에는 ‘성악가’로 변신했다. 그리고 다음달 4일에는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독창회를 가진다. 독창회의 주제는 ‘삶과 노래’. 어릴 때부터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했던 김 변호사에게 음악은 그의 삶 자체이자 인생의 동반자다. 61세의 나이로 아리아를 부르는 것은 그에게 엄청난 도전이라고 한다.
김 변호사는 “전문 성악가들, 평생 성악을 해 온 사람들은 굳이 60세가 넘어서까지도 노래를 부를 이유가 없어요. 하이 C(높은 도)에 대한 공포. 나이가 들면 목소리가 유지가 안 되거든요”라며 “근데 저는 아마추어잖아요. 무식하게 용감한거죠. 하하”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독창회에서 그는 총 12곡의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아리아와 이탈리아 가곡, 그리고 우리나라의 가곡이 섞여있었다. 김 변호사는 “전부 다 한 곡도 제대로 소화하는 것이 힘든 노래들입니다. 어려운 곡들만 부르는 거거든요. 이게 무식하게 용감하다는 증거죠. 아마 전문가들이 보면 눈이 휘둥그레 해질 겁니다”라고 했다.
그중에서는 김 변호사가 직접 작사한 노래도 있다고 한다. 곡명은 ‘레떼의 강’. 잊을 수 없는 첫사랑에 대한 노래라고 한다. 가수 문희옥 씨와 이중창으로 부를 예정이다.
그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외로울 때나 사람은 몰라도 노래만은 내 편이 돼주었다”며 “그래서 독창회 주제도 ‘삶과 노래’라고 지었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제가 노래를 부르면 아내는 시끄럽대요. 그래서 전에는 선택지를 제시하면서 1번 많이 발전했다, 2번 조금 발전했다, 3번 그냥 그대로다, 4번 퇴화했다 중에 골라달라 했더니 5번이래요.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하라네요. 그래서 화장실에서 숨어서 불렀죠”라며 그는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김 변호사는 생각 날 때마다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화장실에서,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산길에서 틈 날 때마다 연습을 했다. “한 번은 집에서 밤에 노래를 부른 적이 있었는데 아파트 1층 게시판에 ‘밤에 노래 부르지 맙시다’ 이렇게 붙어있더라고요. 산에서도 불렀더니 ‘산에서 노래 부르지 맙시다’ 이렇게 푯말이 세워져 있더라고요. 저는 소리가 그렇게 멀리 나가는 줄 몰랐어요”라고 웃었다.
그의 최종 목표는 한국의 문화를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고 한다. 김 변호사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돼서 한국에도 국제 콩쿠르 대회를 열어서, 전세계인들이 한국의 가곡을 부르도록 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이탈리아 가곡은 아름답다 칭찬하면서, 왜 우리나라 가곡은 요즘 사람들이 잘 안 듣는 건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12곡의 독창회 끝에는 앙코르 곡도 준비돼 있다. 그는 “앙코르 곡 1절의 주제는 ‘아름답게 살아가리’이고 2절은 ‘값 있게 살자’라는 의미입니다”라며 “근데 박수가 안 나면 앙코르 곡 못 부르고 그냥 들어가야죠. 곳곳에 박수 부대를 좀 숨겨 놔야겠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가 노래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마음은 사랑이라고 한다. 김 변호사가 부를 노래는 전부 사랑이라는 주제가 담겨있었다. 그는 검사로 재직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잖아요. 처음엔 저도 그 말을 이해 못했지만, 검사 생활 20년 해보니 검사야말로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힘든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노래도 마찬가지에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진정한 성악가가 될 수 없어요. 진심을 담아서 부르지 않으면 요즘 사람들 다 눈치 챕니다”라고 했다.
2019년부터 성악을 배우기 시작해, 변호사 일을 하면서 연습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독창회를 위해 그가 연습한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다른 건 눈에 보이는데 노래 부르는 건, 횡경막을 내려라, 코의 공명을 이용해라라는 말들은 눈에 안 보이니까 처음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라며 “일이 끝나고 퇴근하고 나면 연습할 시간이 별로 없어요. 주로 악보를 보면서 어느 부분을 소리를 강하게 낼지, 힘을 뺄지 등을 연구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의 이력에서는 ‘열정’이 느껴진다. 김 변호사는 2010년 8월 검사직을 사직한 후, 선거에 두차례 출마해 낙선한 경험이 있다. 검사 시절 경험을 녹인 ‘눈 크게 떠도 코 베어 가는 세상’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현재는 법무법인 대륜에서 사기죄, 음주운전, 상해, 협박 등 형사 사건과 횡령, 보이스피싱 사건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억울한 시민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하자는 소명으로 살아왔으며, 이제는 세상에 따뜻한 위로와 사랑을 전하자는 신념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전북 남원 출신으로 사법시험 31회 사법연수원 21기로 인천지검 특수부 검사로 시작해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사법연수원 교수, 법무연수원 교수를 역임했다. 검사 시절 대형 경제사건을 다뤄왔으며 특히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로 재임할 당시 성범죄 관련 사건을 다수 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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