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영상 7달러 내세요” “가짜 뉴스입니다”…비극으로 돈버는 SNS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3. 10. 1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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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7달러 유료 홍보상품
이·팔 검색 시 유료영상 표시
관련 동영상 모두 조회수 급증
EU, X 정식 조사…DSA 첫 사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충돌한 지 엿새째인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심 도시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틱톡이 전쟁비용을 7달러로 낮췄다. 일부 틱톡 이용자는 단 7달러만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옹호·지지하는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했다. 이를 통해 조작된 전쟁장면 등을 담은 ‘가짜뉴스’가 유통되기도 했다. 틱톡을 포함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실제 전쟁의 새로운 전선으로 떠오른 셈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틱톡에서는 최근까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검색할 경우 스폰서 동영상이 노출됐다. 스폰서 동영상은 7달러를 내면 더 많은 사용자에게 노출시킬 수 있는 유료 홍보 콘텐츠다.

포춘은 이 가운데 그래픽 이미지와 잘못된 정보로 가득한 콘텐츠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 스폰서 동영상으로 표시됐다고 전했다.

스폰서 동영상 중에는 ‘아이 온 팔레스타인’(Eye on Palestine)이라는 계정의 사용자가 만든 동영상도 포함돼 있다. 이 영상에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어린아이의 모습과 폭격 이후 도시 풍경과 함께 “이스라엘 때문에 나라와 국민들이 격어야 할 힘든 시기를 헤쳐나갈 힘을 주세요”라는 자막이 담겼다.

틱톡에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전쟁’ 등을 검색하면 수많은 스폰서 동영상이 표시됐다. 해당 영상 게시자 중 대부분은 일반 사용자로 파악됐다.

미국 뉴욕의 대중교통 운영사에서 일하는 조셉 페레츠는 이스라엘을 위해 기도하는 셀카 영상을 홍보하기 위해 틱톡에 7달러를 냈다. 이 영상은 이번 주 초 틱톡에서 ‘이스라엘’을 검색했을 때 스폰서 동영상으로 표시됐다.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약 13만5000회를 기록했다. 그가 평소 올리는 기도 영상 조회수의 경우 500회 미만에 불과하다.

포춘은 틱톡의 스폰서 동영상 기능이 적은 비용으로도 정치적 검색 결과물에서 주목받는 위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틱톡은 스폰서 동영상을 특정 키워드와 연결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예컨대 스폰서 동영상을 올리는 사용자가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을 검색한 사용자에게 자신의 영상이 노출되도록 설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틱톡 관계자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스폰서 동영상도 다른 영상과 마찬가지로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틱톡은 포춘이 관련 기사를 올리겠다고 통보하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검색 결과물에서 스폰서 동영상이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 대행사 ‘AX10’ 최고성장책임자(CGO) 위양페이는 “틱톡 사용자는 단돈 7달러로 수천건의 조회수를 얻을 수 있고 인기 있는 주제에 대한 선전을 퍼뜨릴 수 있는 저렴한 경로를 열 수 있다”며 “자격 증명이 없는 사람이 틱톡의 유료 상품을 사용해 사용자를 조작하고 돈을 쓰는 것만으로 많은 사용자에게 자신의 관점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X(옛 트위터)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여론전의 최전선이 됐다. X는 특히 전쟁에 관한 가짜뉴스가 가장 활발하게 유통되는 창구로 지탄받고 있다.

실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전술핵 공격을 승인했다거나 미국이 80억달러 규모의 이스라엘 지원 방안을 승인했다는 가짜뉴스가 X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미디어나 유명인 계정에만 표시됐던 ‘블루체크’ 마크를 월 8달러를 내는 사용자에게 판매하면서 가짜뉴스가 더 확산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외교정책 전문가이자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 설립자 이안 브레머 회장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허위 정보가 플랫폼 알고리즘에 의해 홍보되는 수준이 정치 과학자로서 그동안 접한 어떤 것과도 다르다”고 꼬집었다.

미국 시민언론단체 ‘미디어도 중요하다’(Media Matters)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 이후 X 프리미엄 서비스 가입자들이 전쟁에 관해 오해할 소지가 있는 영상을 최소 6개 이상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영상 중에는 맥락을 벗어난 내용과 최근 동영상이라고 주장하는 오래된 영상이 포함됐다. 이 영상들은 이미 수백만건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은 X에서 이스라엘·하마스에 관한 가짜뉴스가 확산하고 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조치는 EU 집행위원회가 지난 8월 시행된 디지털서비스법(DSA)을 근거로 규제에 나선 첫 사례로 꼽힌다. DSA는 온라인상에 불법·허위 콘텐츠가 유포되는 상황을 방치한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X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제대로 된 답변과 정보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일일 전 세계 매출액 가운데 6%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X 관계자는 “지난 며칠간 분쟁지역에서 X의 일일 활성 사용자가 증가했고 전 세계적으로 5000만개 이상의 게시물이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공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사건이 빠르게 전개되면서 전사 경영진은 지금이 최고 수준의 대응이 필요한 위기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틱톡·X뿐만 아니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 가짜뉴스를 확산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고든 페니쿡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교수는 “중요한 사건이 발생하고 정보가 필요할 때마다 잘못된 정보가 산불처럼 퍼지는 것을 목격한다”며 “우리는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잘못된 정보에 대한 저항력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상자는 현재 1만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1천300여명, 부상자는 3천200여명에 달한다.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는 1500여명, 부상자는 6900여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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