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랜더 왜 안 잡았어? 끔찍한 다저스, 로버츠 잘못 아니다" LA 언론은 프런트 '저격'
[OSEN=이상학 기자] LA 다저스의 가을 악몽이 재현됐다. 매년 가을마다 투수 교체나 용병술이 도마 위에 올랐던 데이브 로버츠(51)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렸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앤드류 프리드먼(47) 야구운영사장을 비판하는 의견이 더 크다. 지난겨울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FA 시장에 나온 ‘빅게임 피처’들을 영입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저스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2023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3차전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2-4로 패했다. 1차전 2-11, 2차전 2-4 패배에 이어 3차전까지 리드 한 번 못 잡고 3연패 스윕을 당했다. 정규시즌 100승 팀이지만 84승에 그친 애리조나에게 믿기지 않는 업셋을 당한 것이다. 3년 연속 정규시즌 100승을 거두고도 90승 미만 팀들에게 업셋의 희생양이 됐다.
미국 ‘LA타임스’의 베테랑 칼럼니스트 빌 플라스키도 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날 칼럼을 통해 ‘다저스가 철푸덕 넘어지며 굴욕적인 스윕을 당했다’며 ‘부유하고 재능 있는 다저스가 또다시 포스트시즌에서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한 채 무너졌다. 프랜차이즈 역사의 근간이 흔들린다. 지난해 10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1라운드 굴욕을 당했는데 올해 10월에는 더 심각하다. 다저스보다 16승 적고, 160득점이 적은 애리조나에게 졌다. 잔인하게 스윕 폭격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어 ‘2년 연속이자 최근 5년 중 3번째로 정규시즌 100승 이상 거두고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패했다. 2006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탈락했다. 이건 역사적인 일이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 1위에서 최악으로, 100승에서 0승으로, 위대함에서 끔찍함으로 계속 반복하고 반복했다’며 ‘다저스의 마지막 풀시즌 우승은 35년 전(1988년) 일이다. 지금은 바보의 황금기처럼 느껴진다. 10월의 모든 붕괴가 놀랍지만 지난해 부끄러움에서 배운 게 있는 것처럼 보였던 올해의 실패가 더욱 충격적이다. 더 집중하고, 똘똘 뭉쳐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로버츠 감독에 대해 플라스키는 ‘(3회 홈런 4방을 허용한) 랜스 린을 빨리 내리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면서도 ‘모든 팀이 무너질 때마다 그렇듯 절망한 팬들은 앞으로 몇 주 동안 누군가 비난할 대상을 찾느라 시간을 보낼 것이다. 과거에는 쉽고 적절한 표적이 로버츠 감독이었다. 그는 불펜 관리를 제대로 못했고, 라인업을 엉망으로 만들며 팀을 이길 수 있는 위치에 올려놓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아니다’고 옹호했다.
사실 로버츠 감독 입장에선 어떻게 손 써볼 틈도 없는 시리즈였다. 1차전 클레이튼 커쇼(⅓이닝 6실점), 2차전 바비 밀러(1⅔이닝 3실점), 3차전 린(2⅔이닝 4실점)이 3회도 못 버티고 강판됐다. 선발 평균자책점 25.07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믿었던 무키 베츠가 11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타선도 팀 타율 1할7푼7리(96타수 17안타)로 막혔다. 3경기 모두 2점씩 총 6득점에 그쳤다. 3차전 린의 교체 타이밍이 늦은 것을 빼면 투타에서 감독이 뭔가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플라스키의 저격 대상도 로버츠 감독이 아니라 프리드먼 사장이었다. 플라스키는 ‘로버츠 감독은 가진 것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에겐 선발투수가 없었는데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다. 로스터를 구성한 프리드먼 사장 책임이다. 2년 연속 7이닝 선발투수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조직 원칙에 의존해 강력한 에이스를 배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훌리오 유리아스의 법적 문제나 더스틴 메이, 토니 곤솔린의 팔 부상 문제는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재활한) 워커 뷸러가 준비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알아야 했다. 어깨가 아픈 커쇼에게 계속 짐을 짊어지게 해선 안 됐다’며 ‘다저스는 올겨울 오타니 쇼헤이 영입을 위해 지난겨울 FA 시장에 나서지 않았다. 시즌을 바꿔놓은 큰 실수였다. 뉴욕 메츠로 간 벌랜더 영입을 위해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네이선 이볼디(텍사스 레인저스), 크리스 배싯(토론토 블루제이스) 영입도 가능했지만 다저스는 노아 신더가드를 제외하면 한 명도 영입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벌랜더는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ALDS 1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하며 휴스턴의 ALCS 진출에 발판을 마련했다. 이볼디도 와일드카드 시리즈, ALDS 2경기 모두 승리하며 13⅔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1.32로 호투했다. 텍사스도 ALCS에 올랐다. 한 경기를 확실히 책임질 수 있는 빅게임 피처들이 시장에 나온 지난겨울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반면 다저스가 거의 유일하게 영입한 선발 신더가드는 다저스에서 12경기 1승4패 평균자책점 7.16으로 최악의 피칭을 한 뒤 7월말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로 트레이드됐다.
계속해서 플라스키는 ‘시즌 중반이 되자 다저스는 선발이 누군가 필요했고, 트레이드 마감일에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노렸다. 하지만 로드리게스는 트레이드 거부권을 포기하지 않았고, 다저스의 마감일 구세주는 홈런왕 린으로 밝혀졌다’며 ‘다저스는 리그 최고 불펜진에 의존해 대부분 이닝을 소화하면서 우승을 노려야 했다. 로버츠 감독이 인정했듯이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니었다’고 선발투수 보강에 실패한 점을 저격했다. 린은 다저스 이적 후 4연승을 달리는 등 11경기 7승2패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했지만 빅게임 피처는 아니었다. 정규시즌 양대리그 통틀어 최다 44개의 홈런을 맞았고, 포스트시즌 사상 첫 한 이닝 4피홈런의 불명예를 썼다.
2020년 다저스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로 큰 경기에 강한 거포 유격수 코리 시거(텍사스)를 잡지 않은 것도 지적한 플라스키는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NLDS 2차전은 매진으로 발표됐지만 구장에 빈 좌석이 생기는 등 다저스는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팬들은 다저스의 조직 철학에 지쳤다. 이런 실패의 반복은 견디기 힘들 정도다. 무언가 변화하지 않으면 다저스는 지역 사회에서 사랑받는 팬덤을 잃게 될 것이다’며 ‘그 무언가는 로버츠 감독이 아니다. 프리드먼 사장 쪽에 있다. 그는 그걸 찾아서 고쳐야 한다’면서 프런트의 변화를 촉구했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