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폭력 등 전과 4600명도 현충원 안장...선정 기준은 ‘깜깜이’

김명진 기자 2023. 10. 1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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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국립묘지에 안장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뉴스1

최근 5년간 4600여명이 생전 성범죄·사기·마약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도 대전현충원 등 주요 국립묘지에 안장된 것으로 집계됐다. 법은 이런 범죄자의 경우 국가유공자라도 심의에 따라 ‘예외적’으로만 안장을 허용토록 규정하는데, 국가보훈부는 내부 심의 기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13일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국가보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 8월 말까지 국립묘지 안장 신청을 한 금고형 이상 전과자 6315명 가운데 4623명이 안장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안장 대상으로 결정됐다.

10명 중 7명꼴로 범죄 전력이 있는 자가 국립묘지에 안장된 것이다. 특히 순국선열, 애국지사, 정부 주요 요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최고 영예의 국립묘지인 대전 현충원에서만 같은 기간 1139명의 전과 경력자가 안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생계형 범죄가 아닌 마약, 강제추행, 사기 등의 범죄 전력자도 포함됐다. 사기 271명, 횡령 166명, 배임 43명, 마약·대마관리법 위반 23명, 강제추행·성폭력 범죄 12명 등이다.

국립묘지법에 따르면,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사람은 원칙적으로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 다만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국립묘지의 영예성(榮譽性)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전과 경력자의 안장 여부를 결정하는 안장대상심의위원회는 위원장인 보훈부 차관과 정부위원 6명, 12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되고 있다. 그러나 보훈부는 안장심의위원회의 민간위원 명단과 회의록, 내부 심의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외부 압력 또는 청탁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최근 5년간 국립묘지 안장 심의 문제로 청구된 행정소송, 행정심판 각각 46건, 211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민국 의원은 “현충원 안장은 국가유공자분들에게는 최고의 영예이자 예우인 만큼 한치의 논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국가보훈부는 법무부 등과 협의를 통해 죄질의 경중 등을 따져 계량화된 안장 심의 기준을 만들어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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