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 절로 드는 밈
퍽퍽한 일상을 달래고 건강한 애국심을 고취하는 국뽕 밈에 대하여.
상온 초전도체 붐은 밈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석배 대표가 졸업한 고려대학교에서는 학교를 찬양하는 온갖 밈을 쏟아냈다. 또 "조 바이든이 자신의 성씨를 풍양 조씨라고 밝혔다"라는 밈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는 모두 대한민국을 찬양하는 인터넷 밈이다. 지난 8월 18일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과학 저널 '네이처’가 LK-99는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발표한 뒤 인기가 시들긴 했지만, 상온 초전도체 밈이 준 유쾌한 웃음은 아직 남아 있다.
상온 초전도체 밈은 '국뽕 밈’이라 불리는 인터넷 밈에 속한다. '국뽕’은 국가와 마약 히로뽕(필로폰)의 합성어다. 마약에 취한 듯 과도하게 애국심에 빠져서 대한민국을 무조건적으로 찬양하는 분위기를 비꼬는 단어다. 비슷한 의미를 지닌 '쇼비니즘’이라는 단어도 있지만, 뜻이 어려운 데다 국뽕만큼의 임팩트가 없어서 잘 쓰이지는 않는다.
국뽕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다.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유튜브를 제작해 돈을 버는 이들을 비꼬는 말인 '국뽕 유튜버’가 그 예다.
가장 유명한 국뽕 밈은 '두 유 노?’다. '두 유 노?’는 한국 문화가 덜 알려졌던 시절 생겨났다. 톰 크루즈 등 해외 스타가 방문할 때마다 기자가 "두 유 노 김치?" 등의 질문을 하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문화적으로는 덜 알려졌다는 열등감이 "두 유 노 ~~?"를 만든 셈이다. 해외 스타가 질문에 해당하는 무언가를 안다고 하는 순간 기사는 뚝딱 완성된다. 이 기사를 접한 독자들은 대한민국에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
이제 "두 유 노?"는 잘 쓰이지 않는다. 싸이, BTS 등을 통해 K-팝이 유행하며 한국 문화가 글로벌화했기 때문. 무턱대고 "두 유 노?"라고 질문하는 일도 드물어졌다. 이제 공식 석상에서 "두 유 노?"라고 묻는 것이 민폐일 정도다. "두 유 노?"는 이제 두 유 노 클럽 밈으로만 남았다.
초기 클럽 밈은 독도나 김치맨 등 정부의 피상적인 문화정책을 풍자했다. 하지만 이제는 애국심을 바탕으로 한 놀이가 되었다. 한국에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등장할 때마다 외국인에게 "두 유 노 ~~?"라고 묻는 상황을 가정하고, 그 대상을 두 유 노 클럽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인터넷 밈이 제작된다. 두 유 노 클럽에 있는 유명 인사를 나열하면 이 밈이 대강 어떤 것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야구선수 류현진, '강남스타일’의 싸이,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축구선수 박지성과 손흥민, LoL(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 페이커,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블랙핑크와 BTS 등의 글로벌 아이돌과 피아니스트 조성진까지! 유명하면 누구든 두 유 노 클럽에 가입된다. 물론 이석배 대표도 발명에 성공했더라면 두 유 노 클럽에 포함됐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인터넷 밈이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뽕은 더 이상 국수주의가 아닌, 안전한 애국심이기 때문이다. 국뽕이 희화화되기 시작한 것은 '주모’라는 단어와 합해지면서부터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즈음 '주모 국뽕 한 사발 주소’라는 인터넷 밈이 유행했다. 국뽕은 소주와 비슷한 성향인 듯하다. 술에 취한 다음 날 약간의 숙취와 함께 일상을 지내는 것처럼, 국뽕은 잠깐 무해한 애국심을 가지고 살다가 어느 순간 잊어버리면서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가기 때문. 싸이부터 초전도체까지 이어지는 국뽕 밈은 자칫 위험해질 수 있는 애국심을 중화하고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는 놀이 도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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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나무위키 스브스뉴스 엠빅뉴스 유튜브
김경수(@인문학적개소리) 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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