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란' 김창훈 감독 "칸 영화제→송중기 노개런티 출연, 꿈 같죠"[★FULL인터뷰]

[스타뉴스 | 김나연 기자]

'화란'으로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디딘 김창훈 감독이 어둠 속에서 실낱같은 빛을 찾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화란'의 연출을 맡은 김창훈 감독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 분)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 분)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느와르 드라마.

개봉을 하루 앞두고 만난 김창훈 감독은 "많이 떨리고, 두려움 반, 설렘 반인 것 같다. 관객분들도 많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매일 '화란'을 검색해보고, 어떤 반응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창훈 감독은 '화란'의 시작점에 대해 "'화란' 시나리오를 처음 쓰게 될 때 금전적으로, 환경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모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글을 썼다"며 "어른들을 통해서 많은 일을 겪었는데 주변의 어른들이 나를 어떻게 대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영향에 의해 휩쓸리면서 내린 선택이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더라. 그게 나한테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의 직접적인 경험은 아니지만, 그 외에 사회적으로 살다 보면 정신적인 폭력을 경험할 때가 많다. 그런 경험을 통해서 폭력이라는 게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겪은 게 있다. 폭력 속에서 한 개인의 변해가는 과정도 봤고, '화란' 속 캐릭터는 저의 직, 간접적인 변화를 통해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첫 장편 연출을 맡은 김창훈 감독은 "이전에도 장편 시나리오를 여러 편 썼는데 '화란'이라는 시나리오를 쓰고, 한재덕 대표님이 발견하셔서 저를 건져 올려주셨다"며 "글을 쓰는 것과 글을 영화로 구현하는 게 정말 다르다는 걸 느꼈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게 힘들었다. 훌륭한 스태프들과 배우들 덕분에 많은 얘기를 나눴고, 도움을 받으면서 완성했다. 내 머릿속의 비전을 구현하면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비전을 구현하는 방식은 소통이라는 걸 많이 배웠던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김창훈 감독은 죽어있던 글을 살아 숨 쉬게 만든 배우들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오디션을 통해 만난 홍사빈에 대해서는 "오디션을 봤고, 사진을 먼저 접했는데 이미 알려진 배우들과 다른 묘한 느낌을 받았다. 연규 같은 경우에는 알려지지 않은 얼굴이었을 때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오디션을 봤을 때 이 친구가 대사를 뱉는 방식 자체가 힘을 주지 않고 하는데도 공기를 장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자마자 '연규다'라고 직관적으로 느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있었다.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공기를 장악하는 방식이 나중에 변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더 잘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화란'을 통해 데뷔하게 된 김형서(비비)에 대해서도 밝혔다. 김창훈 감독은 "김형서 배우는 가수 비비로서 익히 알고 있었고, 그 친구가 공연이나 뮤비에서 보여준 모습이 에너지가 강렬했다. 배우를 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었고, 나중에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화란'을 통해 만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얀이라는 인물이 어리지만, 내면은 굉장히 단단한 인물이다 보니까 (김형서와) 시너지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재덕 대표님도 비비의 그런 모습을 보시고, '이 배우는 뭘 해도 할 것 같다. 리스크를 안더라도 해봤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하셨다.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를 본능대로 한다고 느꼈다. 자기화 시켜서 표현하고, 정제되지 않았는데 톡톡 튀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불안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인데, 첫 테이크를 본 뒤 불안감이 날아가버렸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직 중간보스 치건을 연기한 송중기는 좋은 작품을 같이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노개런티 출연을 결정해 화제를 모았다. 김 감독은 "(송중기) 선배님이 출연하신 것도, 칸 국제영화제에 간 것도, 또 개봉을 한 것 자체로 꿈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값진 경험"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배님이 처음에 출연을 해주시겠다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 꿈에도 나왔다. 일정이 안 되셔서 갑자기 출연이 불발되는 악몽도 꿨다. 설레면서도 불안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늘 선배님과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기존 이미지보다는 서늘하고 가려져 있는 모습을 극대화하면 어떨까 하는 욕망도 있고, 사실 '화란'은 선배님 덕분에 출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 감독은 "선배님도 치건이라는 역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든 순간에 진심이셨던 것 같다"며 "배님과 촬영 시작 전부터 얘기했던 게 치건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미 이 사람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인 삶이고, 욕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필요한 행동만 한다. 허무함과 공허함으로 가득 찬 인물이기 때문에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치건답지 않겠냐는 얘기를 했다. 촬영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도 했지만, 선배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방향을 잘 잡아갔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화란'이라는 작품 자체가 꿈처럼 느껴진다는 김창훈 감독이다. 특히 데뷔작으로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데 대해 "초등학교 때부터 영화감독이 꿈이었다. 머리가 크고 칸 국제영화제가 가장 위상이 높은 영화제라는 걸 알게 된 때부터는 가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만 했는데 진짜 이뤄진 순간이다 보니까 순간적으로 감각이 사라지는 것 같더라. '진짠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기쁘다가 혼자서 소리를 지르다가 울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순간을 회상하기도. 그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가 많지는 않았다. 상상 속에서 살던 아이였다. 그래서 장난감 같은 걸 가지고 스토리를 상상하면서 가지고 놀았던 것 같다. 어머니도 영화를 좋아하셨고, 극장에도 자주 데려가 주셨다"며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것들이 구현될 수 있다니. 그럼 난 영화감독이 될래'라고 생각했던 것을 시작으로 꿈을 키웠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가 좋은 이유에 대한 답은 아직도 못 찾았다. 그냥 너무 좋고, 재밌다. 영화를 보다 보면 몰랐던 세계, 미처 알지 못한 감정들을 알게 되는 것도 좋지만 영화계의 마스터들이 영화 자체를 가지고 노는 순간들이 있다. 기존의 영화들을 비틀어서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는 과정을 보는 것도 즐겁고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만드는 게 너무 재밌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시나리오를 쓸 때가 가장 즐겁다. 게임 중독에 걸리면 자기 전까지 게임하다가 눈 뜨자마자 게임을 한다고 하지 않나. 저도 마찬가지다. 그때 '내가 진짜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범죄 영화, 느와르 장르를 좋아한다는 김창훈 감독은 "범죄를 다뤘을 때 좋은 이유는 범죄만큼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극단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건 없다. 사실 인간이 살면서 극단적인 감정을 품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범죄를 통해서는 우리가 쉽게 찾지 못했던 감정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또 어떤 파장을 일으킨다. 전 그 부분에 관심이 많았다"며 "차기작도 범죄 느와르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김창훈이라는 색깔 하나만을 가지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삶이라는 게 빛과 어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빛이 비치기를 바라고 살아가지만, 어둠이 더 많을 때가 많다. 그러나 이 어두운 순간이 없으면 실낱같은 빛이 비쳤을 때 그 빛의 가치를 우리가 알 수 있을까"라며 "그래서 어두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거다. 그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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