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레바논서 백린탄 사용…민간인 인명피해 심각"-HRW

장기·뼈 녹여 극심한 고통·후유증 유발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12일 공개한 사진으로 지난 11일 이스라엘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백린탄이 가자지구 상공에서 폭발하고 있다. (엑스 'Human Rights Watch' 갈무리) 2023.10.12.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레바논 등지에서 이른바 '악마의 무기'로 알려진 백린탄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로이터·아나둘루 통신에 따르면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12일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항구와 레바논 접경에서 백린탄을 사용해 민간인 부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휴먼라이츠워치가 입수한 영상에는 지난 10일과 11일 각각 레바논 접경지와 가자지구 항구를 향해 발사된 백린탄이 여러 차례 공중에서 폭발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들은 이스라엘군이 사용하는 155㎜ 백린탄이 이번 포격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했다.

백린탄은 본래 연막 목적으로 사용되는 조명탄이지만, 살상용으로 사용될 경우 살점을 파고 들어 주요 장기와 뼈를 녹일 정도로 극심한 인명피해를 낳는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인구밀도가 높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백린탄을 사용해 민간인을 불필요한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를 금지한 국제 인도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백린탄 사용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스라엘군은 2008년 12월 가자지구에 공세를 퍼부을 때 유엔 난민구제사업국 학교에도 백린탄을 쏘아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이를 의식한 듯 2013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공세 때 썼던 백린탄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군사시설 공격을 위한 백린탄 사용도 중단할지 여부에 대해선 함구했다. 백린탄을 연막 및 조명탄이나 군사시설을 태우는 소이탄으로 사용할 경우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생·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한 제네바협약에서 백린탄이 제외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특정 재래식무기 금지협약에서 백린탄은 소이탄으로 분류돼 민간인 및 시가지 내 군사 목표물에 대한 사용이 엄격히 금지된다. 이스라엘은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