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가 ‘명품 신문’ 광고를 고집하는 이유는…
세계 유력 매체 선정, 명품에 적용되는 ‘희소성’ 부여
요즘 MZ세대의 성향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홀로’ ‘단독으로’ ‘나만의’ 같은 단어입니다. 단체보다는 개인적 행복이나 개성을 중시한다고들 분류하는데요. 집단 문화를 중시하는 조직에선 항상 긍정적인 의미만을 띠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조직 생활을 하면서 ‘단독’ ‘나홀로’ 같은 단어가 박수받을 때가 있습니다. 바로 기자 사회에서인데요. 남들이 알지 못한 정보를 획득해서 ‘단독으로’ 세상에 터뜨릴 때입니다. 남이 따라 하지 못하는 것, 남들과는 차별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지요. 그런 ‘단독’이 한둘씩 쌓이게 되면 신뢰도와 영향력에서 차이가 나게 되고, 그 덕분에 정보가 집중되기도 합니다. 단독이 단독을 부른 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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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자 신문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조선일보 구독자 분이라면 지면을 넘겨보면서 ‘이게 뭐지’하고 잠깐 멈추셨던 분이 계실 겁니다. 두 페이지에 걸쳐 푸른 바다 혹은 수영장을 찍어 놓은 듯한 지면입니다. 햇빛에 반짝이는 수면인 듯 보이긴 하는데, 이 광활한 지면을 두고 무얼 말하려는 지 의아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눈썰미가 매우 좋다면 그 바닷물 표면과 어우러지며 살짝 드러나는 동그란 실루엣에 ‘9.9.23′이란 글자를 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더 자세히 보다 보면 원형 외부에 톱니바퀴 같은 모양이 둘러져 있고 ‘S’라는 영문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날 티저 광고가 게재된 신문이 배포된 이후 온·오프라인에선 ‘저것이 무슨 내용이냐’에서부터 ‘드디어 나오는 것이냐’는 반응 등이 천차만별이었습니다. 특히 들썩인 건 시계 마니아들이었지요. 그 실루엣의 정체를 해석하면서, 요즘 유행어로 ‘큰 거 온다’는 반응이 상당했습니다. S라는 글자에서 지난해 오메가와 협업으로 화제를 일으킨 스와치 시계라는 것을 유추해 냈기 때문이지요. 그 위에 ‘협업’을 뜻하는 ‘X’도 쓰여 있었고요. 오메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문워치(달 탐사에 이용됐던 시계)와 협업해 ‘문스와치’를 발표했던 터라 이번엔 오메가의 또 다른 대표작 씨마스터와 협업할 것 같다는 의견도 보였습니다. 올해 씨마스터가 75주년을 맞기에 기념하기에도 적절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원형을 둘러싼 톱니바퀴 같은 모양에서 시계 크라운(용두·태엽을 감거나 시각을 조정하는 것)을 유추해내고, 그 모습이 스와치 그룹의 고가 시계인 블랑팡과 닮았다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연쇄 반응이랄까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계 전문 매체와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시시각각 의견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사흘 뒤 스와치 그룹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가의 다이버 워치로 유명한 블랑팡과 스와치 시계와의 협업을 공식화했습니다. 블랑팡은 현대적인 다이버 시계를 처음으로 정립한 브랜드로 잘 알려졌지요. 블랑팡의 기념비적인 다이버 워치인 ‘피프티 패덤즈’ 70주년을 기념해 ‘블랑팡X스와치 피프티 패덤즈’를 출시한 것입니다. 수천 만 원짜리에 엄청난 기술력이 필요한 다이버 워치를 50만원대 시계로 구현했다고 하니 출시 전부터 팬들이 들썩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블랑팡은 올 초 피프티 패덤즈 70주년을 기념한 한정판을 발매하면서, 제품 모양이 알려지기도 전에 온라인 예약 판매로 매진시킨 바 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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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스랑팡’ ‘블랑치’라는 애칭으로 불린 이번 협업의 전면 광고는 전 세계 유력 매체의 종이 신문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오메가X스와치 ‘문스와치’ 협업 당시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스와치 그룹에서 정확한 매체 이름과 숫자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LVMH(루이비통모엣헤네시) 그룹에서 투자한 시계 전문 매체 호딩키는 “미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LA 타임스 등 전 세계에서 각국을 대표하는 신문 총 41개 매체에만 실렸다”고 밝혔습니다. 스와치 그룹 본사가 선정한 글로벌 톱 41개 매체 안에 조선일보도 포함되는 것입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품고 있을 때 이런 기분일까요. 이번 광고 역시 지난해 문스와치와 마찬가지로 스위스 본사에서 조선일보 광고국 측과 직접 진행했습니다. 특히 해외 시계 브랜드를 취재하다 보면 지정 기한 전까지 ‘기밀 누설 금지’ 서약서를 자주 쓰곤 하는데요, 스와치 그룹을 담당하는 광고국 최지희 대리에게도 광고 시안과 함께 ‘외부 유출 금지’를 당부하는 영문 이메일이 도착한 것이지요. ‘단독’ ‘극소수’라는 위치에 맞는 ‘임무’를 수행할 때 따라붙는 책임감이기도 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고가 명품 브랜드들은 모두 온라인 매장을 강화하고 디지털 광고를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수천만원이 넘는 초고가 시계도 상당 제품은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에르메스 같은 고급 패션 브랜드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특수 보안 업체의 배송을 통해 편안하게 안방까지 배달받을 수 있지요.
그런데도 전통적인 종이 매체인 신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구매력 있는 독자 대상’이라는 마케팅 법칙을 차치하고라도, 명품에 적용되는 ‘희소성’을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스와치 그룹이 전 세계 41개 매체만 선택했듯, 그 과정에서도 공신력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과거 명품의 특성으로 꼽혔던 희소성과 배타성이 점점 희석되고 ‘명품이 더 이상 명품으로 보이지 않는’ 시대에 ‘독점’ ‘단독’ 등은 호기심을 유발하고 차별성을 주기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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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러기지 브랜드 리모와 역시 올해 125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 5개 매체를 선정해 특별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아시아를 대표해선 일본, 중국도 아닌 한국의 조선일보가 단독으로 꼽혔습니다.
기획 기사 역시 ‘단독’으로 진행됩니다. 이번 조선일보 ‘더부티크’에는 영국 전통 고급 패션 브랜드 버버리 신임 CEO 인터뷰를 단독으로 성사했는데요. 167년 역사의 브랜드가 자신만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명성을 확대하고, 위기를 극복하면서 다시 거듭나는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매달 1~2회씩 발행되는 발간에 맞춰 글로벌 CEO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티스트의 ‘단독’ 인터뷰를 거의 매회 싣고 있습니다.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오로지 조선일보 ‘더부티크’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뉴스입니다.
단독정보이긴지만, 협력과 협업은 필수입니다. 각 브랜드 담당들을 비롯해 회사의 여러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협업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 무엇보다, 독자분들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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