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무장단체 편든 트럼프 "헤즈볼라는 똑똑,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멍청"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연대하는 헤즈볼라는 매우 똑똑하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멍청하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하마스와 연대하는 헤즈볼라를 칭찬하고 이들의 공격에 맞서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판해 도마에 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지만 당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 웨스트팜 비치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면서 "이틀 전 바이든 정부의 안보 담당자들이 '헤즈볼라가 북쪽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길 희망한다. 그곳은 가장 취약점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을 봤다"며 "헤즈볼라는 매우 똑똑하다. 그들은 모두 매우 똑똑하다(very smart)"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을 "멍청이(jerk)"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1월 미국이 드론 폭격으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살해한 일을 언급했다. 그는 "나는 네타냐후가 우리를 실망시킨 것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우리와 작전을 함께 하기로 돼 있었고 수개월간 계획과 작업이 이뤄졌다. 모든 것이 준비돼 있었는데 그 일(솔레이마니 살해)이 있기 바로 전날 밤 이스라엘로부터 공격에 불참한다는 전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그 일로 매우 실망했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완벽한 정확도로 그 일을 스스로 해냈는데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약칭)는 그 공을 챙기려 했다"고 전했다.

솔레이마니는 이란의 역내 세력 확장을 이끈 군부 실권자로 2020년 1월 3일 이라크를 극비에 방문했다가 바그다드 공항 근처에서 무장 무인기를 활용한 미국의 표적 공습에 사망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임박한 위협에 맞서 방어 차원에서 솔레이마니를 제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의 발언에 미 정치권 인사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에는 흔들림이 없다"며 "이스라엘 파괴를 기도하는 테러리스트를 칭찬하기에 좋은 때는 결코 없다"고 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언론 담당 부보좌관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해 "위험하고 제정신이 아니다"라면서 "지금은 이스라엘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순수한 악에 맞서 싸울 때"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내년 대선 공화당 경선 레이스에 나선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일반인은 물론이거니와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지금 우리의 친구이자 동맹인 이스라엘을 때리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주자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헤즈볼라는 똑똑한 게 아니라 사악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트럼프 캠프는 "똑똑하다는 것이 착하단 말은 아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격 취약점을 밝힌 바이든 정부가 얼마나 무능한지 분명하게 지적한 것"이라고 전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