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대어’ 롯데손보 주가 2배 상승… 금융지주 발 빼는데

진상훈 기자 2023. 10. 1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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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보, 최근 한달 만에 61% 상승
금융지주사는 몸값 거품 이유로 발 빼
매각 희망가 3조…IB업계선 1.2조~2조 거론
(롯데손해보험 제공)

롯데손해보험이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최근 1개월여 동안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보험사 인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등 매각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몸값만 지나치게 뛰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전날 28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최근 한 달 만에 60.9% 뛴 수치로, 같은 기간 전체 상장 보험사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저점이었던 지난 3월 27일 주가 1371원과 비교하면 107.9% 상승했다.

올해 들어 줄곧 1800원대를 넘어서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롯데손보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중순 매각 추진 소속이 전해진 이후부터다. 롯데손보의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가 매각 주관사 선정에 돌입했다는 소식에 주가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한동안 강세를 이어갔다. 최근 조정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매각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돼 주가는 최근 4년 기준으로 가장 높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매각 희망 가격을 2조7000억원에서 3조원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약 9000억원 수준인 롯데손보 시가총액의 세 배가 넘는 규모다. 롯데손보 매각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한 것도 최대 주주가 희망한 가격대로 매각이 이뤄질 경우 주가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었다.

다만, IB업계와 금융 시장 등에서는 롯데손보의 매각이 성공적으로 진행될지 속단하기 힘든 상황에서 주가만 지나치게 과열돼 있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대형 지주사들이 최근 잇따라 발을 빼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롯데손보 매각에도 다소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태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8월 한 행사에서 비은행 금융사 인수 계획에 대한 질문에 “증권사 인수는 추진하겠지만, 보험사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역시 “인수할 만한 손보사 매물이 안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지주사들이 최근 보험사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기업 가치에 비해 높아진 몸값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진 회장은 “올해 보험사 이익이 급증한 것은 회계 제도 변경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보험사 몸값이 너무 높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정서희

롯데손보의 기업 가치가 올랐다고 평가하기도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1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이익(65억원)에 비해 급증했지만, 이는 새 회계 기준인 IFRS17의 도입에 따른 장부상 수치일 뿐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의 인수 첫해인 2019년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512억원, 2020년에는 242억원의 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2021년에는 대규모 자산 매각으로 1199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631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보험업종 특성상 단기간에 실적을 개선하기 어렵고 최근 보험 시장이 일부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자금이 넉넉한 대형 금융지주사도 약 3조원의 몸값을 치르고 인수를 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SK증권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2조7000억원에서 3조원 사이로 거론되는 롯데손보의 예상 매각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해도 높은 수준이다”라며 “단순히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해도 대략적인 몸값은 1조2000억원에서 2조원 정도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롯데손보 측은 최근 장기보장성 보험을 중심으로 보험 포트폴리오를 개편 중이며, 재무 관리도 보험계약마진(CSM)을 늘리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회계 기준에 맞춰 장기적인 실적 개선 기반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약 3조원에 이르는 예상 매각 가격도 확정된 수치나 잠정치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대 주주 측은 합리적인 가격을 치르고 회사를 잘 이끌어 줄 만한 인수자를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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