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류라는 종은 없다’니… 과학은 때로 얼마나 공허한가[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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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보다 나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없다." 지난해 국내 최고 베스트셀러로 꼽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곰출판)를 쓴 미국의 과학 전문 기자 룰루 밀러는 '네이밍 네이처'라는 원제로 잘 알려진 '자연에 이름 붙이기'에 이런 찬사를 남겼다.
과학자인 부모님 곁에서 실험용 생쥐와 놀고 생명의 세계에 매혹된 저자가 '자연계의 질서'를 확립하고 온갖 생물에 이름을 부여하는 분류학의 세계로 뛰어든 게 책의 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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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 계숙 윤 지음│정지인 옮김│윌북
“이 책보다 나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없다.” 지난해 국내 최고 베스트셀러로 꼽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곰출판)를 쓴 미국의 과학 전문 기자 룰루 밀러는 ‘네이밍 네이처’라는 원제로 잘 알려진 ‘자연에 이름 붙이기’에 이런 찬사를 남겼다. 인간의 편협한 시선과 어설픈 확신으로 자연을 재단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로 공감을 산 자신의 세계관이 여기서 기원했다고 고백하면서다. 이 책을 쓴 저자의 이름은 캐럴 계숙 윤. 다소 친숙한 이름에서 느껴지듯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알아야 할 점은 뉴욕타임스 과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진화생물학자인 저자가 평생을 자연에 질서를 부여하려던 관찰자였다는 것이다.
과학자인 부모님 곁에서 실험용 생쥐와 놀고 생명의 세계에 매혹된 저자가 ‘자연계의 질서’를 확립하고 온갖 생물에 이름을 부여하는 분류학의 세계로 뛰어든 게 책의 시발점이다. 모든 생명을 포괄하는 계층 구조를 구축하고 동물과 식물을 무리 짓는 복잡미묘한 방식을 설명해 보려는 시도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기반을 다지고, 스웨덴의 ‘과학적 분류의 아버지’란 이름을 얻은 칼 린나이우스가 짓고 기술의 발전으로 완성된 분류학을 자신이 신봉하던 ‘엄밀한 과학’으로 소개하려던 것이다. 실제로 책은 찰스 다윈으로 촉발한 진화론과 분류학의 투쟁의 역사를 다루며 분류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분류학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과학에 대한 저자의 믿음이 흔들리는 게 책의 묘미다. 저자는 과학이 생명의 세계를 분류하고 명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도, 유일하게 타당한 방법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분히 분류학적 관점에서 물고기의 기원을 따져 올라가면 ‘어류라는 종은 없다’는 분류학자들의 정의가 얼마나 공허한지를 말한다. 자연에 이름을 붙인다는 위대한 행위의 답은 추상적인 과학 실험실이 아닌 문화적·철학적 인지를 통해 쌓아 올려 온, 모든 생물이 가지고 있는 각자만이 지각할 수 있는 세계인 움벨트(Umwelt·주변 세계)에 있음을 강조하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살고 있는 태평양 북서부는 빗물이 넘치는 시내와 바다와 물고기, 물고기, 물고기들의 땅이다.” 438쪽, 2만2000원.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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