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이럴까” 자책할 때 “나도 그래” 손잡아준다면[작가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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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성인이 된 지 오래지만 아직도 스스로가 어린아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는 임솔아의 두 번째 장편이다.
괜찮다는, 혹은 더 나아지고 좋아질 거라는 허울뿐인 말보다는 나도 그런 적이 있다는 담담한 고백.
스스로가 무력한 어린아이처럼 느껴질 때, 누군가 다가와 "나도 지금 거기에 있어"라고 말할 때 드는 감정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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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성인이 된 지 오래지만 아직도 스스로가 어린아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과거 겪었던 특정 상황을 다시금 맞닥뜨릴 때, 그래서 두렵거나 불안할 때, 내면의 취약함을 재차 확인할 때면 아득해진다. 달라지려고 그렇게 애를 쓰고 아등바등했건만, 아직도 그 자리인가 싶은 답답함과 안타까움이다. 이럴 때 누군가 다가와 조용히 속삭인다면 어떨까. 나도 그래요, 하고.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는 임솔아의 두 번째 장편이다. ‘최선의 삶’에서 청소년 여성의 서사를 그려낸 작가는 8년 만에 성인 여성들과 함께 돌아왔다. 여전히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는 ‘생존’이다. 장애인 남성과 사랑에 빠져 유학을 중도 포기한 화영,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오랫동안 함께했던 여자친구 선미에게 존재를 부정당하는 우주, 부모로부터 독립을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세상의 착취를 마주하는 보라.
어느 미술 전시 그룹을 중심으로 함께인 듯 별개인 여성 넷의 삶을 펼쳐 보이는 소설은 그들 각자의 삶을 어린 시절부터 순차적으로 따라간다. 제각기 어떤 환경에 놓여 있었고 무슨 일을 겪었는지, 누구와 만났고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차분하고 담담한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모두를 오래도록 알아 왔던 것처럼 한 명 한 명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인물들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달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독자는 새삼 깨우친다. 부족함이라곤 모르고 자란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도 결핍과 갈망이 있음을, 세상에는 그 숫자만큼 다양한 형태의 관계가 있음을, 누구나 마음 깊이 품은 상처와 고통이 있으며 그것을 메꾸기 위해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한다는 평범하고도 당연한 진리를 말이다.
어쩌면 진정한 위로란 바로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괜찮다는, 혹은 더 나아지고 좋아질 거라는 허울뿐인 말보다는 나도 그런 적이 있다는 담담한 고백. 스스로가 무력한 어린아이처럼 느껴질 때, 누군가 다가와 “나도 지금 거기에 있어”라고 말할 때 드는 감정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치 소설 속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같은 방향으로 천천히 걷는 인물들을 보았을 때처럼.
한승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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