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부터 SNS사회까지… 세상을 바꾼 ‘이야기의 힘’[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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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벽에 그림을 그려 이야기를 나누던 원시 시대부터 트위터를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퍼 나르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 왔다.
독일의 유망한 젊은 지식인 두 명이 함께 쓴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는 이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를 분석하고 이야기가 지닌 힘을 드러낸다.
이와 반대로 노예제도를 정당화하기 위해 흑인 차별적 서사를 퍼뜨린 일부 백인들과 유대인에 대한 비판적 이야기를 활용한 나치는 '이야기의 힘'을 악용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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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미라 엘 우아실, 프리데만 카릭 지음│김현정 옮김│원더박스
동굴 벽에 그림을 그려 이야기를 나누던 원시 시대부터 트위터를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퍼 나르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 왔다. ‘호모 나랜스’(Homo Narrans)인 우리는 이야기와 함께 성장하고 이야기와 함께 묻힌다.
독일의 유망한 젊은 지식인 두 명이 함께 쓴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는 이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를 분석하고 이야기가 지닌 힘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힘을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를 탐구한다.
저자들은 먼저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의 서사 유형부터 분석한다. 가난뱅이에서 백만장자가 되는 이야기, 거꾸로 주인공이 끝없이 추락하는 이야기, 구덩이에 빠진 것처럼 난관에 처했다 이를 극복해내는 이야기(‘맨 인 홀’),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아는 신데렐라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이 중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가장 큰 수익을 얻은 이야기는 ‘맨 인 홀’ 구조와 신데렐라 스토리였다. 그 이유에 대해 저자들은 ‘죽은 원숭이는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는 원리로 설명해낸다. 원시 시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살아 돌아온 사람뿐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그 부족이 더 안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렇듯 우리 조상은 이야기를 통해 생존을 배웠고,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은 우리의 본성에 새겨졌다.
책은 이야기가 지닌 힘에 대한 설명으로 나아간다. 1978년 미국에서 방영된 텔레비전 시리즈 ‘홀로코스트’는 이야기가 지닌 엄청난 변화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시리즈가 방영된 이후 수많은 독일 사람들이 처음으로 자기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고, 홀로코스트에 대한 전 세계인의 기억도 완전히 바꿨다. 이와 반대로 노예제도를 정당화하기 위해 흑인 차별적 서사를 퍼뜨린 일부 백인들과 유대인에 대한 비판적 이야기를 활용한 나치는 ‘이야기의 힘’을 악용한 경우다.
논지는 “미래를 위한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로 수렴한다. 저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한 주요한 배경으로 지구온난화를 꼽으며, 기존에 기후변화를 제대로 다룬 서사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영화 ‘워터월드’와 ‘투모로우’ ‘인터스텔라’ ‘설국열차’ 모두 황폐해진 지구를 배경으로 하지만 지구온난화는 이야기의 배경이 될 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이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보통의 경우 뚜렷한 적대자가 설정돼야 하지만 기후변화는 모두에게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적대자를 설정하기가 어렵다.
저자들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새로운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낼지를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인간을 언제나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인식했다”고 고백한다. 서구 문화의 근간이 된 두 이야기, 성경과 ‘일리아스’로 말미암아 인간은 자연 위에 올라섰고 힘에 도취된 삶을 살게 됐다. 책은 묻는다. 진정한 ‘적대자’가 누구냐고, 지금 우리는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느냐고 말이다. 568쪽, 2만7000원.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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