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이충현 감독 "여성서사, 여성문제 관심 多 버닝썬 이슈만 다룬 것 아냐" [인터뷰M]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를 연출한 이충현 감독을 만났다. 이충현 감독은 2015년 단편영화 '몸값'으로 한국 영화에 신선항 충격을 안기며 다양한 영화제에서 수상, 반짝이는 신인 감독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영화 '콜'로 성공적인 장편 데뷔를 한 이충현 감독은 장르적 쾌감을 선사하는 스타일리쉬한 액션, 음악, 미술이 돋보이는 영화 '발레리나'로 또 다시 영화팬을 찾았다.
작품 공개 3일 만에 62개국 글로벌 TOP10에 오르며 세계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충현 감독은 "배우와의 단톡방이 있는데 거기서 순위를 확인하고 같이 이야기했다. 높은 순위는 예상 못했고 많이 봐주실까 걱정했었다. '콜'은 첫 작품이고 그때 워낙 어릴 때라 잘 모르는 상태였는데 두 번째 작품이 더 떨리고 긴장되는 것 같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감성 복수 액션극을 기획하며 이충현 감독은 "디지털 성범죄, 여성 성착취에 대해 복수극 형태는 많이 있었지만 이렇게 통쾌하게 때려 부수는 느낌의 복수극은 크게 보지 못했다. 그런 게 영화로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획했다"며 기획의 배경을 설명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물건 취급을 하는 인물들이었다. 성적인 취향도 SM의 코드를 집어넣기도 한 이유에 대해 감독은 "차량이나 미술품 등 자신을 과시하는 정도로 여성을 취급하는 인물을 옥주가 응징하는 거라 생각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하며 "최프로의 전화 통화 대사에 대해 버닝썬을 연상하시는 분도 계시던데 딱 한 가지 사건만 생각하고 쓴 대사는 아니다. 시나리오를 쓸 때 특히 국내에서 그런 일들이 많이 있었다. 이런 사건을 국내뿐 아닌 해외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라 생각해서 쓴 것"이라며 특정 사건으로만 한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당부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단편영화를 만들었다는 이 감독은 "그때부터 이야기마다 꼭 여성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더라. 여동생이 둘 있는데 그런 영향도 있었을 것. 여성서사, 여성 문제에 대해 관심도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발전해나가고 싶은 서사"라며 이 주제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으로 본격 액션에 도전한 이충현 감독이다. 총기 중심의 액션이고 일대다의 액션 구조라 공간 활용에 대한 고민이 많아 보였다. "액션은 항상 새롭게 보여줘야 한다는 창작자의 고민거리다. 이번 작품에서는 한 여성이 발레 공연하듯 액션이 보이길 바랐다. 발레가 은근히 아름답지만 치열한 움직임이더라. 그 콘셉트에 맞게 여성 한 명이 많은 인원을 돌파해 가며 발레리나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라며 액션의 콘셉트를 밝히며 "이번 액션은 만족하는데 다음 작품에서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스스로 만족스러운 평가를 했다.
이충현 감독이 만족해할 만큼 오프닝 시퀀스에서 전종서는 강렬한 액션을 선보이며 동시에 캐릭터에 대한 성격까지 한 번에 설명을 시켰다. 감독은 "옥주라는 인물은 자기가 새각 할 때 부당한 일이 생기면 뒤를 돌아보지 않고 계산 없이 당장 판을 엎어버리는 캐릭터다. 그런 걸 보여주고 시작하고 싶어서 시작을 액션으로 했다."라며 시퀀스를 설명했다.
전종서의 액션은 화려했으나 한편으로는 이에 맞서는 안타고니스트가 빈약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빌런의 서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이 되게 멋있는 줄 아는 마초적인 집단을 보여주고 싶었고 한 인물보다는 어느 정도 남성 집단이 빌런으로 등장하면 좋겠어서 김지훈을 넘어서는 보스 집단을 투입시켰다. 한편으로 빌런을 처단함에도 통쾌하지 않은 감정을 느낄 수도 있을 텐데 이들이 마지막까지도 자기 핑계, 합리화를 하며 진실된 사과보다는 지질한 모습을 보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 빌런의 지질함 때문에 통쾌함은 크지 않으셨을 것."이라며 작품 속 빌런은 결코 당당한 인물이 아닌 서사조차 필요 없는 인물들이었음을 이야기했다.
영화에서 빌런을 연기한 김지훈에 대해서 이 감독은 "자신의 외모나 스타일을 무기 삼아 나쁜 일을 벌이는 인물인데 주변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집해서 출연을 해주셨다. 이 작품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먼저 생각해 주셔서 배우로서는 욕먹을 수 있고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데도 용기를 내주셨다."라며 출연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함을 표했다.
그러며 "전종서와 함께 '종이의 집'에서 한번 호흡을 맞춘 적 있어서인지 현장에 무술 감독이 있었는데도 액션은 두 분이 먼저 아이디어를 내고 적극적으로 해주셨다. 고강도 액션이었는데도 무사히 촬영했고 좋은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며 액션 씬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발레리나'를 본 시청자들이 공통적으로 손꼽는 인상적인 장면은 바로 김영옥이 화염방사기를 작동시키는 장면이다. "주현과 김영옥을 통해 나름 영화적으로 건강한 부부상을 보여주려 했다"는 이충현 감독은 "노인을 부각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며 두 배우의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주현의 대사 200%가 애드리브이었다고 밝히며 "워낙 스타일이 좋으셨고 다음에도 꼭 다시 한번 작품을 해보고 싶다"며 주현, 김영옥과의 호흡을 회상했다.
이 감독은 화염방사기의 성능은 과장이 많이 된 것이라며 설명하며 "최종 빌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고민했을 때 시각적으로나 의미적으로 불이 뜨겁지 않나. 화형식으로 보이길 바랐다. 아지랑이 속에 보이는 옥주의 열굴을 기대하며 화염방사기가 사용된 것."이라고 빌런 처단을 화형으로 한 이유를 밝혔다.
극 중 옥주는 절친 민희를 위해 복수에 뛰어든다. 이 둘의 관계를 우정으로 생각했다는 이충현 감독은 "옥주에게는 민희가 숨통을 트여주는 인물이어서 특별했을 것. 보시는 관점에 따라 우정 이상으로 볼 수도 있을 텐데 제가 딱히 정리를 하고 싶지는 않다"며 우정 이상의 해석에 딱히 반대는 하지 않았다.
'발레리나'는 음악도 특별했다. 뮤지션 그레이가 영화음악 감독으로 투입된 것. "복수의 과정이 시각, 청각적으로 잔혹하면서도 아름답길 바랐다. 음악, 촬영, 미술이 모두 다른 영화와 달라 보였으면 좋겠어서 새로운 음악감독과의 작업을 원했다. 제가 직접 그레이에게 제안한 건 아니고 넷플릭스에서 파악을 해줘 성사되었다. 마침 그레이가 '콜'을 얼마 전에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해줘서 운명이 아닌가 생각했다."며 그레이와의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영화의 비주얼적인 면에 대해서는 많은 레퍼런스를 찾아봤다고 고백하며 "촬영 감독님이 색감 때문에 '중경삼림'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고도 하셨는데 저는 일본 이와이 슌지 감독의 느낌도 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대놓고 의도한 건 아닌데 어느 정도 분위기는 비슷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고백도 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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