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배 아프니 치료비 내놔”…학부모 달래려 무릎 꿇는 교사들
전교조 조사 결과 교사 80% “안전사고 매우 불안”
안전사고가 학교에서 벌어졌다는 이유로 악성 민원을 넣고 배상금을 요구한 학부모에 시달리던 교사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한 ‘교육활동 중 발생한 학생 안전사고 및 물품 분실, 파손 등으로 인한 교사 피해 사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에 응한 1000여명의 교사 중 80.4%는 학생 안전사고 발생에 대해 ‘매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약간 불안하다’고 응답한 교사도 18.1%였다. 98.5%가 학생 안전사고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불안감이 교육활동을 ‘매우 위축시키고 있다’고 답한 교사는 82.1%, ‘다소 위축시키고 있다’는 교사도 17.3%에 달했다.
학생 안전사고로 인해 직접 민원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교사는 37.8%였고, 동료 교사가 민원 받은 적 있다는 교사도 45.5%로 거의 절반이었다. 직접 소송당한 경험이 있다는 교사는 0.5%, 동료가 소송당한 적이 있다는 교사는 13%로 조사됐다.
실제 관련 사례들도 소개됐다. A 교사의 반 학생이 과학 전담 교사의 수업 중 자석을 삼켜 복통을 호소하다 응급 수술을 받았다. 치료비 일부는 학교안전공제회에서 배상 처리됐는데, 학생의 학부모는 A 교사와 과학 전담 교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따로 치료비를 요구했다. 결국 A 교사와 과학 전담 교사는 합의금을 주고 재발 방지 각서까지 써야 했다.
B 교사도 담당하던 배드민턴 동아리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셔틀콕에 눈을 맞은 일이 발생했다. 해당 학생의 학부모는 친척까지 대동해 B 교사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학교 측에 계속 민원을 제기했다. 결국 B 교사는 직접 학생 집에 찾아가 무릎 꿇고 사과를 해야 했다. 치료비는 공제회에서 지급됐는데, 학부모는 졸업 후에도 병원 통원에 필요한 교통비를 요구했고 교장이 이를 지급하고서야 사안이 마무리됐다.
학교에서 학생 물품이 분실·파손됐다며 교사에게 배상을 요구한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한 교사는 “현장학습 버스에 점퍼를 놓고 내렸다며 여러 차례 전화해 배상하라고 한 학부모도 있었다”고 전했고, 또 다른 교사는 “학생이 친구에게 공을 던져 안경이 깨지자 담임교사를 괴롭혀 담임교사가 안경값을 내준 사례도 봤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자 전교조는 “교사 본연의 역할이 수업과 생활교육임에도 지금까지 교사들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사고에 대한 책임을 홀로 감당해 왔다”며 “도대체 교사는 교육활동을 위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며, 언제까지 교사에게 무한책임을 강요할 것이냐”며 비판했다.
이어 “소송과 배상, 악성 민원으로부터 안전하고 가르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교육 당국과 국회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안전한 교육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생안전사고 대책을 수립하고 제도를 보완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2016년 의정부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맡았던 고(故) 이영승 교사는 한 학생이 수업 시간 도중 페트병을 자르다가 손등을 다친 일로 학부모로부터 지속적인 민원을 받고, 해당 학생이 졸업한 후에도 사비로 매달 50만원씩 8개월에 걸쳐 총 400만원을 치료비로 제공하는 등 시달리다가 2년 전 극단 선택을 했다.
경기 용인의 60대 고등학교 교사도 지난 6월 체육 수업 도중 자리를 비운 사이 학생 한 명이 다른 학생이 찬 공에 맞아 눈 부위를 다친 사고로 피해 학생 측으로부터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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