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사진으로 빚은 조각… 장르의 경계를 허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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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은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하지만, 사진은 찍는 순간 완성돼요. 서로 다른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본 거죠."
사진 조각은 고명근이 만들어낸 예술 장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른 OHP 필름의 생산 중단으로 이런 방식의 작업이 조만간 불가능해지는 점은 고명근식 사진 조각의 최대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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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근 개인전’ 내달 19일까지
“조각은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하지만, 사진은 찍는 순간 완성돼요. 서로 다른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본 거죠.”
고명근(59)의 예술적 정체성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 조각을 만들지만, 사진도 찍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사진으로 조각을 빚는다. 여러 매체를 다루는 일이야 흔하다지만,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장르를 하나로 섞는 건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들도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다. 최근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투명한 공간, 사이 거닐기’에서 만난 그는 “결국 인간의 생각과 관념이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생각하면 공통점이 있다”며 사진과 조각의 교집합을 설명했다.
사진 조각은 고명근이 만들어낸 예술 장르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조각가 이름을 달고 떠난 미국 뉴욕 유학 중 배운 사진을 결합하며 시작됐다. 그는 “30여 년 전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장르 간 벽을 허물고 융합하는 시도들이 많았다”며 “영속적인 조각은 1만 년 전부터 시작됐고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은 200년도 안 됐지만, 시기와 기술의 차이만 있을 뿐 인간의 내면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같다는 생각으로 합쳐본 것”이라고 했다.
나무젓가락에 석고를 바른 후 사진을 붙이는 다소 원시적인 작업에서 출발한 사진조각은 2000년부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투명 소재 OHP 필름이 나오면서다. 같은 곳에서 여러 차례 촬영한 건물이나 풍경을 OHP 필름에 여러 겹으로 담는 방식으로 시공간을 뒤섞은 입체구조물이 만들어졌다. 그는 “환상적인 이미지로 채워진 조각은 결국 텅 빈 투명한 용기”라며 “세상은 사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미지로 이뤄진 대상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독특한 개념이 담긴 창의적인 시도는 그를 ‘빌 게이츠도 매료시킨 예술가’로 만들었다.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MS) 아트 컬렉션이 그의 사진 조각을 여러 점 구입한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른 OHP 필름의 생산 중단으로 이런 방식의 작업이 조만간 불가능해지는 점은 고명근식 사진 조각의 최대 매력이다. ‘영원히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그의 예술철학과 맞닿아 있다. 고명근은 “언젠가 새로운 사진 조각이 탄생할 것”이라고 했다. 전시는 11월 19일까지.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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