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워터멜론', 한입 베어물면 중독되는 수박맛 청춘물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2023. 10. 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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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사진=tvN

"반짝반짝 예쁜 손~" 하고 말하면 어린 아이는 꽃 모양처럼 만든 손을 얼굴 양옆으로 가져와 흔들 것이다. 그 손으로 전해지는 예쁜 마음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현재 방영 중인 tvN 월화극 '반짝이는 워터멜론'(극본 진수완, 연출 손정현)이 그렇게 손으로 따뜻한 진심을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서툴지라도 진지한 마음을 손으로, 음악으로 전하는 발랄한 청춘들의 이야기가 찬란하게 반짝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청각장애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뜻하는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 하은결(려운)이 아버지 하이찬(최원영)의 고교시절로 타임슬립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따뜻하면서도 청량감 넘치는 판타지 청춘물이 팬들의 마음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소재나 장면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식상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정확히는 그런 생각이 들 틈도 없다. 짜임새 있는 구성에 마음을 어루만지는 온화한 대사가 탁월하다. 

사진=tvN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경성스캔들'(2007), '해를 품은 달'(2012), '킬미, 힐미'(2015) 등으로 유명한 진수완 작가의 오리지널 신작으로, 더욱 노련해진 작가의 필력이 느껴진다. 여기저기 대사들이 뇌리에 남는데, 그중에서도 극초반 '비바 뮤직' 할아버지(천호진)를 통해 전해진 명대사들이 압권이다.

할아버지는 은결이 초등학생 때 기타를 가르쳐주며 큰 힘이 돼줬다. 청각장애인 가족의 보호자를 자처하면서도 책임감으로 짓눌려 있던 은결이 힘든 마음을 내려놓고 숨통을 틀 수 있었던 건 할아버지와 기타 덕분이었다.

"진심으로 말을 걸면 진심으로 답해 준다"며 은결을 기타의 세계로 인도하고, "어찌 보면 수어와 비슷해, 손으로 말을 걸고 음으로 돌려받는 거지"라고 가르쳐준 할아버지는 은결에게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다. 은결 같은 코다가 "소리의 세계와 침묵의 세계를 이어주는 사람이지, 말과 손으로, 그리고 때로는 너처럼 음악으로"라며 응원해준 덕분에 빛나는 청춘으로 잘 자랄 수 있었다.

사진=tvN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밀고 당기기도 일품이다.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말하는 게 아니다. 서정적으로 풀어주다가 폭풍처럼 잡아당기기를 반복하며 드라마에 활력을 주는 구성과 전개가 '반짝이는 워터멜론'을 쫄깃하게 만들고 있다.

은결은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의대 진학을 준비하면서도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주체할 수 없어서 몰래 밴드 활동을 한 것인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가 서운해 끝내 "아버지의 트로피로 살기 싫다!"고 반항하며 뛰쳐나왔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라비다 뮤직'에 기타를 팔 요량으로 들어갔다가 시간여행을 시작하게 됐다. 기타를 팔려 했다는 건, 반항은 했지만, 아버지를 원망하기보다는 착한 아들로 돌아갈 결심이었을 텐데, 인생은 참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1995년으로 와서 만난 고교생 하이찬(최현욱)은 대화도 하고 밴드에서 노래도 해서 은결을 뭉클하게 한다. 수어로 대화를 나누어야 했던 부자지간이었고, 음악을 할 수 없는 아버지라 생각했으니 더욱 그렇다. 이찬에게 기타를 가르쳐주면서도 마음이 저릿저릿 한다.

사진=tvN

은결은 아버지가 후천적 청각장애인이었다는 사실을 몰랐고, 아버지의 고교시절이 어땠는지는 더더욱 몰랐다는 사실이 충격이기도 했다. 아버지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버지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 역시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은결은 이찬을 위해 과외도 해주고 밴드 기타리스트도 되어주며 이찬 곁을 지키려 한다. 이찬이 청각장애를 가지게 된 사고를 막으려는 작전이다. 그것이 자신이 과거로 와 어린 시절 아버지를 만나게 된 이유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결이 기억하는 과거와 다르게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라비다 뮤직' 마스터(정상훈)도 은결에게 다시 돌아가면 너무나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해준다. 은결이 1995년에 오면서 과거가 조금씩 바뀐 것이다. 게다가 가장 최근 방송한 6회 엔딩에서는 은결이 비 오는 무대에서 감전돼 병원으로 실려가며 앞으로의 전개를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사진=tvN

진수완 작가가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시대를 오가거나, 캐릭터가 바뀌는 이야기를 다루며 축적한 내공을 '반짝이는 워터멜론'에서 대방출하는 중인 듯하다. 수많은 타임슬립 작품에서 봐왔던 클리셰들이 이 드라마를 더 쉽고 재밌게 만드는 마법을 일으키고 있다. 

이렇듯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조금 뒤죽박죽이 된 건지는 몰라도, 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알게 되면서 조금 더 가까워지고 조금 더 성장하는 청춘의 이야기로 팬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천방지축이어도 싱그럽고 사랑스러운 10대들의 이야기가, 드라마에 여러 번 등장하는 수박맛 아이스크림처럼 한마디로 형용하기는 어렵지만, 더없이 청량한 즐거움을 주고 있다. '수박맛' 드라마가 진심으로 말을 걸어오니 입가에 웃음이 번지지 않을 수가 없다.

반짝반짝 흔드는 손은 수어로 박수를 뜻한다. '반짝반짝 워터멜론'에 반짝반짝 손을 흔들어주고 싶은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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