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픽!] MZ세대 만신이 차려내는 신을 위한 밥상…'백로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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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서로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재들이다.
웹툰 '백로식당'은 신의 의뢰를 받아 특별한 음식을 만드는 젊은 만신의 이야기다.
주인공 백로는 요리 솜씨가 뛰어난 만신으로 신들 사이에 정평이 나 있다.
MZ세대 만신인 백로는 더 이상 자신의 선조처럼 신을 위해 무보수로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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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음식과 설화, MZ세대, 신과 만신(무당)….
언뜻 보면 서로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재들이다. 하지만 이를 한 데 담아 맛깔나게 비벼낸 이야기는 색다르면서도 독특한 맛을 낸다.
웹툰 '백로식당'은 신의 의뢰를 받아 특별한 음식을 만드는 젊은 만신의 이야기다.
주인공 백로는 요리 솜씨가 뛰어난 만신으로 신들 사이에 정평이 나 있다.
악신이 될뻔한 이들이 백로의 음식을 맛보면 금세 정화되고, 소멸 직전이던 신도 힘을 되찾기 때문이다.
백로의 음식이 특별한 첫 번째 이유는 식재료다.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 취당 홍순인의 산수화와 같은 그림 속에 뛰어 들어가서 금강산 약수를 뜨거나 봉황의 눈물을 공수해 온다.
사연을 들어보고 맞춤형으로 한 상을 차려낸다는 점도 신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이가 소원해진 견우와 직녀에게는 그들의 추억이 어린 갈비찜을, 아픈 흑룡에게는 해삼과 조개를 넣어 만든 미음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하지만 백로의 음식이 유명한 주된 이유는 그 가격에 있다.
MZ세대 만신인 백로는 더 이상 자신의 선조처럼 신을 위해 무보수로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무리 무서운 신이라 해도 당당하게 값비싼 대가를 받아내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백로네 식구인 어린 호랑이 오택도 우리 주변의 20대 그 자체다.
호랑이임에도 가계에 보탬이 되겠다며 사람으로 둔갑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또 이무기에게 훔쳐 간 땅문서를 돌려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소셜미디어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항의하는 모습까지 영락없이 오늘날 청년이다.
이 작품은 초반에는 여러 신들이 제각기 고민을 의뢰하고 백로가 음식을 만들어 이를 해결하는 에피소드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욕심이 그득한 상제(옥황상제)와 이를 막으려는 12지신이란 커다란 대립 구조를 가져와 흥미로운 대서사를 그렸다.
이 과정에서 전통 설화를 자유자재로 섞고 각색했다.
장승부터 궁궐 처마에 장식한 조각물인 어처구니, 바리공주, 청룡·백호·주작·현무 등 동서남북을 지키는 사방신, 12지신, 인간을 사랑한 이무기까지 다양한 설화 속 존재들이 등장한다.
다양한 재료가 조화롭게 섞여 한 그릇의 음식이 되는 것처럼 여러 설화가 각색을 거쳐 서로 연결된 하나의 이야기로 차려진다.
성별에 따른 선입견을 과감하게 깬 것도 눈에 띈다.
근육질에 무엇이든 파괴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진 호랑이 지신은 여성형으로, 똑똑하고 희생정신이 뛰어난 토끼 지신은 남성형으로 그린 것이 대표적이다.
음식도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재료 공수부터 요리까지 전 과정을 세세하게 소개하고, 먹음직스럽게 그려내는 장면들이 '식객'이나 '미스터 초밥왕' 등 유명 음식만화를 방불케 할 정도다.
현재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중이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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