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규탄’ 하버드생 신상 털려…보수단체, 전광판 공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공격을 비판했던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의 이름과 사진이 대형 전광판에 공개됐다. 하버드대 학생 단체가 하마스 지지 성명을 낸 이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하버드대가 있는 미국 보스턴 시내에 전날부터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트럭이 등장했다. 전광판에는 ‘하버드대의 대표적인 반유대주의자’이라는 문구 아래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 하마스의 공격은 이스라엘 책임’이라는 취지의 성명에 서명한 34개 하버드 학생 모임 회원들의 이름과 사진이 번갈아 게재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신원과 함께 이들을 퇴학시키라는 메시지도 표출되고 있다.
이 같은 행위를 한 단체는 보수 비영리단체 ‘어큐러시 인 미디어’(AIC)다. 이 단체는 1960년대부터 베트남 전쟁에 비판적인 미국 언론을 감시하는 등 보수적인 활동을 벌였다.
이번 신상 공개를 두고 하버드 학내에서 지나치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하버드의 유대인 학생 단체 힐렐은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이 표시된 트럭을 포함해 팔레스타인에 연대한 공동 서명자들을 위협하려는 모든 시도를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로렌스 트라이브 법학과 교수도 “학생들을 반유대주의자로 낙인찍고 뒤집어씌우기 위해 사진을 올리는 행동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카시 시대(매카시즘: 195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강력한 반공주의)의 지나친 행동을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한 팔레스타인 출신 학생은 “집 주소나 전화번호 같은 개인 정보를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건 극우 단체가 팔레스타인 활동가와 연대자들을 침묵하게 만들기 위해 수년 동안 사용해온 전술”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버드대는 일부 학생 모임이 팔레스타인 하마스를 지지하는 성명을 낸 뒤 확산한 논란과 비난 여론을 고려해 학교 주변의 경비를 강화키로 했다.
앞서 하버드 팔레스타인 연대 그룹(HPSG)은 지난 7일 “오늘의 사건은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지난 20년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들을 “야외 감옥”에 살게 만드는 등 폭력을 가했다면서 이스라엘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하마스의 민간인 살상을 정당화하는 논리라는 비판이 불거졌다.
이후 하버드대 고액 후원자이자 헤지펀드 투자자인 빌 애크먼이 11일 “많은 최고경영자가 혹시라도 이스라엘 비난 성명에 참여한 하버드 졸업생을 채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학생 모임 명단을 구하고 있다”고 적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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