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K, 규제연구기관 KISDI에 10년 간 연구용역 90억 맡겨

금준경 기자 2023. 10. 1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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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기업·유관단체에서 지급한 민간연구 용역비 86% 규모
윤영찬 의원, "독립연구기관 KISDI 신뢰성 떨어뜨려, 수익구조 개선해야"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통신사들의 규제 근거를 마련하는 연구를 하는 국책연구기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 10년 간 KT와 SK로부터 받은 연구비가 90억 원 규모로 나타났다. 국책연구기관이 이해관계 당사자로부터 받는 연구비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큰 상황이다. KISDI 자체 기금으로는 운영이 힘들어 통신사에 의존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으로부터 받은 2013~2022년 '개별 용역' 연구비 자료를 미디어오늘이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 간 KT는 48억5000만 원의 연구비를, SK텔레콤은 43억 원의 연구비를 지급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같은 기간 연구비 지급 내역이 없다.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홈페이지 갈무리

통신사 공동 연구용역 등 전체 통신사 및 계열사·유관단체의 연구용역까지 더하면 통신기업들이 10년 간 KISDI에 지급한 연구비는 154억7900만 원에 달했다. KISDI 민간연구 용역비의 86%에 달하는 규모다.

연구용역은 '개별 용역'과 '공동 용역'이 있다. '공동 용역'의 경우 복수의 통신사 및 통신업체가 망 접속료 대가 산정 등을 위해 정부와 공동으로 실시해 연구비 지급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 이를 고려해 '공동 용역'을 제외하고 개별 통신사가 1:1로 연구를 맡긴 규모만 파악했다.

통신사는 KISDI 연구에 따라 규제를 도입할 경우 직접적 영향을 받는 이해당사자라는 점에서 KISDI의 지나치게 높은 특정 통신사 의존도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KISDI는 △통신서비스 부문 경쟁도입 △불공정행위 규제 및 사후규제체계 △방송·통신서비스 시장의 규제제도별 개선방안 △통신서비스 시장의 경쟁상황 평가 등에 대한 연구를 한다. KISDI가 어떤 연구결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통신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사안들이다.

필수적인 연구용역으로 보기엔 통신3사 가운데 두 곳만 연구용역 비용이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거액의 연구용역을 맡긴 SK와 KT는 자체 연구소를 두고 있기도 하다. 통신사들이 KISDI에 맡긴 연구는 주로 시장 현황과 전망에 관한 분석으로 자체 연구소에서 다루는 내용과 겹친다. KISDI가 수행한 통신사 발주 연구는 창조경제시대의 ICT산업 동향과 향후과제(4억), 인터넷 융합-혁신과 그 시사점(4억), IT생태계의 진화방향과 통신사업자에 대한 시사점(3억) 등이다.

통신업계와 전 KISDI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KISDI가 출연 기금 규모가 작아 오히려 통신사에 먼저 연구 제안을 하는 등 영업에 나서기도 한다. KISDI 보고서가 공신력을 갖고 있어 대외적으로 활용하기 좋기에 일부 통신사에서도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규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보고서는 발주처의 요구사항에 맞춰 수행계획서를 작성해 원하는 결론을 내는 경우도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지출되는 연구비 규모는 줄고 있다.

▲ 통신3사 대리점. ⓒ연합뉴스

KISDI와 통신사는 과거 유착 의혹이 불거진 적 있다. 참여정부 때인 2005년 SK텔레콤의 단말기 시장 진출에 대한 적합성 여부를 판단한 연구 보고서가 SK텔레콤에 사전 유출됐다. KISDI 출신 SK텔레콤 상무급 인사가 후배인 현직 연구원을 통해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유출된 시기와 맞물려 KISDI가 SK텔레콤과 20억 원대 연구용역 계약을 맺으면서 연관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2016년 SK텔레콤이 케이블업계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에 대한 인수합병 발표 직후 KISDI의 연구용역 3건(10억 원 규모)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고, 이후 KISDI가 인수합병이 시장경쟁에 저해되는지 여부를 증명할 '통신시장경쟁상황평가'를 이례적으로 예년보다 네 달 늦게 발표해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KISDI 출신 인사들이 통신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다. 2009년 방통위 인터넷정책과장은 “SK는 그룹 내에 KISDI 연구소를 하나 차려도 될 듯하다”는 발언을 할 정도였다.

이와 관련 KISDI 관계자는 “민간 연구용역은 ICT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연구의 일환으로 독립적, 중립적인 분야에 한해 제한적으로 수행되고 있다”고 했다.

윤영찬 의원은 “일정한 규모의 연구용역이 매년 규칙적으로 진행된 것은 통신 3사가 KISDI에 정기 후원하는 모습으로 보인다”며 “국가 정보통신정책 수립을 위해 독립된 연구기관으로 존재해야 하는 KISDI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통신사와의 유착까지 의심해 볼 수 있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이나 특정 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익을 위한 국가 정책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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