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미 청장 "그 백신은 사용하면 안 된다" 국감 발언 후폭풍…피해자 "우롱하나"
생활고 겪는 중증환자 대책 없는 “보여주기” 질타
사망자 지원 대책에 허망하긴 마찬가지
질병청장 “우리나라, 외국보다 더 관대한 기준” 주장
피해자 “유례 없는 K방역 해놓고 피해 책임은 나몰라”
국회 질병관리청 국정감사에서는 정부가 백신 피해 국가책임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이 과정에서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우리 정부의 백신 피해 신고 기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넓고 보상도 적게 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해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생활고 겪는 중증환자 대책 없는 “보여주기” 질타 잇따라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은미(정의당) 의원은 전날 국감에서 지난달 6일 질병청이 발표한 백신 피해 사망 사례 지원 확대 계획을 거론하며 “피해자들이 이게 윤석열 대통령 공약 1호 국가책임제 강화냐. 피해자를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그 이유가 뭐냐”고 지 청장에게 물었다. 강 의원실이 이날 제시한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질병청에 접수된 피해보상 신청 9만6000여 건 중 치료비를 신청한 건은 98%인데, 이 가운데 71%가 보상 받지 못했다. 강 의원은 “막대한 치료비와 간병비를 부담하는 분들이 심각한 생계 위협까지 놓여있다. 그런데도 질병청은 치료 중인 중증환자에 대한 현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지 청장은 “사망 사례에 대해 지원을 확대하려고 노력했으나 중증 사례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된 것을 안다”면서 “일단 중증 사례에 대해서 어떻게 할지 외국 사례나 그간 했던 연구들을 바탕으로 살펴보려고 한다”고 해명했다.
전혜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을 겪지만 제대로 된 보상이나 치료비 없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분이 많다. 현재까지 보상 신청해도 약 30%만 인정을 받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국가책임제 약속하면서 백신 이상반응 소명 자료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예방 접종과 이상반응 간 시간적 개연성이 있면 백신 피해로 다 인정하기로 했다. (이 약속 대로면) 백신 피해를 일반 국민이 다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코로나 사태 때 국민이 정부 말 믿고 한시적으로 불완전한 백신을 맞은 것이다. 정부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 청장은 “관련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관련 법안에 대해 여러 의원들과 같이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사망자 지원 대책 들은 이들도 허망하긴 마찬가지
정부가 사망자에 대한 대책을 세웠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 의원은 “백신접종 뒤 사망자 이상반응이 1642건 신청됐는데, 이 중 보상·지원 받은 비율은 4.5%밖에 되지 않아 턱 없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정부의 보수적 지원·보상 기준이 문제로 지적됐고,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 내용이 지난달 정부 대책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됐다는 이야기다. 강 의원은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대책 내용을 보면 사인 불명 일부 위로금 지급 확대 신설과 시간적 개연성을 고려해 해당하는 이들에게 위로금 1000만~3000만 원 지급하는 내용이 신설된 것 뿐이었다. 그러니까 사망 피해자 유족은 정부의 이번 대책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코로나19 백신의 불완전성이 컸던 점을 감안해 정부가 인과관계 입증 책임을 완화하고 포괄적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이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이상반응 신고율은 0.42%였다. 반면, 인플루엔자의 경우 이상반응 신고율이 0.0014%였다. 거의 300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강 의원은 “그만큼 코로나19 백신이 불안정한 것이었다는 이야기”라면서 “3, 4-1, 4-2 등 질병청이 인과성 없음의 판단 잣대로 삼는 수치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있다. 이 기준을 가지고 모든 보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오만한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정부 제도 개선 연구 용역에서도 해외 사례 백신 피해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지 않는 프랑스, 인과관계 입증을 완화한 독일 일본 대만, 백신 피해를 신속 지원하는 태국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며 “우리도 외국과 비슷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영미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더 관대한 기준 적용” 주장도
국내 이상반응 인정 범위와 보상 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것인지를 두고 이견이 나오기도 했다. 지 청장은 “사망자가 정말 전부 그렇게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에 발생한 거라면 그 백신은 사용하면 안 된다”면서 “그럼 앞으로도 그 백신은 사용하면 안 되는 백신인데, 국가가 상당히 큰 잘못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이 질의 과정에서 제시한 백신 접종 이후 사망자 수치를 실제 백신 피해자 관련 수치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지 청장은 또 “외국 사례를 저희가 굉장히 상세하게 보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해외의 대부분이 이상사례 신고하는 카테고리(범주)가 굉장히 우리나라 보다 작고, 피해보상을 요청할 수 있는 그 질환의 범주도 저희보다 작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래서 외국은 저희보다 사망 관련 신고 자체가 굉장히 적다.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몇십 배, 몇백 배 차이가 날 정도로 훨씬 적은 신고와 보상요구가 들어오는 상황”이라면서 “그럼에도 계속 보상과 지원의 범위를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외국과 비교했을 때 작게 보상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피해자들이 느끼질 못하는데 얼마나 넓게 신고 받고 보상과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지 청장은 “피해자들과 소통해서 어떤 것이 가장 문제인지 파악해서 국회가 제시한 법안과 관련해 정부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피해자 “유례 없는 K방역 해놓고 피해 책임은 나몰라”
지 청장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피해자들은 보상 확대를 고려하지 않는 정부의 보수적 인식이 여전하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백신 피해자 가족인 이미수(42) 씨는 “백신 피해자 모두가 지켜보는 국감에서 질병청장이 백신의 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의 답변을 했다. 이게 말이 되느냐”며 “피해자가 속출한 상황에서 이제 와서 질병청장이 정말 그렇다면 그 백신은 사용하면 안 되는 말을 했다. 듣는 순간 허탈했다”고 비판했다.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질병청이 안정성이 떨어지는 백신을 국민에게 사실상 강제하면서 해외에서 유례가 없는 접종률과 K방역을 자랑했다”며 “그에 버금가는 책임을 정부가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행정 목표 달성을 위해 유례가 없는 희생자가 나온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우리나라에 비해 방역 정책이 느슨했다. 우리가 이런 나라보다 보상 기준이 더 촘촘하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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