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표 럭셔리 아웃렛, 비스터 컬렉션
The Bicester Collection
근사한 기억은 취향을 만든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찾은 유럽을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만날 수는 없었다. 유럽행 보복여행이라는 비난이 욕망을 분출하는 동기에 주목하고 있다면, 이번 유럽 여행기는 예술 소비자가 이룬 근사한 여행의 성취에 관한 이야기다. 일주일 동안 파리, 밀라노, 바르셀로나를 방문했지만, 에펠탑이나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일정에 없었다. 대신 현재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미술관과 전시를 관람하고 스타 셰프의 레스토랑을 찾아다녔다. 코로나19 동안 단절되었던 유럽과 다시 연결되는 일은 혈액순환이 되는 느낌이었다.
근사한 경험은 근사한 기억을 남겼다. 잊고 있었던 화가들의 이름과 예술 사조가 소환될 때 적잖은 반가움을 느끼는 나 자신이 기특했다. 콧대 높은 유럽인들이 못 가서 안달이라는 인기 레스토랑에서 고추장, 간장 게장을 만났을 땐 어쩔 수 없이 우쭐한 기분이었다.
아낌없이 호사였던 이번 여행에서 확실히 느낀 것은 예술소비의 파괴력이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는가의 변화는 미의식의 기준을 바꾸는 동시에 일상의 소비패턴에도 코페르니쿠스적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가 돈이 없지, 취향이 없나?"라고 말하는 한국영화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배우 이솜)의 삶은, "뭘 사야 하는데, 선택을 할 수가 없네"라고 말하는 인생보다 풍요로울 수밖에! 현명한 여행자는 최소한의 사치로도 최대한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이다. 역시 여행은 최고의 취향 학교다.
솔직히 쇼핑은 못 참지!
유럽 대표 럭셔리 아웃렛, 비스터 컬렉션
#유럽쇼핑 #유럽아웃렛 #라발레빌리지 #피덴자빌리지 #라로카빌리지 #비스터콜렉션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
솔직 후기라고 해야 할까. 일주일 동안의 유럽 도시 여행을 기획해 준 비스터 컬렉션의 안목과 예술지원활동은 놀라웠다. 패션이 옷을 파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파는 것이라는 점에서, 패션은 고도화된 마케팅 전략을 요구하는데, 브랜드도 아닌 리테일 마케팅은 그보다 더 어려운 퀘스트가 아닐까. 이들이 문제를 푸는 전략은 문화예술, 여행과 식도락 전반에 격조 높은 경험을 제공하고, 그것을 소비로 연결하는 것이다.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 오가타 신이치로는 '음식은 라이프스타일, 디자인의 기저에 위치한다'고 했다.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먹고 나면 좋은 것을 가지고 싶어지는 인간의 본성을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랬다는 이야기다. '꼭 필요한 것 하나만 살 거야!'라는 결심은 와르르 무너졌다. 물론 이 변화의 트리거는 언제나 기대 이상으로 저렴한 가격이었다. 70%라니, 말이 되는가! 정상가라면 부담스러웠을 아이템이 만만하게 보이는 순간, 주로의 방향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으로 바뀐다. 하지만, 믿을 수 없이 할인된 가격의 생로랑 레드 꽈배기 니트가 스몰사이즈가 단 하나만 남았다며, 나에게 적극추천해 준 보그(Vogue) 에디터 A씨의 말을 나는 왜 듣지 않았던가. 당분간 꽈배기도 먹기 싫은 후회에 젖어 있는 중이다.
비스터 컬렉션(The Bicester Collection)은 전 세계 11개 도시(유럽 9개, 중국 2개)에 자리한 글로벌 럭셔리 쇼핑 아웃렛 브랜드다. 런던, 파리, 밀라노,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더블린, 앤트워프, 뮌헨,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 도시와 중국의 상하이, 쑤저우에도 아웃렛을 운영하고 있다. 수백 개의 브랜드 매장이 하나의 빌리지를 이루는 아웃렛의 특성상 주요 도시에서 1시간여 근교에 자리하고 있지만, 각각의 빌리지는 각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건축 양식을 반영한 개성적인 모습이다. 쇼핑뿐 아니라 예술, 식도락을 즐길 수 있고, 다양한 문화예술 이벤트를 연중 개최하는 문화예술 스폿이기도 하다. 각 빌리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일부 품목의 할인가를 미리 확인할 수 있으니, 쇼핑을 계획적으로 할 수 있다.
●도시보다 더 가고 싶은 빌리지
France Paris La Vallee Village
파리 라발레 빌리지
파리의 디즈니랜드도 가고 쇼핑도 하고. 라발레 빌리지(La Vallee Village)는 이런 알짜 스케줄이 가능한 곳이다. 파리 도심에서는 차로 40분, 디즈니랜드 파리에서는 약 5분 거리다. 프렌치풍 특유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110개 이상의 예쁜 부티크들은 연중 최소 33% 할인의 경쟁력 있는 가격대를 자랑한다. 신명품(혹은 준명품)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아미 등을 눈여겨보시라.
쇼핑뿐 아니라 맛집으로도 독자적인 명성이 있는데, 올 데이 다이닝을 제공하는 메뉴 팔레(Menu Palais)의 가든 테이블이 특히 호젓하고 여유롭다. 라뒤레(Laduree), 피에르 에르메 파리(Pierre Herme Paris)에서 마카롱과 초콜릿 등을 즐길 시간까지 충분히 확보하시길. 아트 갤러리 레스파스(L'Espace)에서는 현대 미술과 사진 등을 상시 전시한다.
Italy Milano Fidenza Village
밀라노 피덴자 빌리지
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이탈리아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피덴자 빌리지(Fidenza Village)는 밀라노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이 걸린다. 120개 이상의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최대 7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평소 찜해 두었던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 신진 아티스트의 위트가 돋보이는 벽화로 장식된 매장 사이에는 유명한 현지 요리와 함께 테이크아웃 음식, 세계 각국의 여러 메뉴를 제공하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적재적소에 있다. 올 데이 다이닝을 제공하는 파르마 메뉴(Parma Menu), 시그노르비노(Signorvino), 카푸치노(Cappuchino) 등의 레스토랑을 비롯해 디저트 숍인 베로라떼(Verolatte), 쇼콜라티에 벤치(Venchi)가 느긋한 휴식을 제공한다.
피덴자 빌리지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작곡가인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를 배출한 곳이자 아름다운 소도시인 파르마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다는 것도 기억해 둘 팁이다.
Spain Barcelona La Roca Village
바르셀로나 라로카 빌리지
올해 오픈 25주년을 맞이한 라로카 빌리지(La Roca Village)는 스트리트 아티스트인 '티비보이(TV Boy)'와의 협업으로 빌리지 전체가 티비보이의 갤러리가 된 느낌이다. 이 작품들을 감상하는 재미만으로 방문할 가치가 있는데,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의 해안 지역인 코스타브라바(Costa Brava)을 향해 약 40분이 소요된다. 빌리지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건축가 가우디의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아 밝고 화사하며,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광장과 분수, 밝은 색상의 모자이크 등은 여유와 휴식을 선사한다.
노천 거리를 따라 이어지는 140여 개의 브랜드숍들은 연중 최대 60% 할인을 제공한다. 올 데이 다이닝으로 운영되는 파사렐라(Pasarela), 앤드류(Andreu), 앳모스페라스 모르디스코(Atmosferas Mordisco), 코르소 일루지오네(Corso Iluzione) 등과 더불어 아이스크림 가게인 파기1957(FARGGI 1957) 등도 지중해의 느낌을 담고 있다.
글·사진 천소현 에디터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비스터 콜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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