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이어 대구·전북까지"…금감원, 지방금융지주 칼 겨눈다

최홍 기자 2023. 10.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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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경남은행 횡령 사고에 BNK금융지주 검사 중
대구은행 불법계좌 개설 등 잇단 지방은행 금융사고에
DGB금융·JB금융 등 지방금융지주 내부통제 일괄 점검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09.04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금융감독원이 BNK금융지주 현장검사에 이어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까지 전방위적 점검을 예고하며 국내 지방금융지주 전체를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 지방은행들 중심으로 대규모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모회사에 해당하는 지방금융지주의 부실한 내부통제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향후 금융당국이 지방금융지주의 자회사(지방은행) 관리에 대한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지 이목이 쏠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지방은행의 대규모 금융사고와 관련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지방금융지주에 대한 검사·점검뿐 아니라 제도개선 방안까지 검토하는 중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8월 수면 위로 드러난 경남은행의 대규모 횡령 사건에서 비롯됐다.

경남은행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담당하던 한 직원은 친분이 있던 한국투자증권 직원과 공모해 거액의 PF자금을 여러 차례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밝혀진 횡령 금액은 562억원이었으나 최근 검찰·금감원의 수사·검사 결과 경남은행의 횡령·유용 규모는 3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우리은행 횡령 금액이 약 700억원이었는데, 경남은행 횡령·유용 금액은 이보다 4배 더 큰 규모다. 사실상 국내 금융시장 조성 이래 최대 규모의 횡령·유용 금액인 셈이다.

현재 금감원은 경남은행을 비롯해 BNK금융지주에 대해서도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BNK금융지주가 마땅히 이행해야 할 자회사(경남은행)에 대한 내부통제 관리를 부실하게 운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다 BNK금융지주가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설명자료를 대외에 배포하면서, 지방은행이 감독당국에 반기를 드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1일 BNK금융은 설명자료를 통해 "금감원 검사 결과 보도자료에 명시된 횡령 총액 2988억원은 여러 차례 돌려막기 한을 단순 합계한 것일 뿐 실제 순손실액은 595억원"이라고 언급하며 금감원의 검사 내용을 직접 반박했다.

금감원이 이런 BNK금융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는 만큼, 향후 BNK금융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는 더욱 강도 높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BNK금융 외에도 DGB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할 방침이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 추진을 위한 협약식에서 19개 국내 은행장들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 2023.10.05. kmn@newsis.com


지방은행 중심으로 대규모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지방금융지주 차원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마련됐는지 들여다보기 위한 차원이다.

앞서 1662개에 달하는 대구은행의 불법계좌 개설 사실이 금감원 검사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금감원 검사 결과, 대구은행 56개 영업점의 114명 직원이 승진과 성과급을 위해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해당 비위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의 내부통제는 물론이고, 모회사에 해당하는 DGB금융지주 차원의 내부통제 관리 부실이 없었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다만 BNK금융(경남은행)이 여신이라는 은행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나 거액 횡령이라는 명백한 금융범죄를 저질렀다면, DGB의 불법계좌 개설은 영업 관행에서 발생한 비위라는 점에서 '검사'가 아닌 '점검' 차원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또 DGB금융에 대한 금감원의 점검이 최근 논란이 되는 DGB회장의 승계 절차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DGB금융은 지난달 25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을 본격화했는데, 지금 시장에선 이사회가 김태오 회장의 3연임을 몰아주기 위해 만 67세로 묶여있는 연령 규정을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김 회장의 나이는 만 68세로 연임이 이미 불가능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규정까지 바꿔가며 무리하게 추진되는 연임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던진 상태다.

이 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임추위가 시작된 뒤에 연임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꾼다는 것은 게임이 시작된 뒤 중간에 룰을 바꾼다는 것과 같다"며 우회적으로 연임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처럼 대구은행 불법계좌 개설에다 최근 김태오 DGB금융 회장의 연임 논란까지 발생하면서, 금감원이 DGB금융의 지배구조 전반을 들여다볼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북은행을 자회사로 둔 JB금융지주는 현재로선 금융사고 징후가 전무하나, 전체 지방금융지주 점검 및 예방 차원에서 금감원이 함께 들여다보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방금융지주에 대한 전반적인 내부통제 문제를 서면 및 현장 점검을 통해 직접 확인하고 추후 개선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g88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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