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시간도 부족했는데 '153km 쾅!'…2021년 PS 연상캐 한 '17승 에이스', 이번에도 두산 구할까

잠실 = 박승환 기자 2023. 10. 1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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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두산의 경기. 두산 이영하가 구원 등판해 역투를 펼치고 있다./잠실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두산 베어스 이영하./두산 베어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어디서든 던질 수 있는 것이 내 장점"

두산 베어스 이영하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팀 간 시즌 16차전 홈 맞대결에 구원 등판해 3이닝 동안 2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이날 경기는 두산 입장에서 그 어떤 경기보다 중요했다. 정규시즌 종료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NC와 맞대결의 결과는 모든 팀이 144경기를 치렀을 때 순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었기 때문. 양 팀 사령탑은 경기 시작에 앞서 '총력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피할 수 없는 맞대결에서 미소를 지은 것은 두산. 두산이 승리하면서 3~5위 순위 경쟁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게 됐다.

2연패 탈출의 중심에는 '힛 포 더 사이클'에 2루타가 빠진 활약을 펼친 호세 로하스, 점수차를 벌리는 스리런포를 작렬시킨 양의지, 홈런을 포함해 멀티히트를 터뜨리며 불방망이를 휘두른 허경민 등 수많은 선수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것은 이영하였다. 선발 장원준에 바통을 이어받아 무려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영하는 2-1로 근소하게 앞선 3회초 2사 1루에서 마운드에 섰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전 장원준에 이어 이영하를 대기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그 시점은 NC의 타순이 한바퀴가 순환한 뒤였다. 이영하는 등판과 동시에 첫 타자 박건우를 초구(149km 직구)에 중견수 뜬공으로 유도,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이닝을 매듭지으며 경기를 출발했다.

4회 투구는 압권이었다. 이영하는 제이슨 마틴-박한결-오영수로 이어지는 타선을 상대했는데, 136km 슬라이더-150km 직구-136km 포크볼을 각각 '위닝샷'으로 구사해 'KKK' 이닝을 만들어내며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이영하는 5회에도 마운드에 섰고, 김주원을 2루수 땅볼, 박세혁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아나갔다. 그런데 여기서 위기를 맞았다.

이영하는 후속타자 박주찬에게 땅볼을 유도해냈는데, 이때 2루수 강승호가 포구 실책을 범한 것. 그리고 손아섭에게 안타를 허용하면서 1, 3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이영하는 흔들리지 않았고, 박민우를 좌익수 뜬공 처리하면서 무실점 순항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영하는 6회 박건우-마틴을 모두 땅볼 처리한 뒤 박한결에게 안타를 맞자 이병헌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교체됐다.

두산 베어스 이영하./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이영하./두산 베어스

이닝을 깔끔하게 매듭짓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두산 팬들은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탄탄한 투구를 펼친 이영하에게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그리고 이영하에 이어 마운드에 선 이병현은 후속타자 오영수를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매듭지었고, 이영하의 완벽한 투구 또한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됐다.

경기가 끝난 후 이영하는 "(양)의지 형 미트만 뚫어져라 보고 던졌는데,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오늘 투구가 좋았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마인드와 멘탈인 것 같다.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오늘은 이긴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 부분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기쁜 소감을 밝혔다.

장원준에 이어 등판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1~2이닝만 던질 줄 알았던 이영하다. 그는 "(장)원준이 형이 선발을 하실 때도 초반에 고전하다가 중·후반 잘 던지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원준이 형이 4이닝을 던지면 내가 1~2이닝을 던지면서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며 "사실 5회가 끝나고는 조금 힘들었고, 6회가 끝나고는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계속해서 이영하는 "다리가 떨리고해서 못 던지겠더라. 한계라고 생각을 했는데, 마지막에 욕심을 부려서 안타를 맞았던 것이 아쉬웠다"며 '6회에도 151km를 뿌렸다'는 말에 "팔이 지친 것보다는 오랜만에 (길게) 던지다 보니 체력적으로 몸이 너무 힘들더라. 잘 준비하면 내년에는 더 길게 던질 수 있지 않을까"하고 웃었다.

두산 베어스 이영하./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이영하./두산 베어스
2023년 10월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두산의 경기. 두산 이영하가 구원 등판해 역투를 펼치고 있다./잠실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날 이영하의 투구는 마치 2021년을 연상캐했다. 이영하는 2021년 불펜 투수로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을 펼쳤는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경기(1⅔이닝) 1승, 준플레이오프에서 2경기(5⅔이닝) 1승 1홀드, 플레이오프에서 1경기(3⅔이닝) 1승, 한국시리즈 1경기(1⅔이닝) 1패의 성적을 남겼다.

2021년 포스트시즌에서 총 성적은 6경기에 등판해 12⅔이닝을 소화, 3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2.84였다. 당시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KBO리그 역대 '최초'의 팀으로 역사에 남았는데, 이영하와 홍건희가 만들어낸 위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날 투구만 본다면, 선발 투수가 흔들릴 경우 포스트시즌에서도 긴 이닝을 막아내는 역할을 소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영하는 "나 혼자 하는 생각이지만, 여기저기서 많이 던져본 것이 장점이라 생각한다. 어디서든 던질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렇게 나가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이영하는 올해 시즌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고교 시절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돼 법정에 서게 된 까닭. 이영하는 '무죄'를 선고받은 후에야 팀에 복귀해 본격 시즌을 준비, 경기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최고 구속은 153km까지 마크했다. 이영하는 '지금'이 내년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그는 "지금이 내년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다. 공의 움직임과 스피드를 신경 썼는데, 잘 된 것 같다. 내년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며 "큰 경기에 나가게 된다면 더 집중해서 남들보다 더 좋은 공을 자신감으로 생각해서 잘 활용하면 팀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두산이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을 때 이영하가 2021시즌과 같은 '비밀병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두산 베어스 이영하./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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