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너와 나’에게 다시 와줘서[편파적인 씨네리뷰]
■편파적인 한줄평 : 매일 기억하진 못해도, 이따금씩은 떠올릴게.
나풀거리는 들꽃인 줄 알았는데 아주 단단히 뿌리를 뻗고 있다. 예쁘고 청량하기만 한 단어인 줄 알았더니, 그 어느 것보다도 깊은 흔적을 남긴다. 시끄러운 세상사에 조금씩 잊혀질 때쯤 다시 찾아와줘 고마운 이야기, 영화 ‘너와 나’(감독 조현철)다.
‘너와 나’는 수학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시간을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박혜수)와 하은(김시은)의 이야기를 그린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별이 된 아이들의 실화를 배경으로, 조현철 감독만의 섬세한 터치가 더해져 울림 강한 영화로 완성된다.
어떤 단어로 이 영화를 규정해야할지 조심스러워지는 작품이다. 그만큼 조현철 감독은 아주 작은 소품 하나에도 이들의 이야기를 실어내며 관객의 마음에 닿고자 한다. 그 노력이 쌓이고 쌓인 덕분에 실처럼 얇은 감정선들이 모이고 부딪혀, 후반부 어마어마한 여운으로 몰려든다. 어떤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지 모른 상태로 이 작품을 마주한다면, 후반 30분부터는 아주 깊은 골짜기에 빠진 듯 미안함과 안타까움, 슬픔과 자책감 속에서 허우적거릴 수도 있다. 그리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이후까지도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이도 있겠다. 초반 심심하거나 혹은 오글거리는 청춘영화처럼 비치던 상황들마저도 충분히 상쇄될 정도다.
N차 관람을 한다면 더 많은 이의 이야기가 들리는 영화다. 주인공인 ‘세미’와 ‘하은’ 뿐만 아니라 그들의 친구, 가족, 이웃들의 삶도 시야에 콕 박힌다. 조현철 감독은 무던하고도 담담한 어조를 유지하며 관객들이 오롯이 이들의 얘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소재를 이용하겠다거나 혹은 자극적으로 눈물을 뽑아내겠다는 욕망이 없어, 더 투명하고 진하게 와닿는다. 그 진심 때문에 더 울컥한다.
김시은은 좋다. 우직하게 무게중심을 유지한다. 그가 등장하면서 콧등 간지럽던 느낌이 싹 사라지고 상황이 현실처럼 느껴진다. 박혜수가 연기한 ‘세미’는 김시은으로 인해서 더욱 반짝거린다.
다만 극 초반부 말랑말랑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에 높은 진입장벽을 느끼는 이도 있겠다. 뽀얀 청춘영화가 아니란 걸 인내한다면, 이 작품의 진가와 의미를 비로소 맛볼 수 있다. 오는 25일 개봉예정.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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