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동아일보 "윤석열 대통령, 불통 오만 독선에서 벗어나야"
경향 "윤석열, 여당은 용산 대통령실 '출장소'로 야당은 '반국가세력'으로 인식"
허재현 압색 영장에 조작 대화 자리에 김병욱 참석 적시…조선 "민주주의 뿌리 흔들어, 민주당 몰랐나"
뉴스타파 등 공동취재단, 검찰 특활비 '쌈짓돈' 사용 추가 보도…한겨레 "국정조사·특검 해야"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13일자 주요 일간지들은 1면 톱기사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포인트 차로 완패한 여당과 현 정부에 대한 소식을 실었다. 조선일보만 1면 톱에서 <코로나 빚잔치 시작됐다>는 기사를 싣고 소상공인들이 줄폐업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배치했다. 같은면 하단에 <김행 여가장관 후보자 자진사퇴> 기사에서 부제로 '여권, 보선 패배 후 쇄신 움직임', '尹 “선거 결과에서 교훈 찾아야”' 등을 달아 보도했다. 보수 성향의 아침신문 사설에선 한목소리로 대통령과 여당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가짜 녹취록' 대화가 오간 현장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는 내용을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선 직전 김 의원의 최아무개 보좌관의 발언을 최재경 전 중수부장이 한 말이라고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가 조작보도해 '윤석열 대통령이 브로커 조우형씨를 수사하지 않고 봐줬다'고 주장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수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캠프, 이 대표 최측근인 야당 의원까지 향한 것이다.
검찰의 특수활동비 오남용 실태에 대한 뉴스타파의 보도가 이어지자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사설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뉴스타파·시민단체 등으로 구성한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이 12일 공개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특활비 자료를 보면 특활비를 검사들 쌈짓돈처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겨레는 국정조사와 특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향, '착잡한' 여당 지도부 사진 놓고 “이대로면 총선 가도 '이 장면'”
경향신문은 1면 사진에 국민의힘 지도부인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김병민 최고위원이 착잡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실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패배'라는 진단과 함께 윤 대통령이 이념 중심의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며 “그러나 윤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수정하고, 여당과의 수평적 관계를 허용하고, 야당과의 대화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관측이 많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선 근본적으로 윤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당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여당은 용산 대통령실의 '출장소'로, 야당은 '반국가세력'으로 인식하고,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으로 대표되는 '이념' 중심 국정 기조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정부와 여당의 관계 재설정, 협치 등을 요구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이번 보선에서 심판받은 국정기조를 전환하고, 당·정·대를 인적 쇄신하고 대야 관계의 새 틀을 짜야 한다”며 “민생을 놓고 야당과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만 정부와 책임여당의 활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보수 성향 매체들도 사설에서 여권의 개혁을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대통령 여당 안 바뀌면 중대 국정개혁 다 물건너가>에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때부터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했다. 공공·재정·산업구조 개혁도 절실하다”고 한 뒤 이러한 개혁을 위해 “국회에서 최소한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를 볼 때 총선 패배가 예상되니 변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조선일보는 현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는 “국정 방향은 대체로 옳지만 그 방식과 태도가 문제라고 여기는 국민이 많다”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을 의식하지 않다 보니 민심과 괴리가 생기고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매사에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느낌을 준다”며 “국민은 대통령의 겸허하고 진솔한 자세를 인사를 통해 보고 느끼는데 정치에선 취임 이후 지금까지 누구를 내치고 배척하는 기류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지나친' 상하관계”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과 정부에서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여당에서 여론을 전달해 수정하는 시스템이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나친 상하관계가 되다 보니 지금 국민 눈에 여당은 보이지도 않고 있다”며 “주식 의혹과 인사청문회 퇴장 논란을 빚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것을 시작으로 윤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민심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의 성찰을 요구했다. 사설 <'김행 하차'는 출발점일 뿐, 국정쇄신은 '내 탓' 성찰로부터>에서 “변화와 쇄신은 윤 대통령 자신에게서 나와야 한다”며 “스스로 인식과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뒤 “1년 넘도록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불통, 곳곳에 '내 사람'을 심어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오만, 직접 이념전쟁의 전사로 뛰어드는 독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 정부를 가리키며 '과거엔 더했다'는 변명도 더는 통하지 않는다”며 “'남 탓' 아닌 '내 탓',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 <여권의 총체적 쇄신과 성찰 없이는 국정 신뢰회복 어렵다>에서 “우선 만사를 가름할 인사가 독단·독선적이지 않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며 “협소한 인재풀과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이 국민 눈높이에 부합했는지 자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여전히 국민 불안이 큰 터에 여당 지도부가 수산물 먹방으로 실소를 자아내는가 하면, '당정 일체' 구호 아래 용산에의 쓴소리 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도 깊이 새겨야 한다”고 했다.
'조작 보도' 의혹, 이재명 캠프로 향하는 검찰 수사
동아일보 보도를 보면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은 김병욱 의원이 지난 2021년 12월21일 최 보좌관과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의 사촌 이아무개씨를 만난 내용을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했다.
동아일보가 인용한 영장에 따르면 이씨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상관이었던 최재경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전 중수부장) 등의 부당한 지시를 추종했다는 프레임을 짜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이 “제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한테 정리 싹 해서 한번 만들어 볼게요. 조금 더 정리되고 나서, 거대한 구악과의 싸움 케이스”라고 했고 최 보좌관은 “국민의힘 사람들이 다 10년 동안 해먹은 거다. 이런 그림을 만들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씨가 “김양(전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이 구속되기 전 조우형이 김양 심부름꾼이었거든요”라고 말하자 최 보좌관이 근거 없이 “윤석열이 한말이지”라고 답한 것으로 보고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경향신문 보도까지 종합하면, 검찰은 최 보좌관이 해당 대화를 녹음한 뒤 민주당 화천대유 태스크포스(TF) 조사팀장을 맡던 김아무개씨에게 전달했고, 이후 김씨가 허 기자에게 이를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천대유 TF 단장은 김 의원이, 해당 TF 상황실장을 최 보좌관이 맡고 있었다. 김씨가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 비서실 소속이면서 이재명 캠프 기본주택본부장을 맡고 있었는데 검찰이 이들을 고리로 송 전 대표와 이 대표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허 기자는 최 보좌관, 김씨 등을 모른다며 적절한 취재를 거쳐 확인 후 보도했다는 입장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김씨는 “허 기자 연락처도 없고 누군지도 잘 모른다”며 “해당 (리포액트) 보도도 처음 본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이번엔 野 보좌관 가담한 '대선 가짜 뉴스', 黨(당)은 몰랐나>에서 “지난 대선 양강 후보 중 한명인 이재명 후보 측 인사가 상대 후보가 범죄에 연루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가짜 녹취록을 조작, 확산시켰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드는 심각한 범죄”라며 “민주당 보좌관이 직접 가담하고 의원이 연루된 의혹이 있다면 당 지도부나 선거 캠프도 개입된 것은 아닌지, 혹은 최소한 조작 사실을 알고 잇었던 것은 아닌지도 정확히 규명돼야 한다”고 했다.
뉴스타파 등 공동취재단, 검찰 특활비 분석결과 발표
공동취재단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검찰은 법원의 정보공개 판결에도 사용 내역을 알 수 없도록 가려서 자료를 공개했는데 고양지청의 경우 일부 글자가 보여 오랜 분석 끝에 판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집행 명목이 수사활동이나 정보교류활동으로 된 것은 60% 정도에 그쳤고 나머지는 기밀이 요구된다고 보기 힘든 검거·공판활동에 사용됐다. 수사활동의 경우에도 기밀이 요구되는 특정 사건이 적시되지 않은 채 특활비가 지급됐다. 또 사용 용도를 벗어나 격려·포상금 등으로 전용된 사례도 드러났다.
한겨레는 사설 <검찰 특활비 의혹, 국정조사·특검 외에 규명 방법 없다>에서 “공동취재단이 지금까지 판독한 특활비 집행기록은 전체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빙산의 일각에서 확인되는 오남용 사례만 봐도 심각하다”며 “전수조사를 한다면 상상 이상의 실태가 드러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그동안 시민단체의 국고보조금 부정사용이나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부각시켜왔지만 검찰의 특활비 오남용은 이보다 훨씬 심각한 사안”이라며 “정부에서 (검찰의 오랜 적폐부터 뿌리 뽑을) 의지가 없다면 국정조사나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고양지청서 민낯 드러난 검찰 특활비, 이대로 둘 건가>에서 “검찰과 법무부는 지금이라도 투명하게 특활비 사용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며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도 축소된 만큼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검찰 특활비가 부당하고 불투명하게 쓰이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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