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숨어 지낸 하마스 '유령 사령관'···이스라엘이 노리는 그는 누구?[이-팔 전쟁]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한 지상전에서 하마스 지도부 제거를 우선순위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부 중에서도 무함마드 데이프(58)를 핵심 표적으로 삼고 있다. 데이프는 하마스의 군사 조직 '알카삼 여단'의 최고 사령관이자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배후로 지목된 인물 중 한 명이다.
데이프는 공격 개시 당일 육성 메시지를 통해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선포하며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전투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하마스 관계자는 데이프가 이스라엘의 잦은 공격에 노출됐다고 WP에 전했다. 이스라엘이 최근 데이프 가족의 집을 공습해 그의 형제가 숨진 데 이어 데이프의 자택도 함께 공격했다고 한다. 과거에도 이스라엘 측의 암살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데이프는 살아남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아내와 자녀가 숨지고, 자신도 한쪽 눈을 잃는 등 크게 다친 것으로 추정된다.
데이프는 1965년 가자지구의 칸 유니스 난민 캠프에서 태어나 1980년대 후반 하마스에 합류했다. 이스라엘군 납치 및 살해 사건에 여러 차례 연루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후 알카삼 여단에서 존재감을 키우던 데이프는 당시 알카삼 여단을 이끌던 살라 셰하데가 2002년 이스라엘 측 공습으로 사망하자, 후임자로서 조직을 이끌게 됐다.
데이프는 한곳에 정착하지 않는 생활 방식으로 '손님'(the guest)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그는 20년 넘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물론 소재도 알려지지 않았다. 가자지구 알아즈하르 대학의 한 정치학자는 "데이프는 유령"이라면서 "그는 알카삼의 최고 사령관이지만 우리는 그가 진짜 누구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데이프가 그동안 이스라엘을 겨냥한 하마스의 로켓, 드론, 자살 폭탄 테러 등 공격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2009년 데이프를 테러리스트로 지정했다. 당시 미 국무부는 그를 '하마스 군부 핵심 인물'로 규정하며 '이스라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테러 공격'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군사 지도자인 데이프 외에 또 다른 제거 대상으로 지목되는 하마스 지도부로는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61)가 있다. 하니예는 해외에 머무르고 있지만 소재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니예는 1987년 제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반이스라엘 독립투쟁) 때 여러 차례 이스라엘 감옥에 투옥됐다. 1992년에는 다른 하마스 대원, 성전주의자 수백 명과 함께 레바논으로 추방되기도 했다.
2006년 팔레스타인 선거에서 하니예가 이끄는 하마스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이 이끄는 파타당을 꺾고 승리해 가자지구 총리 자리에 오르면서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2017년 하마스 정치국 지도자로 처음 선출된 데 이어 2021년 재선에 성공했다.
미국은 2018년 하니예를 테러리스트로 지정하면서 "하니예는 하마스 군사 조직과 긴밀히 관련돼 있으며, 민간인 등을 상대로 한 무장투쟁 옹호자"라고 규정했다.
하마스의 핵심 근거지인 가자지구 정치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61)도 이스라엘이 주시하는 인물이다. 신와르는 과거 알카삼 여단의 전신인 하마스의 무장 조직을 이끌었으며, 지금도 무장 조직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초강경파로 인물로 알려졌다.
신와르는 이스라엘 군인 2명을 납치, 살해한 혐의로 이스라엘 감옥에서 20년간 옥살이를 한 뒤 지난 2011년 포로 교환 때 풀려났다. 미국 정부는 2015년 그를 테러리스트로 지정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최근 "신와르가 이번 기습작전의 사령관 역할을 맡았다"면서 "그는 이제 죽은 목숨이며 하마스의 군사, 정치 지도자와 모든 자산이 공격 및 저주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하가리 소장은 "우리는 하마스 고위 관리들을 제거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은미 인턴기자 savou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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