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예 멤버' 클린스만호, 이젠 '어떤 축구' 윤곽 나올까...마지막 연습 무대 오른다
[OSEN=파주, 고성환 기자] 실전 무대를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친선전이다. 최정예 멤버를 소집한 클린스만호가 이번엔 과연 어떤 축구를 보여줄 수 있을까.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와 10월 평가 1차전을 치른다. 이후 17일엔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자리를 옮겨 베트남과 2차전을 갖는다.
튀니지와 베트남은 한국에 비하면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팀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한국(26위)과 튀니지(29위), 베트남(95위) 순이다. 물론 FIFA 랭킹이 절대적인 척도가 될 순 없지만, 세 팀 중 가장 전력이 강한 나라는 한국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클린스만호는 홈 팬들 앞에서 2연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처음으로 연승을 질주하겠다는 각오다. 대표팀은 지난 3월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5경기에서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지만(3무 2패), 9월 유럽 원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꺾고 첫 승을 올렸다.
이젠 홈 첫 승리와 연승을 노릴 차례. 주장 손흥민도 "두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으로 연승을 달리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좋을 것 같다"라며 "이번에 가장 중요한 건 계속해서 연승을 이어 나갈 수 있느냐다. 좋은 분위기로 아시안컵을 가느냐 그러지 못하느냐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상당히 어린 팀이라 분위기가 중요하다. 결과를 통해 얻어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번 2연전은 마지막 연습 무대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대표팀은 이번 친선 경기를 끝으로 11월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내년 1월엔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일정을 소화한다.
앞으로는 친선전이 아니라 실전만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 튀니지와 베트남이 최종 스파링 상대인 셈이다. 이번 A매치가 큰 리스크 없이 클린스만호의 색채를 그려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이유다.
클린스만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12일 사전 기자회견에서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친선경기다. 두 경기 모두 좋은 결과로 마무리하고 싶다"라며 "4번째 소집이다. 선수들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좋은 결과를 내면서 다가오는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과 아시안컵을 잘 준비하길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일단 가장 중요한 건 결과다. 어찌 됐든 홈에서 연승을 달리며 승리하는 분위기를 구축한다면, 이어질 본 무대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손흥민이나 클린스만 감독이 나란히 결과를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단순히 승리 하나만으론 만족하기 어렵다. 클린스만 감독의 말대로 어느덧 4번째 소집인 데다가 그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는 7개월이나 됐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승리를 얻은 사우디전에서도 경기력은 여전히 합격점을 받지 못한 만큼 팬들의 갈증과 의문 부호는 커지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자기만의 철학이 확고한 감독은 아니다. 그는 현역 시절 뛰어난 공격수였던 만큼 공격 축구를 좋아한다고는 말했지만, 그게 전부다. 지도자 커리어 내내 뛰어난 전술 능력을 내세우기보다는 선수들 관리에 신경 쓰는 이른바 매니저형 감독이었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전술적 컨셉은 필수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6월 대표팀 선수들 구성에 맞는 축구를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내 축구가 이렇다’라기보다는 선수들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 어떤 전략에 적합한지, 어떻게 해야 100%를 끌어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라며 "어떤 축구를 하길 원하는지 물어보고 싶다"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결국엔 시간과 응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달 9월 A매치를 마치고 입국하면서도 아시안컵 결과가 나온 뒤 비판해도 늦지 않으니 일단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내달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당연히 목표는 아시안컵 트로피라며 선수와 코치진, 미디어, 팬들이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믿어달라는 말만으로는 믿음을 살 수 없다. 경기장 위에서 가능성과 방향성을 제시할 때 비로소 팬들의 믿음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이젠 어떤 축구를 하길 원하는지 물어볼 때가 아니라 어떤 축구를 펼칠지 밑그림을 보여줘야 할 때다.
해외파를 포함해 최정예 멤버를 모두 소집한 만큼, 변명거리도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사타구니 부상으로 소속팀에서 출전 시간을 관리 중인 손흥민을 비롯해 혹사 우려가 불거진 김민재, 부상에서 복귀하자마자 아시안게임을 뛰고 온 이강인까지 모두 차출했다.
게다가 클린스만 감독은 조직력을 강조하며 "나에겐 대표팀 가는 것이 휴가였다. 김민재와 손흥민 모두 출전 시간 감소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축 선수들의 휴식과 신예 발굴까지 포기한 만큼,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까지도 어느 정도 보여줘야 하는 클린스만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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