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사람은 남고 책임질 사람은 사라져… 카카오 '무원칙 인사' 뭇매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의 먹튀 논란 이후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이 같은 행보가 이어져 '책임질 사람은 떠나고 정작 물러나야 할 사람은 남는다'는 말이 나온다. 회사 실적이 악화돼 직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이러한 경영 판단은 직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최근 남궁 전 대표는 이달 말 카카오를 떠난다고 밝혔다. 2015년 8월 카카오에 발을 들인 지 8년 만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를 책임지고 물러났다. 이후 사태 수습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재발방지대책 소위원장을 맡았고 올해 초부터 카카오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의 상근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남궁 전 대표는 지난달부터 모교인 서강대에서 초빙교수로 활동 중인데 이번 가을 학기부터 고문직을 관두고 서강대 교양 과목을 맡을 예정이다.
카카오의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장담한 남궁 전 대표이기에 이번 결정은 아쉬움이 남는다. 남궁 전 대표는 작년 2월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카카오가) 대표이사에게 스톡옵션(주식선택매수권)을 부여한다면 그 행사가는 15만원 아래로 설정하지 않도록 (회사에) 요청했다"며 경영진의 쇄신을 강조했고 주가 15만원을 기록할 때까지 최저임금을 받겠다는 책임 경영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주가가 8만7300원(지난해 2월10일 종가)인 점을 고려하면 주가가 2배 오르지 않을 시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남궁 전 대표는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물러난 뒤 다른 행보를 보인다. 그는 상근 고문으로서 급여 2억5000만원을 수령했고 스톡옵션은 올해 상반기 15만원이 아닌 각각 1만7194원(11만9131주), 1만7267원(11만8623주)에 두 차례 행사했다. 당시 카카오 주가가 각각 5만8100원, 5만5700원이었는데 행사와 동시에 주식을 매도했다면 총 94억3200만원에 이르는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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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 전 대표가 류영준 전 대표를 비롯한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의 먹튀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등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당시 류 전 대표는 2021년 12월 카카오페이가 상장한 지 한 달 만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469억원을 챙겨 비판이 거셌다.
남궁 전 대표는 전임 수장으로서 공동체 위기 상황을 통감하고 자문으로서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이끌겠다고 했지만 이를 뒤로한 채 자신의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것이다.
주가는 남궁 전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3월 6만원대를 횡보하다 지난 12일 4만2650원, 13일엔 4만3650원으로 거래를 마쳐 4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실적 역시 적자 규모가 계속 불어 공동체 전반에 걸쳐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책임지겠다던 전 대표는 물러났지만 최근 법인카드 유용 논란으로 지탄을 받은 김기홍 전 CFO는 정직 3개월에 그쳤다. 더욱이 재무 책임자가 게임 아이템에 회삿돈 1억원을 사용한 점이 논란을 키웠다. 노조는 횡령 혐의로 그를 경찰에 고발한 상황이지만 회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직 이후 회사로 복귀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커진다.
책임질 사람은 떠나고 문제 일으킨 사람들은 껴안는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 실적이 부진하고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해 직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솔선수범해야 할 경영진들의 이러한 행태는 모순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인사 원칙 없이 상황이 닥칠 때마다 이에 대처하고 있다"며 "책임지지 않는 분이 너무 많아 직원 사기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성장한 만큼 다른 대기업처럼 명확한 인사 방침이 없는 것 같다"며 "김기홍 전 부사장에 대한 처분이 이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플랫폼 업계는 홍은택 현 대표가 스톱옵션 공약을 제대로 이행할지 주시하고 있다. 그는 올해 스톡옵션 5만주를 받으면서 회사 주가가 2배 오를 때까지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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