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강서구 험지 참패론 주장은 맞나

조현호 기자 2023. 10. 13.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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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P 참패에 '험지'론 꺼내…강서구 표심 민주-국민의힘 번갈아가며 지지
중앙선관위 구청장 시장 총선 대선 보선 득표율 분석 험지라 볼 수 없어
천하람 "험지 전혀 아냐, 스윙보터 지역" 홍준표 "수도권 민심 확인"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여야가 총력전을 기울인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P 차이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돌연 녹록치 않은 여건이었다며 험지 탓을 하고 나섰다.

그러나 역대 서울시장 강서구청장 지방선거 뿐 아니라 총선, 대선, 보선 등에서 나타난 강서구민들의 선택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번갈아가면서 지지하는 경향을 드러내는 등 험지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수도권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스윙보터 지역의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번 선거 참패를 두고 “우리당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심을 다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강서구민들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며 “그 결과를 존중하게 겸허하게 받아들여 성찰하면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우리당으로서는 험지로써 녹록한 여건이 아니었음에도 강서구민들의 민심을 받들기 위해 온힘을 다해 선거에 임해주신 당원 동지 여러분들께 당 대표로서 감사의 인사와 함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우리당이 약세인 지역과 수도권 지역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도록 맞춤형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험지론, 약세지역론을 꺼내들었다.

같은 당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한 곳에 불과하지만 국민 전체의 민심이라 여기고 그 뜻을 깊이 잘 헤아려 가겠다”며 “투표의 방향을 결정지은 기준을 어디까지나 민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P 격차로 국민의힘 후보가 참패하자 험지여서 녹록치 않은 여건이었다고 험지론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선거 전에는 다선 의원들을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벌였으나 선거 막판으로 가면서 '한 구일 뿐' '총선의 전조전이 아니다'라며 의미를 축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거기에 이번엔 '험지'여서 질 수밖에 없었다는 가설까지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과연 강서구 표심은 민주당만 매번 압도적으로 지지해, 국민의힘에겐 험지였을까. 우선 지난 2010년 제5대부터 지난해 제8대 지방선거 강서구청장의 당선결과는 앞서 세차례(제5~7대) 민주당이, 지난해인 제8대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가 차지했다. 김 후보는 당시 2.5%P 차이로 승리했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서구 표심은 비슷한 것 같지만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마찬가지로 제5대~7대 서울시장 선거때 강서구는 민주당 후보를 더 지지했으나 지난해 제8대 서울시장 선거에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었다. 강서구 득표율을 보면 오세훈 후보가 55.6%, 송영길 민주당 후보가 41.7%로 무려 13.9%포인트의 격차가 났다. 앞서 지난 2010년 제5대 선거 땐 한명숙 민주당 후보가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에 강서구 지역에서 앞섰지만 2.3%의 근소한 차이였다. 무엇보다 민주당 몰락의 신호탄이었던 지난 2021년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강서구 표심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3.5%,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42.2%로, 득표율 차이가 무려 11.3%포인트까지 벌어지며 더 많은 지지를 얻었다.

총선의 경우는 더욱 박빙이었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는 강서갑에 구상찬 한나라당 후보가 8.3%포인트 격차로 승리했고, 강서을에서는 같은당의 김성태 후보가 9.7%포인트 격차를 벌이며 승리했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는 강서갑에서는 신기남 민주통합당 후보가 6.2%포인트 차이로 승리하고, 강서을은 김성태 새누리당 후보가 0.7%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그 다음 선거인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는 강서갑과 강서볍은 민주당 금태섭, 한정해 후보가 각각 승리했고, 새누리당은 강서을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강서갑(강선우), 강서을(진성준), 강서병(한정애) 모두 민주당 후보가 큰 격차로 승리했다.

대선 때의 강서구민의 표심도 어느 한쪽만 지지한 적이 없다. 2008년 제17대 대선에서 강서구 득표율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51.0%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25.2%로 무려 25.8%포인트 한나라당이 앞섰다. 그 다음 선거인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강서구 득표율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보다 6.5%포인트 앞섰다. 탄핵 직후 열린 2017년 제19대 대선에선 강서구 득표율도 문재인 후보가 홍준표 후보에 25.0% 포인트 앞섰다. 지난해 제20대 대선 강서구 득표율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48.7%로, 윤석열 후보(46.5%)에 비해 2.2%포인트 앞섰다.

대부분 민주당이 강서구에서 우세한 득표율을 보인 횟수가 더 많지만, 국민의힘이 압도적으로 득표율이 높았을 때도 적지 않았는 점에서 국민의힘에게 '험지'라고 분류하긴 어려운 지역이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변호사)는 1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연결에서 이번 선거결과를 “폭망”이라 규정하면서 “겸허하게 반성하기보다 의미를 깎아내리려고 하는 코멘트들이 대통령 측과 당내에서도 벌써부터 나온다”고 지적했다. 천 위원장은 험지라는 주장을 두고 “제가 보기에는 원래 험지가 아니고, 지금 용산과 우리 당이 정부 여당이 험지 메이커”라며 “지금 서울 수도권 선거를 험지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천 위원장은 “강서구가 지난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싹쓸이 했지만, 사실 부동층, 무당층, 중도층이 많은 스윙 지역”이라며 지난해 오세훈 시장이 14%격차로 이긴 사례와 김태우 후보가 이긴 사례를 들었다. 그는 “강남 3구를 제외하고 서울, 수도권의 특징을 굉장히 잘 보여주는 지역이고, 2030 거주 비율이 굉장히 높은 지역”이라며 “우리가 잘하면 이기는 그런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천 위원장은 “지난 지방선거 때 승리한 이후 보수진영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확장돼 있었으나 홍범도 장군 논란부터 '도저히 여기까지는 동의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인사 참사, 낙하산 인사, 잘못하고 오리발 내미는 걸 보면서 '여기도 공정과 상식이 없네' 하고 다시 돌아가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강서 보선의 역대급 참패는 총선 6개월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을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며 “이러한 역대급 참패를 우리는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썼다. 홍 시장은 “당정쇄신(黨政刷新)이 시급하다”며 “이대로를 외치는 것이야 말로 기득권 카르텔에 갖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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