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도 플랫폼에 종속될까?[뉴스레터 점선면]

김지혜 기자 2023. 10.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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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추석 연휴 하루 전. 습관처럼 뉴스 플랫폼을 새로고침하는데, 비슷한 기사 제목들이 줄줄이 떠올랐어요. 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로톡의 승리’로 요약되는 기사들이 공유하는 ‘팩트’는 한 가지였습니다. 법무부가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변호사들에게 내려진 징계를 취소했다는 거였죠.

로톡이 변호사 단체와 오래 분쟁을 벌였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 ‘징계 취소’가 왜 ‘로톡 승리’인지는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잊어버린 맥락을 되새기려, 과거 기사들을 검색하기 시작했죠. 잠시 멈칫하게 된 순간이 있었습니다. “변호사가 배달음식입니까?” 2021년 변호사 단체 선거에 나온 한 후보가 사기업이 운영하는 로톡을 겨냥해 ‘법률 플랫폼 준공영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이렇게 표현한 거예요.

플랫폼 산업에 대한 변호사 단체의 적대 혹은 공포가 선명하게 느껴지는 문장이었어요. 배달 노동에 대한 폄훼가 담긴 말이었고요. 로톡과 변호사 단체의 오랜 갈등을 정리하며, 이 날 선 적대 너머의 맥락을 파악해보고 싶었어요.

“변호사도 플랫폼에 종속된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변호사 단체의 공포는 현실성이 있는 걸까요? 아니면 단지 전문직역의 이익만을 수호하겠다는 이기주의 혹은 엄살에 불과할까요? 이번 결정으로 로톡은 정말로 승리를 거머쥔 걸까요?

오늘 점선면은 법조를 출입하는 강연주 기자와 함께 로톡-변호사 단체의 8년 분쟁을 돌아봅니다.
2021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선거에 나선 한 후보가 제작한 홍보물에 법률 플랫폼 준공영제를 주장하는 내용이 실려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법무부가 변호사 징계를 취소하기까지

· 9월26일,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123명의 변호사에게 내린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징계 처분을 법무부가 취소했습니다.

· 로톡은 2014년에 문을 연 플랫폼 서비스입니다. 소비자들이 키워드별·사건별 검색을 통해 알맞은 변호사를 찾을 수 있도록 온라인 공간을 제공하죠.

· 2015년부터 변호사 단체들은 로톡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고발을 거듭해왔어요. 경찰과 검찰의 판단은 매번 같았습니다. 혐의없음. 모두 불송치·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 2021년 변협은 변호사가 법률 플랫폼에 가입할 수 없도록 사실상 금지하는 내부 규정을 새로 만들기에 이릅니다. 로톡을 겨냥한 규정이었어요.

· 로톡도 가만있지 않았죠. 변협의 새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불법이라고 신고했어요. 헌법재판소는 변협 규정 중 일부를 위헌으로 판단했고, 공정위는 변협에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했습니다.

· 그사이 변협 규정으로 징계를 받은 ‘로톡 변호사’는 점점 늘어났어요. 로톡 가입 변호사 수는 절반으로 줄었고, 로톡 운영사는 직원 절반을 감축하고 사옥도 매물로 내놓는 등 경영난에 시달렸죠.

· 결국 지난해 12월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이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법무부가 로톡 가입 변호사 전원의 징계를 취소한 거예요. 로톡의 서비스가 큰 틀에서 위법하지 않다며 명확하게 못을 박는 결정이었죠.

최근 법무부는 법률 플랫폼 로톡과 변호사 단체의 8년 분쟁을 끝맺는 ‘로톡 변호사 징계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1. “족쇄 풀린” 로톡이 가져올 미래

🤔 “법률 서비스는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아요. 당장 보통 사람들은 변호사를 만날 일이 생기면, 어디서 만나? 만날 때 뭘 준비하지? 처음엔 돈을 얼마 내지? 어느 정도의 수임료가 적정하지? 모르는 것이 너무 많기에 법률 서비스 플랫폼이 그 접근성을 높여줄 거라 기대합니다. 법조계 네트워크의 아웃사이더에 속하는 변호사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고요.” (y님)

독자님께서 잘 짚어주신 것처럼, 법무부는 징계를 취소하며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로톡 같은 법률서비스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로톡은 편리합니다. 변호사 수임료부터 상담 시간, 해결 사례, 상담 사례, 의뢰인 후기까지 다양한 정보들을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거든요.

또 y님 말씀처럼 “법조계 네트워크의 아웃사이더에 속하는 변호사”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와요. 2006년 1만명 수준이던 변호사 수는 2023년 3만4000명을 넘어섰습니다. 변호사가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의뢰인이 찾아오던 시대는 지났죠. 경쟁이 격화된 만큼, 변호사도 적극적인 자기 홍보가 필요해요.

특히 고위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과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법률 시장에서 로스쿨을 막 졸업한 청년 변호사에게 홍보는 ‘생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로톡은 포털 같은 기존 광고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광고비로도, 또는 아예 광고비가 없어도 변호사가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줍니다.

미국에는 로톡 같은 업체가 2000곳이 넘고, 일본엔 주식시장에 상장한 회사도 있다고 해요. 그렇다면 이번 법무부 결정이 로톡과 같은 법률 플랫폼에 날개를 달아 줄까요? 이를 전망하려면 결정의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뜯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로톡을 통해 소비자는 변호사 수임료부터 상담 시간, 해결 사례, 상담 사례, 의뢰인 후기까지 다양한 정보들을 쉽게 확인·비교할 수 있습니다. 로톡 화면 캡처

2. ‘연결’과 ‘연결의 장’의 한 끗 차이

법무부 징계위는 큰 틀에서 로톡의 서비스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변호사들에게 징계를 내린 근거가 된 변협의 규정에도 문제가 없다고 봤어요. 말씀드렸듯, 이 규정은 변호사들의 법률 플랫폼 가입을 막으려고 새로 만든 것인데 말입니다.

변협의 새 규정이 문제시한 것은 로톡이 ‘광고비를 받고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한다는 점이었어요.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돈을 받고 변호사를 알선하는 건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근거를 대면서요.

그런데 법무부는 로톡의 ‘연결’을 다르게 바라봤습니다. 로톡이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것이 아니고, 대신 ‘변호사와 소비자가 연결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는 해석을 내놓은 거예요. 그러니 ‘직접 연결’이 아니니 ‘알선’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죠.

좀 헷갈리지 않나요? ‘직접 연결’은 안 되고, ‘연결될 수 있는 장’은 된다니? 이 ‘한 끗’의 차이가 도대체 무엇이고 왜 중요하길래, 로톡의 위법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 걸까요?

3. 다른 플랫폼하곤 좀 다른데?

법무부는 로톡이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이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들 중에는 이런 것이 있습니다.

  • 광고비를 지급한 변호사 사이에는 노출 순서가 무작위(랜덤)로 이루어짐
  • 소비자가 로톡에서 노출되는 변호사 정보를 직접 확인한 후 선택할 수 있음
  • 로톡은 변호사와 소비자의 상담 과정에서 수수료를 취하지 않음

로톡의 이런 특징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랫폼 서비스와는 어딘가 달라 보여요. 카카오택시를 통해 택시를 부를 때, 승객은 스스로 택시 기사 정보를 일일이 확인해 선택하지 않습니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기사-승객을 연결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까지 챙겨가요

배달의민족도 마찬가지예요. 음식점과 배달 기사, 소비자를 연결할 때마다 플랫폼이 중개 수수료를 가져갑니다. 소비자는 음식점은 스스로 고를 수 있지만, 배달 기사는 플랫폼이 임의로 ‘연결’해요. 음식점이 플랫폼에 노출될 때에도 ‘알고리즘’이 개입합니다. 영업시간이 길거나, 주문량, 리뷰가 많을수록 ‘맛집랭킹’이 높아지고요.

로톡은 일반적인 플랫폼 서비스와 달리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의 장’을 제공할 뿐이며, ‘중개 활동’을 통해 이익창출을 하는 대신 오로지 ‘광고비’를 통해서만 수익을 얻습니다.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하지만 로톡의 변호사 노출 순서는 ‘무작위(랜덤)’이에요. 월정액 광고비를 낸 변호사들이 무료 회원들보다 상단에 노출되기는 하지만, 광고비를 낸 모든 변호사들의 노출 확률은 동일하다고 해요.

알고리즘도 개입하지 않아요. 어떤 변호사가 광고비를 더 냈다고, 승소율이 높다고, 수임료가 낮다고, 리뷰가 많다고 플랫폼 상단에 노출되지 않습니다. 특정 변호사와 특정 소비자를 임의로 ‘매칭’하는 서비스도 없어요. 소비자가 변호사에게 별점을 매기는 제도도 사라졌어요. 로톡의 수익원은 변호사들이 내는 광고비가 전부이고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플랫폼 서비스는 이처럼 ‘연결’의 주도권을 플랫폼이 쥐고 있어요. 그런데 법률 플랫폼만큼은 이 ‘연결’의 주도권을 잡을 수 없도록, 그저 ‘연결의 장’으로서만 역할하도록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4. 왜 로톡한테만 그러는 걸까?

왜 유독 법률 서비스 플랫폼에만 이렇게 제약이 많은 걸까요? 변호사가 공공성·독립성을 잃고 시장의 논리, 특히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법적으로 ‘사무장 로펌’ 혹은 ‘법조 브로커’가 금지된다는 사실, 독자님도 알고 계실 거예요.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변호사 업무에 참여해 보수나 이익을 챙겨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변호사법이 없는 세상을 한번 상상해 볼게요. 브로커와 사무장이 알아서 사건을 ‘물어오고’, 이들과 동업 혹은 고용 관계에 있는 변호사는 사건을 그저 ‘처리’하기만 하는 것이 합법인 세상이라면 어떨까요?

권력과 자본을 쥔 브로커나 사무장이 변호사의 일감을 결정하는 ‘갑’의 위치에 서게 된다면, 변호사는 이들의 요구에서 자유롭기 힘듭니다. ‘갑’인 브로커와 사무장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변호사에게 ‘돈 되는 사건만 하라’거나 ‘더 많은 사건을 더 빨리 처리하라’는 등 공익에 반하는 요구를 하더라도 말이에요.

당장 높은 수임료를 지불할 능력이 없는 의뢰인, 시간을 들여 해결해야 하는 사건에 휘말린 의뢰인들은 변호사를 구하지 못하는 곤란에 빠지게 될 거예요. 변호사법은 이처럼 제3자의 개입으로 법률 서비스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을 막기 위해 ‘사무장 로펌’과 ‘법조 브로커’를 금지합니다.

헌법재판소와 법무부는 소비자와 변호사를 직접 중개하는 플랫폼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어요. 그런 이유로 오로지 변호사를 위한 광고·홍보 공간으로만 법률 플랫폼의 역할을 제한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만에 하나, 변호사가 법률 플랫폼에 종속되는 일이 생긴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첫 번째 문제는 바로 변호사 수임료의 상승입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이 개입할 경우 변호사가 받을 수 있는 적정한 보수에 플랫폼이 갖는 ‘이윤’이라는 또 다른 몫이 더해지기 때문에 소비자와 변호사 양편에서 착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플랫폼에 낼 광고비 때문에 수임료가 오르거나, 변호사의 수익이 줄어드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죠.

다른 문제도 있어요. 한 교수는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는 애초에 엄청난 정보 불균형에 기반해 있어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예컨대 어떤 의뢰인에게 필요한 법률 서비스가 A, B, C 세 가지라고 가정해 봅시다. 하지만 문제의 ‘정보 불균형’ 때문에 변호사가 A, B를 건너뛰고 C만 수행하는 ‘꼼수’를 부리더라도 의뢰인은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만일 이 변호사가 이용하는 법률 플랫폼이 변호사 업무의 ‘속도’와 ‘양’을 척도로 성과를 측정하는 곳이라면, 변호사는 의뢰인 몰래 저지를 수 있는 ‘꼼수’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어요.

5. 연결하되 연결하지 않는 미묘한 줄타기

사실 이 공공성·독립성 수호의 논리는 서울변회·대한변협 등 변호사 단체들이 로톡을 반대하기 위해 내세운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로톡이 “사무장 로펌과 동일한 성격의 법익 반가치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고발을 이어나갔어요. (수사기관은 로톡은 사무장처럼 ‘연결’이 아니라 ‘광고’ 역할을 한다고 판단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변호사 단체의 입장은 한결 같았습니다. 어떤 모습의 로톡이든 반대했어요. 연결이든 연결의 장이든 광고든, 결국 ‘플랫폼’이라는 것 자체가 결국 변호사를 종속시켜 공공성·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주장을 이어갔죠. 헌법재판소는 그 주장이 ‘과잉’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애초에 변협은 새 규정을 통해 변호사-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뿐만 아니라 ‘광고·홍보·소개’하는 플랫폼까지 가입을 금지했어요. 하지만 지난해 헌재는 이러한 규정이 변호사가 자신을 광고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법률 플랫폼이 지켜야 할 ‘선’이 서서히 만들어진 겁니다. 이번에 법무부가 정리했듯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대신 ‘연결의 장’을 제공하는 선에 머물러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그 ‘선’, 명확하고 깔끔하게 그릴 수 있는 걸까요?

이번에 법무부는 로톡의 일부 서비스·광고의 경우 변호사 업무에 대한 플랫폼의 개입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예컨대 “법률고민 처음부터 로톡하자”처럼 변호사 아닌 로톡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를 콕 찝어 지적했죠. 그렇다고 ‘로톡’ 상호명을 드러낸 광고를 일절 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니에요. 법무부 관계자는 “로톡이 광고할 때 자신들을 아예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은 아니고, 현재의 광고 방식에 일부 지나친 점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광고가 얼마나 ‘지나쳐야’ 법 위반인지 이 설명만으로는 잘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법률 플랫폼의 위법성에 대한 판단은 명확한 가이드라인보단 개별 사례에 대한 임의적인 판단과 해석에 기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로톡은 앞으로도 ‘직접 연결’ 아닌 ‘연결의 장’에 남아있기 위해 스스로를 열심히 규율해야 할 터입니다. 보이지 않는 ‘선’을 계속해서 가늠하면서요.

물론 로톡이 내놓는 전망은 낙관적이에요. 로톡 측은 징계취소 이후 ”법무부 권고 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법률 플랫폼의 모범이자 기준이 될 것“이라며 향후 사업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없이 이어지는 ‘미묘한 줄타기’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요.

법무부는 징계 취소 결정을 통해 로톡과 같은 법률 서비스 플랫폼이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선 안 되지만, ‘연결할 수 있는 장’으로서의 역할은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플랫폼이 변호사와 소비자를 ‘중개’할 경우 변호사의 공공성과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등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전문직 서비스 플랫폼 스타트업 인식조사’ 결과.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1. 굳이 한쪽 편을 든다면?

법무부의 징계 취소를 곧 ‘로톡의 승리’로 읽는 숱한 헤드라인 너머, 오래된 분쟁의 구체적인 맥락을 전해드리려 노력해 보았습니다. 이번 점선면을 정리하며 느낀 것 중 하나는 많은 기사들에 드러난 ‘승리’라는 단어 선택에는 이 분쟁을 바라보는 여론의 향방이 어느 정도 담겨 있다는 거예요.

실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등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전문직 서비스 플랫폼 스타트업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3.6%가 ‘전문직역 권익 보호보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점선면 독자님들도 비슷한 의견을 보내주셨어요.

😗 “공급자가 모든 면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익명의 독자님)

🧐 “법률서비스 진입 장벽이 완화되고 법률 비용이 하락할 수 있다.” (푸름이님)

🤨 “변호사를 선택할 때 필요한 정보가 더 투명하게 공유될 것 같다.” (투썸즈업님)

😏 “법률 상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준다.” (주빵님)

2. 변호사도 플랫폼에 종속될까?

변호사가 플랫폼에 종속돼서는 안 되는 이유는 앞에서 살펴봤어요. 하지만 앞서 살펴본 여론조사 결과와 독자님 의견처럼, 많은 시민들은 변호사를 플랫폼에 종속되는 ‘약자’가 아닌 우월한 위치를 점한 채 직역 권익 보호에만 앞장서는 ‘강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변호사가 플랫폼에 종속될 것이라는 건 단순한 공포 혹은 엄살일까요? 아니면 현실적 위험일까요? 찰보리빵 독자님께서는 이런 의견을 전해주셨어요.

🤨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플랫폼으로 중개될 수 있는 노동과는 다르게 면허가 필요하고 협회에 소속되어야 하죠. 이미 단체 교섭력이 크기 때문에 일반적인 노동에 비해 플랫폼이 사업자를 종속시킬 우려가 덜하다고 느낍니다.”

실제로 법률 플랫폼은 변협 등의 변호사 단체 등의 강력한 반발로 적지 않은 제약 조건 속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강연주 기자는 “지금처럼 플랫폼 광고를 제한하는 변협 규정이 작동하는 상황에서는 당장 플랫폼이 변호사를 종속시켜 법률 시장을 교란하는 일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어요.

하지만 반대의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한 익명의 독자님께서는 “한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문제가 될 것 같다. 소비자도 변호사도 플랫폼에 의존하게 되면서 공공성을 잃어버리기 쉬워질 것 같다”는 의견을 전해주셨어요.

한상희 건국대 교수 역시 비슷한 지점을 걱정해요. “사실 플랫폼은 처음에는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하지만 결국은 지배를 할 수밖에 없는 산업 구조”라면서 “변호사의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윤리적 통제 장치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플랫폼 산업과 노동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던 전문가 의견도 여쭈어봤죠.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는 “플랫폼 종속에 예외는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배달의민족이 배달 노동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를 종속시켰듯, 쿠팡이 수많은 입점 업체들을 좌지우지하듯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플랫폼 사용자와 소비자들은 결국 플랫폼의 영향력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어요. 변호사도 예외는 없다는 거죠.

그는 ‘연결’과 ‘연결의 장’ 사이를 오가는 법률 플랫폼의 현재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이번에도 칼 같은 말이 떨어집니다. “중개만 하는 플랫폼은 없어요. 모든 플랫폼은 필연적으로 독점을 지향하거든요.”

2021년 기사에서 한 변호사는 변호사 단체가 “(자영업자를 종속시키는) 플랫폼 경제가 문제라고 하면서, 배달음식 플랫폼에는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한 것을 본 적 없다”고 일갈한 적 있습니다.

플랫폼은 어쩌면 변호사를 종속시킬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플랫폼은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같은 문제를 드리울 겁니다. ‘플랫폼 종속’에 대한 걱정이 나날이 확산하는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변호사가 배달음식입니까?”와 같은 적대와 폄훼의 언어가 아니라 연대 아닐까 싶습니다.

‘변호사도 플랫폼에 종속될까?’라는 우려에 대한 시민·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어느덧 변호사라는 전문직역까지 확산한 ‘플랫폼 종속’이라는 문제 앞에서 필요한 것은 적대 아닌 연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세 줄 점선면

▶ 최근 법무부는 법률 플랫폼 로톡과 변호사 단체의 8년 분쟁을 끝맺는 ‘로톡 변호사 징계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 법무부는 징계 취소 결정을 통해 로톡과 같은 법률 서비스 플랫폼이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선 안 되지만, ‘연결할 수 있는 장’으로서의 역할은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변호사도 플랫폼에 종속될까?’라는 우려에 대한 시민·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글에 첨부된 링크와 추천 기사를 보시려면 뉴스레터 점선면 원본(https://stib.ee/RSF9)을 확인해주세요. 매주 화~금요일 오전 7시 메일함으로 보내드리는 점선면을 구독하시려면 여기(https://url.kr/7vzi4n)에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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