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리포트] 스릴러가 된 젠더 역학 ‘페어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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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공개한 '페어 플레이'는 올해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 받은 클로이 도몬트 감독의 극영화 데뷔작이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스릴러를 만들 의도가 아니었다는 도몬트 감독은 점차적으로 미묘하게 장르에 기대어 이야기의 핵심에 도달하는 방식을 취했다.
남성 열등감의 위협요소를 탐구하고 여성이 추한 모습을 보이는 연기를 강요받는 스릴러 장르가 도몬트 감독을 만나 에로틱 스릴러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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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활용하고 장르를 통해 늘 존재하지만 은폐되어 있는 추악함을 들추어 내고 싶었죠”
넷플릭스가 공개한 ‘페어 플레이’는 올해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 받은 클로이 도몬트 감독의 극영화 데뷔작이다. 뉴욕의 탐욕적인 금융 정글을 배경으로 고전적인 권력 역학을 에로틱 스릴러 장르로 풀어냈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다가 사랑에 빠져 약혼하게 되는 커플 에밀리(피비 디네버)와 루크(올든 에런라이크)의 ‘사랑과 전쟁’은 도몬트 감독에게 삶의 반성문 같은 작품이다.
직장에서의 성공이 승리가 아닌 패배처럼 느껴졌던 순간의 감정이 영화의 시작이었다는 도몬트 감독은 “스스로의 야망과 내가 이룬 작은 성취에 위협을 느끼게 만드는 연애를 한 적이 있다. 관계를 이어가려고 스스로를 필사적으로 작게, 작게 만드는 것이 나름의 대처법이었다. 하지만 사랑은 깨지고 말았고 그 후에도 몇 년 간 다른 파트너와 같은 주기를 반복했다. 늘 야망과 갈망이 내적 충돌을 일으켰고 사랑하는 남자에게 이별 통보를 받는 게 두려워 스스로를 위축시켜야 했다”고 넷플릭스에 제작 의도를 밝혔다.
이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루기까지 오랜 세월 고뇌와 번민에 빠졌던 도몬트 감독에게 시나리오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은 에밀리가 승진했을 때 첫 반응이 설렘이 아닌 두려움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찰라의 감정을 스크린에 포착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무자비하게 표현하고 싶어 제일 먼저 관계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는 “어떻게 감정을 폭발시켜야할지 결정한 후 배경을 찾기 시작했다.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고 싶었고 여러 이유로 금융을 선택했다. 우선 리스크가 큰 금융업이 드라마를 만들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업무 환경의 기복에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하루는 세상을 다 가진 듯 정상에 오른 것 같다가도 다음 날에는 무가치한 존재로 느껴지기도 하는 헤지펀드 세계가 항상 빠르고 극적으로 뒤바뀌는 감정 기복을 활용하는 배경과 맞아 떨어졌다. 도몬트 감독은 “업무 환경의 독성이 관계의 독성으로,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악순환은 벗어나기 힘든 늪이 된다”고 덧붙였다.
느린 속도로 진행되지만 끊임없이 텐션이 고조되는 이 영화에서 피비 디네버는 ‘에밀리’와 혼연일체된 연기를 보이고 ‘오펜하이머’의 씬스틸러 올든 에런라이크가 약혼자 루크로 등장해 역대급 케미를 선사한다. 도몬트 감독은 “둘 다 존재감이 강하고 다재다능한 배우인데 이런 연기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 더 끌렸다”고 캐스팅 배경을 밝혔다. 특히, 에밀리가 직장에서 동료들이 그녀에게 말하는 방식을 탐색하고 파트너의 자존심을 보호하는 반면 불안해하는 남자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 그녀의 강점을 억제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관객에게 다소 지루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전개였다”며 “에밀리의 야망과 추진력, 그리고 훌륭한 직업과 행복한 관계 이 모두를 갖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준다“고 피비 디네버에 애정을 보였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스릴러를 만들 의도가 아니었다는 도몬트 감독은 점차적으로 미묘하게 장르에 기대어 이야기의 핵심에 도달하는 방식을 취했다. 남성 열등감의 위협요소를 탐구하고 여성이 추한 모습을 보이는 연기를 강요받는 스릴러 장르가 도몬트 감독을 만나 에로틱 스릴러로 진화했다. 도몬트 감독은 “오랜 전통과 수 많은 반복이 지닌 장르의 관습을 비틀고 조작하여 지금 우리가 전달해야할 스토리를 영화로 보여주는 것이 신인감독의 임무이다. 그러나 아무리 장르를 비틀어도 결국은 깨달음의 지점이 여전히 필요하다. 결말은 장르와 스토리가 한데 어우러져 마지막 한방을 날리는 순간이다. 영화 전체가 이 스릴러의 톤을 띄고 있으면 아무리 장르를 비틀고 조작해도 결국에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믿는다. 모든 스릴러가 그렇듯 핏빛 장면은 빠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은선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골든글로브협회(GG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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