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욘 포세 희곡 잘팔리네…"30년 판매량 단숨에 돌파"
'어느 여름날', '나는 바람' 등 국내 무대 올라…연극 연출자들 "다시 공연하고파"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최주성 기자 = 노르웨이의 작가 욘 포세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자 국내에서도 그의 희곡 판매량이 폭증하고 있다. 과거 포세의 연극을 무대에 올렸던 극단들도 잇따라 재공연을 검토하고 있다.
13일 출판계에 따르면 국내에 번역 출간된 욘 포세의 희곡 '가을날의 꿈 외'와 '이름/기타맨'이 독서 시장에서 희곡으로는 이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가을날의 꿈 외'는 지난 12일 기준으로 교보문고 예술·대중문화 부문 3위, '이름/기타맨'은 11위에 올랐다.
희곡은 연극인이나 극작·드라마 전공자들을 제외한 일반 독자층이 매우 얇은 장르라 이 정도 순위는 아무리 노벨문학상 수상자라 해도 국내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가을날의 꿈 외'와 '이름/기타맨'은 국내 유일한 희곡 전문 출판브랜드 '지만지드라마'가 2019년 출간했다. 출간 후 연간 100부 가량의 매우 저조한 판매량에 그치던 두 희곡집은 지난 5일 포세가 노벨문학상을 받자 수요가 급증했다.
지만지드라마 브랜드를 보유한 커뮤니케이션북스에 따르면 노벨문학상 발표 이튿날인 지난 6일 하루에만 두 희곡집 합쳐 700여 권의 주문이 몰렸다.
출판사 측은 한글날 연휴에도 제작부서를 풀가동했고, 연휴 이후에도 주문이 폭주해 4천부를 외주 물량으로 추가 확보키로 했다.
이 출판사 관계자는 "희곡 두 편으로 6천부를 판매한다면 놀라운 일"이라며 "30년 판매량을 단숨에 돌파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가을날의 꿈 외'에는 '어느 여름날', '가을날의 꿈', '겨울' 세 편이 수록됐다. 특히 '가을날의 꿈'은 포세의 극작 특성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면서도 연극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름'과 '기타맨'은 욘 포세의 전형적인 글쓰기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등장인물은 대부분 이름이 없고 특별한 성격이 없는 단순한 캐릭터로, 일상의 갈등과 평범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정신적 번민을 섬세하게 다뤘다.
포세는 사실 소설보다 희곡으로 훨씬 유명한 작가다.
그는 1994년 극작가로 데뷔해 1995년 '이름', 1999년 '가을날의 꿈', '기타맨'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희곡 '어느 여름날'(1999)이 2000년 북유럽연극상을 받았고, 같은 해 '이름'이 잘츠부르크 연극제에서 독일어권 최초로 공연한 뒤 오스트리아 연극계의 오스카상인 '네스트로이연극상'을 받았다. 현재도 주로 희곡에 집중해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지만지드라마가 내놓은 포세의 희곡집들은 유럽 연극 전문가이자 한국브레히트학회장을 지낸 한국외대 정민영 교수의 번역과 함께 상세한 해설도 곁들였다.
포세가 노르웨이어로 쓴 작품들은 거의 모든 작품이 독일어로 번역됐는데, 국내에 소개된 희곡들은 독일어판을 번역한 중역이라는 한계에도 원작의 감성을 잘 살린 것으로 평가된다.
포세가 쓴 대사들은 매우 압축적이고 시적인 아름다움으로 정평이 나 있다. 단조롭게 반복되는 짧은 대사들과 침묵의 언어를 통해 작가는 현대인의 생의 불확실성, 사랑과 증오, 아픔과 좌절, 소통의 부재를 그린다.
정민영 교수는 "포세의 희곡들은 행간의 여백이 커서 거의 시로 읽히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포세의 수상 이후 과거 공연했던 포세의 희곡들을 다시 무대에 올리려는 움직임도 연극계에서 일고 있다.
포세의 희곡 중에서는 '가을날의 꿈'(송선호 연출·2006), '겨울'(김영환 연출·2006), '이름'(윤광진 연출·2007), '기타맨'(박정희 연출·2010), '어느 여름날'(윤혜진 연출·2013), '나는 바람'(송선호 연출·2017), '누군가 올거야'(윤혜진 연출·2019) 등이 국내 무대에 올랐다.
'어느 여름날'과 '누군가 올거야'를 무대에 올린 윤혜진 연출은 "욘 포세를 개인적으로도 좋아한다"면서 "그의 작품을 무대에 다시 올린다면 '어느 여름날'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어느 여름날'은 2013년 공연 당시 출연 배우들도 꼭 다시 해 보고 싶은 작품으로 꼽았다고 한다.
윤 연출은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졌을 때 공연하면 더 관심을 끌 수 있을 텐데, 공연하게 되면 내년 중에 추진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2017년 '나는 바람'을 무대에 올린 송선호 연출도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포세의 작품을 공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포세의 작품으로 국내에서 공연한 뒤 노르웨이 현지에서 2년마다 열리는 '국제 포세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게 목표다.
송 연출은 "공연을 하게 된다면 '나는 바람'을 다시 올리거나 비교적 최근 작품인 '눈'(영어 제목 These Eyes)을 생각 중"이라며 "포세의 작품은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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