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평가 혁신의 출발은 학교로부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박현정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 지난 10일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이 발표됐다.
이번 시안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부합하도록 고교 내신평가를 내실화하는 방안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 내용을 담고 있다.
시안에 따르면 학생들은 앞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서·논술형 문항을 충분히 접하게 되고 교사들도 융합적 사고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경험을 충분히 쌓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스1) 박현정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 지난 10일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이 발표됐다. 당초 계획보다 다소 늦어졌지만 그만큼 교육당국의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 또한 관련 정책연구를 수행했기에 복잡한 이해관계와 가치의 충돌 속에서 대입제도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넉넉하지 않은 기간 내에 시안을 마련하기 위해 애쓴 교육당국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지금부터는 국가교육위원회와 국민들의 시간이다.
이번 시안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부합하도록 고교 내신평가를 내실화하는 방안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고교 내신평가에서 상대평가 5등급제를 병기하고 서·논술형 평가를 강화한다는 내용은 교육현장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개편안을 둘러싸고 미래형 대입제도와 고교 현장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될 것이다. 그 논의의 시작점에서 이번 시안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살펴보고자 한다.
흔히들 평가는 공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공정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며 대입제도가 갖춰야할 기본적인 바탕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학교에서 가르치고 길러야 하는 역량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른바 평가의 '타당성'이다. 현행 수능은 '공정성'의 관점에서는 좋은 시험이지만 '타당성'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수능 또한 5지선다형 객관식보다는 서·논술형 평가로 전환돼야 한다. 주어진 자료를 읽고 충분히 숙고해 글로 표현해낼 수 있는 역량은 대학입시뿐 아니라 미래 사회의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 능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의 선진국 또한 학교평가와 선발시험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서·논술형 평가의 경우 평가의 신뢰성,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서·논술형 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출제뿐 아니라 채점의 전문성도 반드시 요구된다. 이를 위해 수능처럼 대규모 평가를 할 때도 안정적으로 채점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풀이 마련돼야 한다.
문제는 학교와 학생이 서·논술형 수능에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고교현장에서 5지선다형 시험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고 서·논술형 평가 또한 충분히 자리 잡고 있지 않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라도 급하게 도입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수능과 같은 중요한 시험은 더욱 그렇다. 따라서 고등학교 내신평가에서부터 서·논술형 문항의 비중을 늘리고 교원들의 서·논술형 평가역량 강화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이번 시안은 방향도 속도도 바람직해 보인다.
시안에 따르면 학생들은 앞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서·논술형 문항을 충분히 접하게 되고 교사들도 융합적 사고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경험을 충분히 쌓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고교현장에 서·논술형 평가가 잘 자리 잡고 나면 수능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덧 수능이 도입된 지 30년이 넘었다. 그동안 수능이 한국 교육에서 수행해온 역할을 인정하더라도 시대가 급변하는 만큼 수능의 미래 역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형 수능으로의 변화는 학교에서 시작돼야 하고 학교의 변화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번 시안이 긍정적 변화를 가속화하는 동력이 되기를 희망한다.
sae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전처, 김병만 명의로 사망보험 20개 가입…수익자도 그녀와 양녀 딸" 충격
- 괌 원정출산 산모, 20시간 방치 홀로 사망…알선업체 "개인 질병, 우린 책임 없다"
- 격투기 선수 폰에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수십개…경찰, 알고도 수사 안했다
- 토니안 "상상초월 돈 번 뒤 우울증…베란다 밑 보며 멋있게 죽는 방법 생각"
- 절도·폭행에 세탁실 소변 테러…곳곳 누비며 공포감 '고시원 무법자'
- 김태희, ♥비·두 딸과 성당서 포착…"꿈꾸던 화목한 가정 이뤄"
- 14만 유튜버 "군인들 밥값 대신 결제" 말하자…사장님이 내린 결정 '흐뭇'
- 박나래 "만취해 상의탈의…이시언이 이단옆차기 날려 막아"
- 최현욱, SNS '전라 노출' 사진 게시 사고…'빛삭'에도 구설
- 12억 핑크 롤스로이스에 트럭 '쾅'…범퍼 나갔는데 "그냥 가세요"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