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행특회계

김재근 선임기자 2023. 10.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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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회계(행특회계)에는 씁쓸한 사연이 담겨 있다.

행특회계는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에 들어가는 국가 예산이다.

2002년 대선공약으로 시작된 충청권 신행정수도 건설은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으로 위기에 직면한다.

여야가 행정도시 건설 특별법안을 마련했지만 결론이 계속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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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선임기자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회계(행특회계)에는 씁쓸한 사연이 담겨 있다. 행특회계는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에 들어가는 국가 예산이다. 정부청사와 국책연구소, 시청과 교육청, 학교, 복합커뮤니티센터 등의 공공건축물과 광역교통 시설을 이 돈으로 짓는 것이다.

행특회계가 꽁꽁 묶인 것은 반대세력 때문이다. 2002년 대선공약으로 시작된 충청권 신행정수도 건설은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으로 위기에 직면한다. 정부와 충청권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고 위헌 결정을 규탄하는 시위가 불길처럼 일어났다. 특히 충청권에서는 유사 이래 유례가 없을 만큼 강력한 신행정수도 사수 투쟁이 벌어졌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행정중심복합도시이다. 여야가 행정도시 건설 특별법안을 마련했지만 결론이 계속 미뤄졌다. 이전하는 정부 부처의 범위와 비용을 싸고 이견이 심했던 것이다. 난산 끝에 국무총리실 및 12부, 4처, 2청의 이전이 결정됐다. 비용은 법률 제51조에 "국가예산에서 지출하는 금액은 8조5000억원(2003년도 불변가격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을 말한다)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20년간 묶였던 행특회계를 현실화한다고 한다. 기획재정부와 행복청이 기존 8조50000억원을 16조-18조원으로 늘리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그동안 물가도 많이 올랐고, 근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때문에 건축비도 치솟았다. 2003년 당시 행정부처 이전 비용만 반영했지만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건설이라는 새로운 사업도 등장했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비가 12조 8000억원, 부산 가덕도신공항에 13조 7000억원 들어간다고 한다. 실질적인 행정수도 건설에 들어가는 국비가 지방의 1개 공항 사업비보다 적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돌아보면 법률에 특정사업 예산을 그것도 불변가격으로 못박은 것은 어이없는 일이었다. 한 나라의 행정수도 건설비를 이처럼 적게 잡고 물가 인상분도 반영하지 못하게 한 것은 횡포나 다름없다.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정부는 행특회계를 차질없이 챙기고, 국회는 일사불란하게 법률을 개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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