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 벗어나라"… 전구체 사업 뛰어드는 기업들

김동욱 기자 2023. 10. 13.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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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한국 경제발전의 디딤돌 '소·부·장' 앞장서는 기업들] ②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 자립 목표

[편집자주]대한민국 경제는 언제나 시련과 마주했지만 절대 쓰러지지 않았다. 일제강점기를 극복하고 한국전쟁 폐허를 견디는 동안 선대 기업 경영인들이 일군 탄탄한 경제 성장의 초석은 대한민국 발전의 밑거름이 됐고 이를 이어 받은 후대 경영인들은 한 발 더 나아가 글로벌 무대를 경제 영토로 확장시켰다. 전 세계의 도움 속에 도약의 땀을 흘렸던 과거를 딛고 이제 지구촌의 리더로 우뚝 서 '오뚝이 대한민국'의 DNA를 만방에 뽐내고 있다. 21세기 더 높은 비상을 꿈꾸는 대한민국은 오늘도 미래를 향해 성큼 전진한다.

국내 기업들이 전구체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다. 사진은 전북 군산 소재 새만금국가산업단지. /사진=LG화학
▶기사 게재 순서
ⓛ공급망 위기 넘는다…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 가속페달
②"중국 의존도 벗어라"… 전구체 사업 뛰어드는 기업들
③외산 텃밭에 태극기… 두산에너빌리티, 장비산업의 꽃 '가스터빈' 국산화
전기차 시장의 본격 개화로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구체 사업을 확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전구체를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주행 거리 등 전기차 성능을 결정하는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구체를 국산화해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 자립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 핵심 '전구체'… 中 의존도 90% ↑


전구체는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기초 부분에 속한다.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 광물을 이용해 전구체를 만든다. 이어 전구체에 리튬을 더해 양극재를 제조한다. 전구체로 생산된 양극재를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과 결합하면 배터리가 된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소재로 배터리 용량과 전압을 결정, 전기차 주행 거리와 출력 등 성능에 영향을 준다. 배터리 밸류체인을 감안, 고성능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선 전구체 단계에서부터 고품질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전구체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입 전구체 중 중국산 비중은 97.4%에 달했다. 전구체 중국 수입 의존도는 ▲2020년 90.6% ▲2021년 93.7% ▲2022년 95.3% 등으로 확대됐고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지원을 늘린 결과다. 정부 지원을 토대로 중국 개발업체들이 코발트, 니켈 등 광산 채굴권을 다수 사들이며 전구체 생산능력을 확대했고 전구체 생산기반이 없던 국내 업체들이 대(對)중 수입을 늘렸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이 같은 과도한 의존도는 결국 국내 업체들이 벌어들인 돈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빌미를 제공했다. 국내 기업들의 양극재 수출이 증가할수록 중국으로부터 양극재 원료가 되는 전구체 수입을 늘리는 무역 구조가 자리 잡은 탓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양극재 수출액은 74억9000만달러(약 9조9800억원), 무역수지는 58억1000만달러(7조7400억여원) 흑자를 기록했으나 같은 기간 전구체 무역적자는 21억7000만달러(2조8900억여원)로 집계됐다. 대중 전구체 무역적자는 전체의 97.2%인 21억1000만달러(2조8100억여원)로 조사됐다.


한국서 직접 생산하자… 국내 전구체 공장 건설 러쉬


이차전지용 니켈 및 전구체 합작투자계약을 맺는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CNGR. /사진=포스코홀딩스
국내 업체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전구체 국산화에 나섰다. LG화학은 오는 2026년까지 전북 군산 새만금 산업단지에 연산 5만톤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생산능력은 향후 증설을 통해 10만톤까지 확대된다. 전기차 100만여대에 필요한 양극재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이 공장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으로 지어지는데 추후 공개 예정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규정하는 해외우려집단(FEOC) 내용에 따라 화유코발트 지분을 인수해 대응할 방침이다.

배터리 제조사 SK온도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와 전구체 업체 GEM과 내년 완공을 목표로 새만금 산업단지에 연산 5만톤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 새만금개발청의 지원 정책과 보조금 혜택, 물류 인프라 등 이점을 누리기 위해서다. 해당 공장은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별도의 3사 합작법인에서 생산하는 니켈 중간재(MHP)를 원료로 전구체를 만들 계획이다. 전구체 공장이 완공되면 원료→ 전구체→ 양극재→ 배터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완성된다. SK온은 새만금 전구체 공장을 토대로 원소재 공급망을 강화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그룹과 LS그룹도 전구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퓨처엠 등과 경북 포항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연산 11만톤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건설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전남 광양에 총 5만톤 규모의 전구체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로 증설을 진행 중이다. ㈜LS는 엘앤에프와 새만금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연내 착공하고 오는 2029년까지 12만톤 규모로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포스코퓨처엠과 엘앤에프가 양극재 사업을 영위하는 점을 감안, 수직 계열화를 통해 안정적인 소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의도로 관측된다.


IRA 반사이익까지… 정부, 특화단지로 '뒷받침'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협약식에서 전구체 관련 설명을 듣는 윤석열 대통령(오른쪽). /사진=뉴스1(대통령실 제공)
국내 기업들은 한국에 전구체 공장을 건설,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IRA 반사이익까지 얻어낼 전망이다. IRA 세액공제 혜택을 얻기 위해선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핵심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2023년 40%, 2027년까지 80%) 채굴 또는 가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구체는 핵심광물에 준하는 '구성 재료'로 분류돼 핵심광물과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 핵심광물(구성 재료) 비율이 올라갈수록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에서 생산된 전구체를 찾는 양극재·배터리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국내에서 전구체 생산능력 확대가 추진되면서 정부도 지원책을 내놨다. 전구체 건설 계획이 몰려있는 새만금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한 것. 정부는 특화단지 지정을 통해 인·허가 신속 처리, 킬러규제 혁파, 세제 및 예산 지원, 용적률 완화, 전력 용수 등 기반시설 포함 맞춤형 패키지를 지원해 민간 투자가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새만금 민간 투자는 오는 2027년까지 6조4000억원으로 예정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배터리업체들이 제품을 조립하는 역할을 맡았다면 최근에는 양극재 사업을 확대하고 더 나아가 전구체까지 생산해 수직 계열화를 이루고자 한다"며 "자원을 먼저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만큼 다수 기업이 전구체 사업을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중국의 전구체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업체들이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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