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위기 넘는다…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 가속페달

김동욱 기자 2023. 10. 13.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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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한국 경제발전의 디딤돌 '소·부·장' 앞장서는 기업들] ① 생태계 자립 위해 기업 끌고 정부 밀고

[편집자주]대한민국 경제는 언제나 시련과 마주했지만 절대 쓰러지지 않았다. 일제강점기를 극복하고 한국전쟁 폐허를 견디는 동안 선대 기업 경영인들이 일군 탄탄한 경제 성장의 초석은 대한민국 발전의 밑거름이 됐고 이를 이어 받은 후대 경영인들은 한 발 더 나아가 글로벌 무대를 경제 영토로 확장시켰다. 전 세계의 도움 속에 도약의 땀을 흘렸던 과거를 딛고 이제 지구촌의 리더로 우뚝 서 '오뚝이 대한민국'의 DNA를 만방에 뽐내고 있다. 21세기 더 높은 비상을 꿈꾸는 대한민국은 오늘도 미래를 향해 성큼 전진한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가 진행 중이다. 사진은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를 앞둔 2019년 8월 서울 강남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공급망 위기 넘는다…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 가속페달
②"중국 의존도 벗어라"… 전구체 사업 뛰어드는 기업들
③외산 텃밭에 태극기… 두산에너빌리티, 장비산업의 꽃 '가스터빈' 국산화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를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타격 우려가 불을 지폈다. 국내 업체들은 반도체 소재 자체조달 능력을 키워 공급망 위기를 예방하겠다는 목표다. 정부는 소·부·장 국산화를 지원해 탄탄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일본 수출 규제,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 촉발


경북 영주 소재 SK㈜ 머티리얼즈 본사. /사진=SK㈜ 머티리얼즈 제공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를 본격화한 것은 2019년이다.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및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행한 탓이다. 일본은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허가 조건을 강화하고 한국을 수출관리 우대대상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 대법원 판결이 이유였다. 일본은 수출 규제가 시작된 지 4년 만인 2023년 7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복원하며 수출 규제를 해제했다.

일본은 2019년 전 세계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90%, 불화수소의 70%를 생산하는 국가였다. 국내 업체들의 대일 의존도가 높은 점을 감안, 일본 수출 규제로 공급망 타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으나 한국 기업들은 국산화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대처했다. 수출 규제 전인 2018년 대비 2022년 수출 규제 품목의 일본 의존도는 ▲포토레지스트 93.2% → 77.4%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44.7% → 33.3% ▲불화수소 41.9% → 7.7% 등으로 감소했다.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반도체 소·부·장 자립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이뤄졌다. SK㈜ 머티리얼즈는 2020년 초고순도 불화수소 가스 양산을 시작했다. 솔브레인은 초고순도 액체 불화수소 대량 생산 능력을 확보했으며 동진쎄미켐은 포토레지스트 국산화를 주도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전부터 양산 능력을 갖췄던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안정적으로 공급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타격받을 것으로 우려됐던 한국 반도체가 되레 산업 생태계 강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러·우 전쟁이 촉발한 지정학적 위기… 韓 반도체, 국산화 속도↑


포스코 네온 생산 설비 준공 및 출하식. /사진=포스코 제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반도체 국산화 요인으로 꼽힌다. 전쟁 발발 후 공급망 위기가 심화하자 국내 업체들이 국산화를 시도한 것. 삼성전자와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수입 비중이 약 50%에 달했던 제논의 국산화를 공동 추진키로 합의했다. 포스코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희귀가스인 제논을 생산·공급하고 삼성전자가 품질인증과 구매하는 게 골자다. 포스코는 올 하반기 제논 추출 설비를 개발하고 내년부터 제논 생산을 시작, 삼성전자에 공급하기로 했다. 제논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희귀가스다.

SK하이닉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해 초 품귀 현상이 발생했던 반도체 필수 원료 네온을 국산화했다. 2022년 4월 국내 업계 최초로 반도체 노광 공정에 국산 네온을 도입한 뒤 같은 해 10월 전체 사용량의 40% 수준을 국산으로 대체했다. 내년엔 네온 전량을 국산품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K하이닉스는 수급 불안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포스코, 반도체용 가스 제조기업 TEMC와 함께 네온을 국내에서 생산할 방법을 찾아왔다.

SK하이닉스, 포스코, TEMC는 협력을 통해 자금 효율적인 국산화에 성공했다. 공기 중 희박하게 있는 네온을 채취하기 위해선 대규모 공기분리장치(ASU) 플랜트가 필요해 초기 투자 비용이 크다. 3사는 네온 국산화 필요성에 공감하며 각 사 기존 설비를 활용, 적은 비용으로 네온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국산 네온은 포스코에서 생산된 후 TEMC의 가공을 거쳐 SK하이닉스에 우선 공급된다.


소·부·장 국산화… 정부 지원 영향도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를 앞둔 2019년 8월 경기 평택항 수출 야적장. /사진=뉴스1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 지원이 있다.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가 본격화한 2019년 8월 '일본 수출 규제 애로 현장지원단'을 가동해 국내 기업들을 지원했다. 일본 수입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재·부품 국산화, 대체수입처 발굴 등의 활동을 펼쳤다. 같은 달에는 소·부·장 신규 연구·개발(R&D) 투자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1조9200억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아 국산화·자립화 기술개발이 시급한 3개 기술개발사업이 대상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반도체 소·부·장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경쟁국들이 수출 통제, 대규모 보조금 지급 등으로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나선 가운데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 설명이다. 첨단반도체기술센터 등 정책과제를 조속히 이행하고 국가첨단전략산업 및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 등 관련 지원을 지속할 방침이다.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및 으뜸기업 확대 등도 추진한다.

일본 수출 규제가 일단락된 지난 7월에는 반도체 핵심 공정 관련 장비 공급망 강화를 위해 경기 안성을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로 선정했다. 국내 복귀 기업 지원, 지방 투자 등 단지 내 기업 유치 지원 등을 추진해 특화단지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특화단지 추진단을 구성, 규제 개선과 기업 건의사항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해당 특화단지엔 오는 2032년까지 총 9000억원의 민간 투자가 이뤄진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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