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개입 허위보도' 수사 속도내는 검찰, 이재명 본격 겨냥하나

이장호 기자 2023. 10. 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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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캠프 '허위 의심' 보도 적극 선거에 활용 넘어 친이계 의원 개입 정황
檢, '최재경 녹취록 조작' 의심…김병욱 의원 연루 확인시 李 타깃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저녁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일대에서 열린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의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0.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김만배 허위 인터뷰' 의혹으로 시작된 검찰의 '대선 개입 허위 보도' 의혹 수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본격적으로 나아가는 모양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자가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사업 불법 대출 수사를 무마했다는 허위보도가 나왔다. 검찰이 배후세력에 대한 수사를 공언하면서 최대 수혜자였던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어떤 식으로라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이 이들 보도들을 적극적으로 선거 운동에 활용한 정황만 나왔을 뿐, 직접적인 관여 및 개입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검찰이 이 대표를 직접 수사대상에 올리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검찰이 친(親)이재명계인 민주당 현역 의원 보좌관 및 민주당 관계자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여론조작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부장검사)은 지난 11일 20대 대선 직전 유력 후보에 대한 허위보도 관련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김병욱 민주당 의원 보좌관 최모씨의 국회 사무실과 자택, 리포액트 사무실과 운영자 허재현 기자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TF 11차 회의에서 김병욱 단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1.1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기존 '대선 개입 허위 보도' 의혹을 받고 있는 기사들은 뉴스파타의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한 인터뷰 보도, JTBC의 남욱 변호사 진술조서를 근거로 한 보도 두 가지였다.

여기에 허 기자가 지난해 3월1일 최재경 전 대검 중수부장과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씨의 사촌형 이모씨와의 녹취록을 근거로 한 기사가 추가됐다.

이씨가 최 전 중수부장에게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이 구속되기 전 조우형이 김 부회장 심부름꾼이었다"고 하자, 최 전 중수부장이 "윤석열이 그런 말 했다"고 맞장구 쳤다는 내용이다.

대선 당시 윤 후보자가 대검 중수2과장 시절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 내용의 보도였다. 대선 토론회에서 조씨를 모른다고 한 윤 후보자의 해명과도 반대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보도의 근거가 된 녹취록이 제3자가 최 전 중수부장로 둔갑한, 조작된 녹취라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허 기자에게 조작된 녹취록이 전달된 데에 김 의원 측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허 기자가 공개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보도 경위와 관련 검찰이 파악한 자세한 범행 과정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영장에 따르면 최씨는 2021년 12월21일 김 의원과 함께 이씨를 만났다.

이씨는 그 자리에서 "윤석열 후보 개인이 조우형 수사를 제대로 안 했다는 쟁점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윤석열보다 고위직이었던 최 전 중수부장 등의 법조비리 문제가 있었는데 윤석열이 상급자들의 부당한 지시를 추종했다는 방향으로 프레임을 짜야 한다"는 취지의 조언을 했다고 한다.

이에 김 의원은 "제가 후보(이재명)한테 정리 싹 해서 한 번 만들어볼게요. 조금 더 정리되고 나서. 거대한 구악과의 싸움 케이스"라고 말하고, 최씨는 "국민의힘 사람들이 다 10년 동안 해먹은 거다. 이런 그림 만들면 성공이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같이 윤 후보를 비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대화를 하던 중 이씨가 "김양이 구속되기 전 조우형이 김양 심부름꾼이었거든요 솔직히"라고 말하자, 최씨가 "윤석열이 한 말이지"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후 이 대화를 녹음하던 최씨가 녹취록 형태로 변환해 소지하고 있던 중 이를 김씨에게 전달했고, 김씨는 당시 JTBC 소속이던 봉지욱 기자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대선일이 임박하자 이를 또 허 기자에게 전달했고, 허 기자는 최씨의 말을 최 전 중수부장이 한 말로 조작해 보도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김 의원 이름이 영장에 적시된 이유에 대해 최씨가 김 의원 보좌관이기 때문에 보고 체계상 관여한 것으로 보는 것인지, 아니면 김 의원의 구체적 관여 정황이 있기 때문인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검찰 관계자는 "김 의원을 저희가 임의로 기재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이 같은 설명은 김 의원의 구체적인 관여 정황까지 포착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김 의원은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는지,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됐는지에 대해선 검찰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 측의 관여가 확인된다면 수사 타깃은 이 대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을이 지역구인 김 의원은 친이계로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었다. 최 보좌관은 상황실장, 김씨는 조사팀장을 맡은 전력이 있다.

검찰은 예단이나 의도를 갖지 않고 증거에 따라 수사를 진행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허위보도가 있게 된 경위와 공범, 배후세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라면서도 "특정한 누구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 증거로 입증되는 과정을 밝혀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허 기자는 유튜브를 통해 "내가 오보를 냈다는 거냐. 내 취재는 뭐가 되느냐"며 최 전 중수부장의 발언이 맞고 여러 차례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만난 것은 맞지만 2년 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허씨를 알지 못하며 허씨가 보도한 내용 또한 이번 보도로 처음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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