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기살린 '부임 첫승', 득일까 독일까[A매치 프리뷰]

김성수 기자 2023. 10. 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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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숱한 논란과 무승 행진 속에 한국 축구팬들의 신뢰를 잃어가던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9월, 부임 6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행운의 결승골 덕에 승리하면서 '운만큼은 타고난 감독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 승리 이후 자신의 논리를 관철하며 논란 많은 행보를 계속 이어갔다. 아시안컵을 약 3개월 앞두고 중요한 일정이 계속되는 가운데, 클린스만호의 '첫 승'은 아시안컵 우승으로 이어지는 '득'이 될까, 클린스만의 만족감만 채우는 '독'이 될까.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와 10월 A매치 평가전 첫 경기를 치른다. 대표팀은 13일 튀니지, 17일 베트남(수원월드컵경기장)과 친선경기를 가진다.

클린스만은 지난 9월13일 영국 뉴캐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대표팀 감독 부임 후 6경기(1승3무2패) 만에 첫 승을 거뒀다. 31년의 대표팀 전임 감독제 역사를 가진 한국 축구에서 첫 승까지 가장 오랜 기간 걸린 감독이 됐다.

사우디전 전반 32분, 황인범의 침투패스가 사우디 수비수 맞고 튄 것을 오히려 수비수 당사자보다 조규성이 먼저 포착하고 돌진해 헤딩골로 연결했다. 이 골이 결국 한국의 결승골이 돼 클린스만에게 첫 승을 안겼다.

물론 조규성의 순간적인 판단이 빛난 득점이었지만, 공격 상황에서의 약속된 움직임이나 개인의 기량으로 온전히 만든 골이라기보다 굴절과 상대 수비 실수가 가미된 '행운의 골'에 가까웠다.

한국 벤치는 선제 득점 이후에도 교체 카드 외에 두드러지는 전술 변화라고 볼 수 있는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의 역량이 이전 경기들보다 월등히 드러났다고 보기는 어려운 사우디전이었지만 기막힌 타이밍에 나온 행운의 골이 클린스만을 구한 셈이 됐다.

ⓒ연합뉴스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전이 있기 전 국내 취재진과 영국 현지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그 인터뷰에서 클린스만은 자신이 왜 한국에 있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에 '세계적인 팀과 경쟁하려면 그 팀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아야한다. 선수들에게 세계적인 팀은 이렇게 한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 '기술이 발전해 데이터와 기술을 통해 선수 파악이 가능하다', '서울을 사랑하지만 할 일이 없는데도 계속 머무는 것보다 유럽을 돌아다니는 게 낫다'는 논리로 설명했다.

K리그는 생소할 감독이 매주 경기가 있는 한국에서 '할일이 없다'고 말하며,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지니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냈다. 클린스만은 지난 9일 열린 A매치 소집 관련 온라인 기자회견에서도 "내가 노트북을 들고 있는 곳이 사무실"이라며 잦은 출국에 따라오는 논란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한국이 64년간 우승하지 못한 아시안컵이 약 3개월 후인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린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 지난 2월 부임 이후 줄곧 '아시안컵 우승'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클린스만이 첫 승 이후 자신의 논리에 더욱 확신을 가졌고 논란에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시안컵 우승만 한다면 그전까지의 부정적인 평가를 모두 뒤집을 수 있다.

하지만 클린스만호가 지금까지 뚜렷한 매력을 보이지 못하고 사우디전도 행운의 골로 이겼기에 긍정적인 변화 과정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 시작이 이번 튀니지전이 돼야 한다. FIFA 랭킹 29위 튀니지(한국 26위)가 승리 자체에 큰 의미를 둘 정도의 상대는 아니기에 튀니지전 결과보다 긍정적인 경기 내용이 더 중요하다. '행운의 승리'는 사우디전으로 족하다.

ⓒ연합뉴스

튀니지와의 평가전은 클린스만호 변화의 기점이 될 수 있을까. 대표팀이 튀니지전에서 어떤 축구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클린스만호 '첫 승' 가치가 달라진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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