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분양가 너무 비쌌나…서울서 미분양 나온 까닭
"고분양가 논란에 경기 불확실성 커져…분양시장도 주춤"
분양 열기가 이어지던 서울, 최근 일부 단지에서 미분양이 발생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의 경우 주택 공급이 부족한 데다가 분양가가 갈수록 오를 거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높은 분양가에도 완판 행진을 이어간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시중 금리가 다시 오르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국내 부동산 시장 역시 주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에서도 분양가가 높거나 입지 여건 등이 좋지 않을 경우 미분양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분양 주택이 크게 늘어나는 침체 흐름이 나타나기보다는 분양 열기가 다소 완화하며 횡보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서울 구로·동작구 단지 청약서 '미분양'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개봉동 '호반써밋 개봉'은 이달 16일 7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이 단지는 개봉5구역 재건축을 통해 최고 24층 총 317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단지는 앞서 지난달 초 일반분양 물량 190가구에 대해 청약을 진행해 1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균 25대 1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하지만 계약률이 30%대에 그치며 대거 미분양이 발생했다.
같은 시기에 분양했던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나왔다. 이 단지는 총 771가구 규모로 조성한다. 지난달 1순위 청약에서 일반공급 401가구 모집에 5626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4대 1을 기록했지만 계약 포기 등으로 미분양 물량이 나왔다.
두 단지 모두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을 예고했지만 분양가가 다소 높다는 인식 등으로 미계약이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호반써밋 개봉의 경우 전용 84㎡의 분양가가 9억원대 후반으로 책정됐다. 이는 인근 단지보다 1억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발코니 확장 비용까지 고려하면 1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바로 옆에 자리 잡은 9년 차 단지인 개봉푸르지오 전용 84㎡가 지난달에 8억 4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역시 마찬가지다. 이 단지의 84㎡ 분양가가 최고 13억원 후반대로 책정됐다. 인근에서 지난 2021년 입주한 상도역 롯데캐슬 파크앨이 14억원 초중반대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향후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관련 기사: [르포]상도동 언덕 위 신축, 국민평형 14억…청약 열기에 완판할까?(9월 1일)
아울러 입지 여건 등의 단점이 부각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개봉 호반써밋의 경우 단지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향후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의 경우 내년 3월 입주하는 후분양 단지여서 자금 조달 일정이 촉박한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청약자도 있었을 거라는 분석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의 경우 후분양 단지여서 분양가가 높기도 했고, 일부 청약자들의 경우 전매 제한이 풀리기 전에 입주가 도래하는 걸 모르고 청약에 나섰다가 결국 계약을 포기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미분양 쌓이진 않겠지만…청약 열기 둔화할 수도"
이 두 단지는 향후 무순위 청약 등을 진행한 뒤에는 완판에는 무리가 없을 거라는 전망이다. 무순위 청약의 경우 전국의 수요가 몰리는 데다가 서울 신축 공급이 여전히 많지 않다는 점에서 수요는 충분할 거라는 전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서울에서는 공급이 많지 않다는 점과 시장에 쌓인 미분양 주택이 거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악성 미분양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금리 인상 등으로 단기적으로 수요가 주춤할 가능성은 있지만 결국 완판에는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앞으로는 서울에서도 분양 열기가 다소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시중 금리가 오르고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주택 시장 수요가 위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아파트 분양시장에 대한 주택사업자들의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달 전국 아파트 분양 전망 지수는 전월 대비 6.4포인트 하락한 83.8로 나타났다. 서울 역시 100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2.4포인트 하락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그간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에는 금리가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금리가 오래 갈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이에 따라 가격이나 입지 등의 메리트가 확실하지 않은 단지의 경우 앞으로도 완판이 쉽지 않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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