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차량 사고 줄인다더니"...허울뿐인 우선신호시스템
[앵커]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소방차나 구급차가 교차로에서 신호를 받지 않고 신속히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긴급차량 우선 신호시스템'이 있습니다.
아직 장비 설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데도 소방청이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황보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도로 한복판에 119구급차가 옆으로 넘어져 있습니다.
심정지 환자를 급히 병원으로 이송하던 도중 마주 오던 승용차와 부딪친 겁니다.
화재 진압이나 인명 구조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긴급차량 교통사고 위험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 2017년부터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이 도입됐습니다.
교차로에서 구급차나 소방차가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신속히 이동할 수 있게 교통 신호를 제어하는 시스템입니다.
서울과 대구를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 교차로 만7천여 곳에서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실제 소방청은 올해 5월 자체 SNS를 통해 경기 수원시의 경우 우선신호시스템을 도입한 지난 2020년만 언급하며 긴급차량 교차로 교통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고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는 어땠을까?
YTN이 입수한 소방차량 사고 이력을 보면, 수원에서는 재작년부터 2년 연속 교차로 교통사고가 모두 6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방차량 사고의 40% 수준입니다.
2020년 한해만 사고가 없었던 것이 우선신호시스템 도입 때문으로 보기 힘든 이유입니다.
홍보와 달리 교차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이유를 확인해 봤습니다.
일단, 긴급차량이 교차로를 지날 때 우선 신호를 받으려면, 차량에 단말기 등 별도 장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수원을 비롯한 15개 시도 구급차 천5백여 대 가운데 차량 안에 장치가 설치된 비율은 26%뿐.
긴급차량 대부분이 우선 신호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천준호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소방청과 지자체는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요, 정작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구급 차량은 미미한 현실입니다. 차량 내 단말기 도입을 서둘러서 소방공무원과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합니다.]
소방청은 고의로 20년도 수치만 홍보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뒤늦게 홍보 글을 비공개 조치했습니다.
또, 시스템 안정화 등의 문제로 차량 내 장비 설치가 늦어졌다면서, 표준규격을 마련해 올해 연말까지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YTN 황보혜경입니다.
촬영기자: 신홍
그래픽: 유영준
YTN 황보혜경 (bohk10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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