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진의 웨이투고] '지니'가 해줄 수 없는 일

조민진 작가 2023. 10. 13.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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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보름달이 휘영청했다.

이처럼 '달의 일'과 '나의 일'을 구분하면서 쿨한 척이라도 할 수 있게 된 건 조금쯤은 '지혜'(智慧)라는 게 생긴 덕분이다.

다만 나이를 더 먹어선지 지니가 해줄 수 없는 일이 더 크게 각인된다.

보름달도, 지니도 해줄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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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진 작가. /사진=작가 본인
추석 보름달이 휘영청했다. 차가워진 밤공기는 계절이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새로운 느낌이 들어서 계절이 바뀌는 시기가 좋다. 막상 다음 계절이 되면 또 다음 계절을 기다리게 된다는 게 함정이지만.

보름달을 보면서 '~~하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비는 유치함(?)을 나는 아직 버리지 못했다. 다만 언제부턴가 달이 소원을 들어주든지 말든지 크게 연연하진 않는다. '달은 달이 할 일을 하겠지, 나는 내 할 일을 하자' 정도로 가볍게 여긴다. 그저 습관적으로 소원을 빌 뿐이다. 이번 추석에도 할 일을 했다!

이처럼 '달의 일'과 '나의 일'을 구분하면서 쿨한 척이라도 할 수 있게 된 건 조금쯤은 '지혜'(智慧)라는 게 생긴 덕분이다. 원하는 게 다 이뤄지는 건 아니고, 원한다고 바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원하지 않으면 이뤄질 일도 없고, 이뤄질 일이 없다면 기대와 설렘도 없으니, 어쨌든 소망을 품고 살아야 한다는 정도가 내가 터득한 지혜다. 하지만 소원 앞에서 이렇게 지혜로워진다는 건 옛 '동심'(童心)을 얼마쯤 버리는 일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알라딘과 요술램프'에 매혹됐던 어린 시절의 마음 같은 것. 물론 아무리 어렸어도 요술램프에서 나온 '지니' 요정이 소원을 들어주는 일 따위를 실제인 양 꿈꿔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아무튼 추석 보름달을 지니와 비슷한 존재로 생각하고 소원을 빌고 '언제 이뤄질까' 날을 세던 시절이 있었던 건 분명하다.

보름달에 소원을 빌면서 퇴색한 동심을 깨닫다니. 섭섭해져서 영화를 틀었다. 몇 년 전 개봉한 디즈니 실사 영화 '알라딘'. 몇 번을 봐도 동심을 잃고 싶지 않게 만든다. 다만 나이를 더 먹어선지 지니가 해줄 수 없는 일이 더 크게 각인된다. 지니는 막연한 바람은 이뤄줄 수 없다. 지니에게 소원을 말할 때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죽은 사람을 살려내거나 사랑에 빠지는 것도 들어줄 수 없다. 가장 결정적으로 지니의 마법은 겉만 바꿀 수 있다. 예컨대 알라딘의 겉모습을 왕자로 만들어 줄 순 있지만 그의 내면까지 전과 다르게 변화시키진 못한다는 것. 마음의 변화는 동화 속에서도 인간 의지의 영역이다.

올해도 석 달이 채 안 남았다. 새해까진 아직 멀었지만, '엿새 연휴 끝'을 명분 삼아 마음을 새롭게 해 본다. 내면을 밝히는 건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다 하니 나의 과제임을 피할 수 없다. 내가 해야 하고 나만이 할 수 있다.

운전을 포기한 덕분에 늘 조수석에서 자유를 누리는 특권을 갖는다. 음악 선곡 특권은 주장해서 쟁취하는 편이다. 알라딘 영화 주제곡 'A whole new world'('완전히 새로운 세상')를 틀고 달리는 차 안. 달빛 좋은 가을밤, 바람이 시원하다. 마음이 새로워지면 비로소 세상이 새롭다. 마음을 만드는 일은 나의 일. 보름달도, 지니도 해줄 수 없는 일.

조민진 작가.

조민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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