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에… 112 허위신고 매년 4000건 ‘훌쩍’

윤준호 2023. 10. 13.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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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수사업무를 방해하고 공권력이 불필요하게 투입되는 112 허위신고가 매년 4000건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력 낭비를 막기 위해 허위신고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염 교수는 "허위신고를 해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주지 않으려면 경범죄처벌법으로는 부족하다"며 "경찰청이 행정력 낭비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진행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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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자료 분석
5년간 2만건… 행정력 낭비 우려
전체 60~70% 경범죄 처분 그쳐
“英·美 비해 처벌수위 약해” 지적
#. 112에 전화해 허위신고를 하거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끊는 방식으로 경찰 업무를 방해한 A(23)씨. 그는 지난해 유심칩을 제거한 휴대전화로 931회에 걸쳐 112에 신고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끊거나 “시민이 우습냐, 정신교육시킬 곳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며 시비를 걸었다. 또 폭행·협박을 당했다느니, 층간소음으로 피해를 입었다느니 5차례에 걸쳐 허위신고도 했다. 올해 1월 서울북부지법 형사14단독 정혜원 판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 경범죄처벌법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8개월과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처벌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지난 6월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이유가 없다”며 기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찰의 수사업무를 방해하고 공권력이 불필요하게 투입되는 112 허위신고가 매년 4000건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력 낭비를 막기 위해 허위신고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112로 들어온 허위신고는 모두 2만1565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4583건에서 2019년 4531건, 2020년 4063건으로 2년 연속 줄었다가 2021년 4153건, 2022년 4235건으로 다시 늘었다.

특히 올해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이후 단 하나의 신고도 가볍게 볼 수 없었던 분위기에서 허위신고는 일선 경찰들을 더 골치 아프게 했다. 지난 8월 “신림동 흉기난동을 재현하겠다”며 허위신고를 한 50대 남성과 청량리역에서 칼부림하겠다고 협박한 30대 중반 남성이 쇠고랑을 차기도 했다.
이 같은 허위신고의 가장 큰 문제는 현장 확인을 위한 경찰 출동이 불가피해 행정력 낭비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다른 주요 범죄 현장에서 피해자의 안전을 지킬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 시민이 긴급 상황에 놓일 경우 신속하고 적절한 경찰관의 조치를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셈이다.

하지만 대부분 경범죄 처분에 그쳐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5년간 112 허위신고에 따른 경범죄 처벌(벌금·구류·과료)은 2018년 2979건, 2019년 2906건, 2020년 2579건, 2021년 2807건, 2022년 2956건으로 전체의 60∼70% 수준이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출동을 지연시키는 허위신고는 사람 목숨과 직결돼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국은 영국이나 미국에 비하면 허위신고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하다”고 설명했다. 염 교수는 “허위신고를 해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주지 않으려면 경범죄처벌법으로는 부족하다”며 “경찰청이 행정력 낭비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진행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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