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수천발에 아이언돔 뚫렸다… 北 방사포 5500문 물량공세 대응은 [박수찬의 軍]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또다시 거센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가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면서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하마스보다 훨씬 정교한 조직력과 지휘체계, 국방과학기술 연구능력을 갖춘 북한이 하마스의 전술을 모방하면, 한반도 유사시 한·미 연합군에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하마스의 새 전술에 정보실패 겹쳐
하마스는 기존에는 로켓을 최대 수백발 정도만 발사했고, 직접적인 공격도 제한적이었다. 아이언돔과 하마스 수뇌부를 겨냥한 작전, 정보전 등으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했다.
하지만 하마스는 이번 공격에서 이스라엘군의 방어태세를 돌파하고자 새로운 전술을 활용했다.
아이언돔 요격능력을 넘어서는 규모의 로켓탄이 일거에 날아온 셈이다. 아이언돔이 정상 작동했어도 하마스 로켓 공격을 저지할 수는 없었다. 로켓이 지상 곳곳에서 폭발하자 시민들은 혼란과 공포에 빠졌다.
드론이 사용된 정황도 포착됐다. 하마스가 공개한 영상에는 가자지구와 인접한 곳에 설치된 이스라엘 무인 감시시설과 전차 등을 하마스 드론이 폭탄을 투하해서 파괴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드론 및 안티 드론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드론 공격에 국경경비체계가 무력화된 역설이 발생한 셈이다.
감시체계를 마비시킨 하마스는 불도저와 폭발물 등으로 장벽을 파괴한 뒤 모터사이클과 픽업트럭, 패러글라이더를 이용해 무장대원 1000여명을 이스라엘 경내로 투입했다.
이스라엘은 수년 전부터 거액을 들여 수백 대의 카메라, 레이더 및 기타 센서가 포함된 장벽을 만들었지만, 이번 공격을 저지하지 못했다. 첨단기술의 허점을 하마스가 파고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하마스가 치밀하게 공격을 준비한 것과 대조적으로 이스라엘은 사전에 이를 포착하지 못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수천발의 로켓을 확보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움직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 화염을 내뿜는 로켓의 특성상 일정한 넓이의 공간도 만들어야 한다. 사전에 포착될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패러글라이더도 마찬가지다. 외부와 고립된 가자지구에서 패러글라이더를 들여오고 훈련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외부에서 운용훈련을 실시한 뒤 장비와 운용요원이 함께 가자지구에 잠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로켓과 드론, 픽업트럭, 모터사이클, 패러글라이더, 불도저 등의 장비를 유기적으로 사용하면서 무장대원 수천명을 운용하려면 고성능 지휘통신체계도 필수다.
지휘통신체계를 구축하려면 외부에서 무전기나 위성 전화 등을 확보해야 하는데, 정보망을 중첩해서 가동하면 포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인 모사드를 운영하는 이스라엘이 거대한 정보실패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조롱하면서도 외부의 지원 가능성은 부인하고 나섰다.
레바논 베이루트에 주재하는 하마스 고위 간부 알리 바라케는 9일(현지시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약간의 성과와 수감자 교환을 계획했는데 이같은 엄청난 붕괴에 놀랐다”며 “이 군대(이스라엘군)는 종이호랑이”라고 말했다.
바라케는 “소수의 하마스 지도부만 공격 개시 시각을 알고 있었다”며 “2014년 (이스라엘과) 전쟁 때는 이란과 헤즈볼라가 지원했지만 그 이후엔 로켓포 생산과 병력 훈련을 자체로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에 큰 타격을 입힌 하마스의 공격 방식이 한반도에서 벌어진다면, 한·미 연합군은 상당한 난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군은 5500여문의 다연장로켓(방사포)을 보유하고 있다. 옛소련 시절 122㎜ 다연장로켓부터 최대사거리 400㎞인 초대형방사포까지 갖추고 있어 휴전선 일대부터 한반도 남부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특히 수도권을 비롯한 핵심시설 공격에 시간당 3000발 이상을 쏠 수 있다.
한국군은 이에 대비해 2026년까지 장사정포요격체계(LAND)를 개발하고 있고, 이를 개량한 장사정포요격체계-Ⅱ를 만드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하지만 북한군이 하마스처럼 다연장로켓을 매우 짧은 시간 내 대량으로 운용한다면 요격체계가 뚫릴 수 있다.
요격체계의 포대와 미사일을 늘리는 방법이 있지만, 예산상의 제약으로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는 북한군 동향을 면밀하게 감시, 사전에 타격해서 요격체계의 대응 범위를 넘어서는 방사포탄이 남쪽으로 날아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이나 천무 다연장로켓 등을 동원한 대화력전 수행체계를 가동해 북한 장사정포가 발사되기 전에 파괴한다면, 남쪽으로 날아올 로켓탄의 숫자는 감소한다.
북한 내륙을 손바닥 보듯 하는 감시정찰 능력과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 장사정포 요격체계가 함께 톱니바퀴처럼 맞어떨어지면서 실시간 가동이 이뤄져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북한 장사정포 위협을 무력화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군의 정보 수집 및 분석과 판단 능력 강화다.
면적이 365㎢에 불과한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오랜 기간 대규모 공격을 준비해왔지만, 이스라엘은 사전에 대비하지 못했다. 그 피해 측면에서는 9.11 테러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 실패다.
휴전선과 인접해있는 북한 지역은 가자지구보다 훨씬 넓고 지형이 복잡하다. 북한이 기만전을 펼친다면 사전 공격 준비를 알아차리기가 더욱 어렵다.
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 교훈 및 대응방안’을 보고하면서 북한이 민수용 장비나 지하시설 등을 사용해 위성을 비롯한 감시체계를 회피, 기습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달 9일 정권수립 기념일(9.9) 민간 무력 열병식에서 시멘트 운반 트럭, 생수운반차량으로 위장한 방사포를 공개한 바 있다. 한·미 연합군의 감시망을 회피해 기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오판에 근거해 북한군을 공격하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치·군사적 후폭풍에 직면하게 된다. 정보를 신속하게 수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바르게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도 필수다.
북한군이 하마스식 공격을 퍼붓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스라엘 내륙 점령의 필요성이 적은 하마스와 달리 북한군은 한반도 전면전 과정에서 수도권 등 핵심지역을 점령해야 한다. ‘치고 빠지는’ 작전을 펼친다 해도 대규모 포병지원은 필수다.
초반 기습을 위해 로켓 수천발을 쏘면, 보병과 기계화부대에 대한 화력지원이 어렵다. 오랜 기간 경제난에 시달린 북한이 장기전을 감당할 만한 능력이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다만 하마스가 보여준 비대칭 기습 개념을 북한군이 주목할 경우 새로운 방식의 대남 공격전략이 등장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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