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총선 위기감’ 확산… 비윤 “한마디로 尹의 패배” [與 보선 참패 후폭풍]

유지혜 2023. 10. 13.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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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사퇴하라” 쇄신론 분출
싸늘한 수도권 민심 확인… 자성 목소리
주류·비주류없이 국정기조 변화 요구
“대통령에 끌려가는 당·정관계 정상화”
“일개 구청장 선거” 확대 해석 경계도
이준석 “더 비루한 사리사욕 등장할 것”
여권 위기론 인정… 국정운영 점검 예고
尹, 장진호전투 기념사 ‘이념’ 발언 자제
대여 공세 ‘고삐’… 일부 ‘낙관론’ 경계도

최근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포인트 차로 참패한 국민의힘에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하면서 당내 주류와 비주류를 가리지 않고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선거 다음 날인 12일 당내에서는 보선 원인의 장본인이었던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공천하고, 대선급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려 당력을 집중하고도 패한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에서 이렇게 큰 차이가 났는데 책임 없이 쇄신안만 내놔서는 당원들이나 국민들이 동의하겠냐”면서 “김기현 대표가 직을 내려놔야 한다. 당에서 책임을 안 지면 결국 용산(대통령실)으로 간다”고 말했다. 한 영남권 의원도 “이번 선거 전략이 실패했으니 지도부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대통령실과 당이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도 민심과는 차이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보다 대통령실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선거는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을 기본으로 한다.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배타적 리더십과 민생보다 이념을 앞세운 정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남권 중진 의원도 “대통령에게 끌려가는 당·정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당도 탕평책을 통해 그동안 소외된 목소리를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번 보선에서 드러났듯 실제 여권을 향한 수도권 민심은 싸늘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9일부터 전날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정부·여당 지원론은 43%, 정권 견제론은 46%로 조사됐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지원론이 41%, 인천·경기에서는 40%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고 견제론은 각각 48%, 49%로 높았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 역시 전국 평균보다 수도권이 낮게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이번 보선이 기초단체장 선거이고, 강서구 지역 특성상 야권세가 강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보다는 지도부 일부 개편이나 혁신위원회 구성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YTN 라디오에서 “(이번 보선을) 수도권 총선 전략을 다시 고민해 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지도부 책임론보다 선거 패배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일개 구청장 선거를 가지고 책임을 물을 문제는 아니다”라며 “민심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변화나 혁신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현 상황에서 (김 대표를 대체할) 대안이 마땅치 않은 만큼 혁신위라도 띄워서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비윤(비윤석열)계는 윤 대통령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한마디로 윤 대통령의 패배다.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에게 앞으로 총선까지 남은 선택은 두 가지”라며 “하나는 총선에 지더라도 윤 대통령 1인 독재 정당, 사당으로 계속 가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철저하게 반성하고 당에 대해 가했던 통제, 용산과 여당 사이 수직적 당정 관계를 포기하겠다고 하면 총선 승리 가망성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2020년 4월 총선에서 보수대결집으로 패배한 이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쳐 대선과 지선을 거쳐 쌓아 올린 자산이 완벽하게 리셋됐다”며 “이제부터 실패한 체제를 계속 끌고 나가려는 더 크고 더 비루한 사리사욕이 등장할 것”이라고 적었다.

◆대통령실 “선거 결과 엄중하게 수용”

대통령실은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 결과를 기점으로 내부적으로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을 점검하는 과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소신과 스타일을 거스르는 직언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여권 위기론’을 바탕으로 한 조언이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용산 대통령실 전경.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12일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해 “정부는 어떠한 선거 결과든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예방 주사로 생각하고 건강해지려는 노력을 하면 살아나게 되고 거절하면 그 반대일 것”이라며 “국정을 돌아보고 점검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이 주장하는 대로 전면 개각 등을 할 수는 없고 무조건 민심에 부응하는 ‘포퓰리즘’으로 가서도 안 된다”며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 분석하며 여당의 건의에 따라 점검하려고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념지향적 발언과 인사 스타일에 대해서도 수위 조절을 요구하는 건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이날 자진 사퇴도 그간 임명 강행에 반대한 여권 내 목소리가 힘을 발휘한 결과로 분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제73주년 장진호 전투 기념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장진호전투 기념식에서 “장진호전투는 미 해병 1사단이 주축이 된 유엔군 3만명과 12만명의 중공군 간에 이루어진 치열한 전투였다”며 “정부는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과 핵 미사일 위협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들어 안보·보훈 관련 행사에서 ‘반국가세력’과 ‘공산 전체주의 추종·맹종 세력’을 언급하며 척결을 거듭 강조했지만 이날 행사에선 해당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념지향적 발언에 대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6년부터 개최된 해당 행사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에선 강서구가 전통적으로 야권 우세 지역인 만큼 패배 자체가 놀랍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격차가 커진 점에서 ‘적신호’라는 걸 인정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선거는 지역 선거가 아니라 전국구 선거로 프레임이 바뀌어버렸다”며 “(그런 선거에서) 이렇게 충격파가 왔는데도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이걸 토대로 얼마나 바뀌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점점 더 이대로는 안 된다며 변화를 주문하는 보고서가 내부적으로 많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힘 받은 野 “총리 해임·한동훈 파면” 맹공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포인트 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대여 공세의 고삐를 더 바짝 조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당내 일각의 낙관론에는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주재한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국민은 오만과 독선,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한 국정운영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며 “총리의 해임, 법무부 장관의 파면, 부적격 인사에 대한 철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지속해서 제기해온 국정 기조 전환과 이재명 대표가 단식하며 내세운 전면적 국정쇄신 및 개각 단행과 일맥상통하는 발언이다.

민주당은 이날 김은경혁신위원회가 제시한 혁신안을 이행해달라는 청원에 “‘김은경혁신위’에서 제시한 혁신안도 변화와 혁신을 이뤄가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답했다. 보궐선거 승리와 함께 공식 답변이 게시되면서 친명(친이재명)계의 입김은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총선이 6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강공 일변도의 전략을 구사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국민들이) 저기(국민의힘)에다가 일단 먼저 대걸레로 때려준 거지 우리가 잘해가지고 안 때린 게 아니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석열정부를 평가하고 싶은 사람들이 대거 투표장에 간 것”이라며 “민주당에 표를 몰아준 것은 윤석열정부를 제대로 견제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김병관·이현미·곽은산·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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